당정청 주요인사들 상반된 주장 쏟아내며 혼란...文 "해제 않고 보존"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의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만만치 않은 국민들의 반대 여론과 정치권, 정부내 이견으로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특히 당정청의 주요 인사들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쏟아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어서 국민들의 불신만 샀다는 지적이다. 

이에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실상 논란을 정리했다.

이날 총리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로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 논쟁에 "해제는 없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대안으로 군 시설에 택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되되고 있다. 사진은 태릉 군 골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벨트 논쟁에 "해제는 없다"고 결론을 냈다. 이에 대안으로 군 시설에 택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되되고 있다. 사진은 태릉 군 골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백가쟁명식 그린벨트 논쟁...결국 '공급대책'서 뺀다

청와대와 정부 여권의 주요인사들은 백가쟁명식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7일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당정 간에 의견을 정리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신중론'을 제기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에 섰다.

이어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지사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핵심요지의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방식보다 도심 재개발, 도심의 용적률 상향, 경기도 일원의 신규 택지 개발 등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이 전국의 돈이 몰리는 투기판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들었다.

청와대도 급기야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며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 메시지를 재차 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좀 더 고민해야 한다"며 "효과라든지, 비용이라든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같이 여권 주요 인사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만 고조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월 넷째주(65%) 이후 7주 연속 하락해 지난주에는 46%까지 내려갔다.

특히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평가한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23%가 그 이유로 부동산정책을 꼽았다.

이에 대선을 1년8개월, 서울시장 등을 선출하는 재보궐선거를 9개월 앞두고 벌써부터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맹이 빠진 '공급확대 방안' 우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녹실회의를 열고 공급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울 강남권의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등지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선택지에서 아예 지웠다는 전언이다.

이에 서울 내 공기업 등 공공기관과 군 소유 부지 중 공공택지를 개발하거나 소규모라도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긁어모으는 방안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5·6 공급 계획 때 깜짝 발표된 서울 용산역 정비창 개발을 통한 8000가구 공급 계획과 같은 비중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엔 부지도 없고 시간도 너무 부족하다.

일각에선 정비창 개발 밀도를 대폭 늘려 2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비창 부지도 원래 5000가구를 넣을 수 있지만 겨우 8000가구까지 맞춘 것이기에 더 밀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회동이 알려진 이후 태릉골프장 등 군 골프장과 중요도가 떨어지는 군 시설을 외곽으로 이전하고 택지를 조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두 장관의 만남은 주택 공급 확대방안과는 거의 상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군 시설 택지 조성 방안에도 무게감이 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택 공급 확대방안과 관련해 서울 내 군 시설 이용론은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던 문제이고, 워낙 두 장관 회동을 계기로 군 시설 이용론이 급격히 대두돼 대책 자료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서울 역세권 등에서 정비사업 등이 진행되면 용적률 등을 대폭 높여줘 주택을 많이 짓게 하고 일부를 공공임대로 돌려 청년과 1인가구 등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서울시는 역세권에 용적률을 대폭 높여주는 새로운 용도지역인 '고밀주거지역'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국토부는 "검토한 바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정부는 또 평균 180~200% 수준인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소폭 높여 인구 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수도권 주태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가능한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공급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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