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징박기’, 조영석作, 18세기, 종이에 옅은 채색, 36.7cm×25.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말징박기’, 조영석作, 18세기, 종이에 옅은 채색, 36.7cm×25.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뉴스퀘스트=백남주 큐레이터】 이 그림은 조선 시대의 사대부 문인화가인 관아재 조영석(觀我齋 趙榮祏, 1686~1761)이 말에게 징을 박는 모습을 그린 풍속화다.

그림에는 말 한 마리가 하늘을 보고 누워 있고 머리 밑에는 가마니가 깔려있다.

편자를 박기 위해 사람들은 말의 앞다리와 뒷다리를 서로 교차하여 묶어 말굽을 모은 뒤, 말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네 다리를 다시 묶어서 끈을 옆에 있는 나무에 고정시켰다.

말은 무척이나 괴로운 듯 입을 벌리고 힘을 잔뜩 주고 있어 목의 근육이 두드러져 튀어나왔다.

조영석은 말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는데, 그래서인지 말의 울음소리가 화면 밖으로 들리는 듯하다.

또한 그는 말의 몸통, 윤곽선과 다리, 눈 주위만 진하게 채색하여 어둡게 처리하고, 다른 부분은 밝게 처리하여 입체감을 나타냈다.

말 주위에 있는 두 남자는 괴로워하는 말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여유로운 모습이다. 맨발에 짚신을 신고 바지저고리를 입고 망건만 맨 편안한 차림의 남자는 쭈그리고 앉아 왼손으로 말발굽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망치질을 하고 있다.

땅 바닥에는 줄 톱과 낫으로 보이는 연장과 백자 사발도 한 개 놓여있다.

그 옆에는 벙거지 같은 모자를 눌러쓰고 홑적삼을 입은 남자가 왼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흥분한 말을 진정시키는 중이다.

한편 말 뒤에 있는 나무는 가지만 앙상하고 군데군데 베어진 흔적도 있어 이미 죽은 것으로 보인다. 계절적 배경은 두 사람의 복장으로 보아 더운 계절인 듯하다.

조영석은 사대부이자 문인화가였는데, 인물화와 풍속화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화보나 그림을 보고 그리지 않고, 사물을 직접 관찰한 뒤 그 사물들의 사실적인 모습을 그렸기에, 그가 그린 풍속화는 당대에 화본으로 제작되었을 정도로 유명했다.

‘편자박기’, 김홍도作, 18세기, 종이에 담채, 28cm×23.9cm, 단원 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편자박기’, 김홍도作, 18세기, 종이에 담채, 28cm×23.9cm, 단원 풍속도첩,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말발굽에 편자를 박는 장면은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에도 보이는데, 조영석과 똑같이 편자를 박는 모습을 선택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흥미롭다.

김홍도의 그림에서도 남자 두 명이 누워 있는 말의 다리를 묶어 놓고 편자를 박고 있는데, 말의 다리 사이에 긴 나무막대기를 끼워 말을 제압하는 것이 조영석의 그림과는 다르다.

그림 하단에는 편자와 작은 못, 망태기와 말굽을 다듬는 데 쓰는 줄이 놓여있다.

그런데 말을 눕혀 놓고 편자를 박는 방식은 조선에서만 행해지던 방식이고, 중국에서는 말을 세워둔 채 말의 발굽을 갈고, 편자를 박았다고 한다.

실학자 이덕무가 쓴 『청장관전서』의 「앙엽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네 다리를 묶어 하늘을 보게 눕히고, 칼로 발굽의 바닥을 깎아낸 뒤 못을 박는다.

중국에서는 말을 세워둔 채 끌로 먼저 말굽 가장자리가 고르지 못한 것을 다듬은 다음 굽을 들어 무릎에 얹고 못을 박는다”라는 내용이 있다.

조선 시대에 말은 매우 중요한 동물이어서 사복시(司僕寺)라는 관청까지 두면서 말을 특별히 관리하였다.

전시가 아닌 평상시에도 말은 사람을 태우거나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중요한 이동수단이었고, 따라서 말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보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말은 특히 세 번째 발굽이 발달하였는데, 여기에 편자를 박으면 발굽이 닳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말에게 균형감이 생겨서 말이 걷거나 뛰기에 편리하였다.

편자는 ‘말굽쇠’, ‘말편자’, ‘제철(蹄鐵)’ 등으로 불렸고, 편자 몸통에 나있는 구멍에 못을 쳐서 발굽에 고정시켰다.

편자를 새로 박거나 교체를 할 때는 말마다 다르게 생긴 발굽의 모양에 맞는 적합한 편자를 대장간에서 만든 다음 발굽을 다듬고 장착하였다.

이 모든 기술은 전문적인 일이라 숙련된 기술자들이 맡아서 하였는데, 지금도 편자를 박는 일은 마제사(馬蹄師)라는 전문 기술자들이 한다.

【참고문헌】

조선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윤진영, 다섯수레, 2015)

조선풍속사1 - 조선사람들 단원의 그림이 되다(강명관, 푸른역사, 2017)

청장관전서(이덕무,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