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돈, 평양은 당성이 좋아야.
부동산폭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새로운 계급사회 대두
강남 고밀도 개발로 주택공급 늘려야

서울의 대표적 고가 아파트로 알려진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대표적 고가 아파트로 알려진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북한의 수도 평양은 북한에서 특권층만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상적으로 무장된 투철한 당성, 즉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충실히 따르는 공산당 간부라야 살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출신성분도 중요시 한다니 사회주의 천국인 북한 체제의 아이러니다.

인민은 평등하다는 북한에서 출신성분은 일종의 계급장이다.

독립운동가와 전쟁 혹은 혁명 중에 공을 세운 인사의 후손, 그리고 당 간부와 그 가족은 북한에서 특권계급에 속한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다른 지역 주민들은 마음대로 평양에 이주해 살수 없다고 한다.

이들 특권층 평양 시민들은 지방 사람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덜 궁핍하며 우월의식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자괴심은 당연히 클 수 밖에 없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느닷없이 왠 평양이냐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도 평양 못지않게 마음대로 살 수 없는 도시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 서울 거주민들은 최근 천정부지로 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고 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해 살려면 일단 돈이 많아야 한다. 그것도 현금으로 많이.

서울에서 사는 일은 이제 평양 입성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평양이 출신성분과 당성에 기반 한다면 서울 입성은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정부가 대출도 꽁꽁 묶어놨기 때문에 현찰 동원 능력이 없으면 서울에서 집 살 생각은 꿈도 못꾼다.

기자도 20년 전 IMF 직후 일산으로 이주 후 아직까지 서울 입성을 못하고 있다.

경제적 능력 부족이기도 하지만 굳이 일산 살면서 서울살이의 이유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내도 일산의 주거환경에 만족하면서 굳이 서울행을 고집하지 않았다.

애들 역시 SKY와는 무관한 슬기로운(?) 중고교 학창생활을 보냈기에 가능했다.

단지 가장인 기자의 직장이 강북이어서 출퇴근 시간에만 잘 버틴다면 비 서울지역의 삶은 별 불만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기자는 스스로에게는 물론 집 식구들에게 얼굴을 못 들고 다닌다.

한 순간의 선택으로 20년이 지나 기자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서울시민과 지방 주민으로 갈라놓은 새로운 계급사회에 속하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서울행을 감행하지 못했던 자괴감과 후회스러움에 화가 날 때도 많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대책을 22번이나 내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2번은 언론이 온갖 것들을 다 붙인 것이지 실제로는 네 번 밖에 아니다’며 부동산 대책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우긴다.

22번이든 네 번이든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물론 통계자료가 이 같은 사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초록은 동색’이라 했거늘 오죽하면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까지 나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꼬집었을까?

그런데도 대통령을 위시해 이 정부 인사들은 여전히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있다, 아니 안정되고 있다며 큰소리다.

심지어 대통령은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며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아니 서울을 비롯 수도권 일부지역은 몇 달 새 수억원씩 올랐는데도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버린 서울 입성은 웬만한 현금 보유자가 아니면 불가능해졌다.

현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투기세력을 잡기보단 무주택자들과 2030세대들의 계층사다리만 빼앗고 있다.

아울러 강남에서 똘똘한 집 한 채 하나 가지고 있는 유주택자들도 거의 두배 가까이 올라버린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본 순간 돌아버리겠다고 하소연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만 믿고 전세 살면서 기다리던 소시민들은 이제 서울 진입은 언감생심이다.

대책은 쉬운 곳에 있는데도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현 정부는 계속 똥 볼만 차고 있다.

자유시장경쟁 체제의 작동원리는 공급과 수요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공급을 늘리면 된다.

강남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생활의 편의성에다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강북에도 강남과 똑같은 생활편의 시설과 교육 환경을 갖추면 된다.

아니면 2기, 3기 신도시에도 서울의 접근성을 높이는 교통망 확충과 강남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갖춰주면 된다.

그게 싫다면 강남을 고밀도로 개발해 주택공급량을 늘리면 된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곳곳에 50층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데 왜 서울 그것도 강남에만 유독 고밀도 개발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고밀도 개발에 따라 환경과 교통 교육 치안 등 각종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도 핑계에 불과하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살고 싶은 사람들은 비싼 비용을 치르고 살게 하면 된다.

오죽하면 ‘현 정부 집권세력들 대다수가 강남에 살고 있는데 자기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의 주거환경을 망칠려고 하겠느냐’는 말까지 나올까?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강남 집값 폭등의 수혜자는 바로 현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다.

그래 놓고도 앞에서는 서민들을 위한다고 새빨간 거짓말이다

서울 강남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노력하면 서울에 괜찮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어야 정상적인 세상이다.

능력도 업고 제구실도 못하는 선무당들이 날뛰는 바람에 애꿋게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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