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 대천명의 와인 아이스 와인 1

와인을 위한 룩셈부르그의 포도원 장면 [사진=위키피디아]
와인을 위한 룩셈부르그의 포도원 장면 [사진=위키피디아]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서리가 내려 포도 알갱이의 수분이 충분히 얼 때까지 심한 경우에는 해를 넘겨 1월의 한겨울까지도 포도를 포도나무에 그냥 둔 채 하늘에 운을 맡기는 심정으로 기다려야 만들어지는 와인이 있다.

이름하여 아이스 와인!

포도의 수분이 얼어서 포도즙은 극히 적은 수분과 당분과 다른 성분들이 10~20%가 될 때야 비로소 포도를 수확하여 만드는 와인이다.

북반구 유럽은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포도 수확이 끝나는 시점인 빠르면 9월, 늦으면 10월부터 우기로 접어든다.

부르고뉴에서 황금의 언덕이라 부르는 꼬뜨 도르 지역도 수확철에 접어들면 포도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황금 물결이 치는 듯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시적인 지명이지만 수확이 끝난 10월경에 접어들면 비가 많이 내리게 된다.

수확기의 잘 익은 포도는 비가 오면 포도에 물이 차올라 당도가 떨어지고 포도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고 떨어지기까지 한다.

또한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는 특별한 곰팡이가 슬면 귀부 와인이라도 만들지만 그런 운은 특별한 기후조건을 가진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한 일이고 대개는 일반 곰팡이가 슬어 포도가 썩게 될 위험도 상존한다.

원칙적으로 아이스 와인은 보트리티스 시네레아 곰팡이 조차도 슬어서는 안된다. 곰팡이가 슬지 않고 건강한 포도 상태로 얼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물론 약간의 보트리티스 시네리아 곰팡이가 슨 것이 건강한 상태로 언 포도와 섞이는 것은 허용되기는 하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이야기다.

여기에 폭풍이라도 몰아치면 낙과는 더 많아진다.

하지만 날씨가 좋은 해에는 과숙되었던 포도가 서서히 수분이 날아가면서 당분이 응축되고 운좋게 영하 7~8℃ (법적으로 독일 영하 7℃이하, 캐나다 영하 8℃이하)에도 달려 있게 되면 포도 알갱이의 수분은 얼게 된다.

이 기다림 속에서 건강한 포도가 새의 먹이가 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지역의 아이스 와인용 포도가 언 채로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캐나다 나이아가라 지역의 아이스 와인용 포도가 언 채로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밤에는 조금 얼고 낮에는 햇볕에 다시 약간 녹는 것을 반복하기도 하면서 어느 시점 (대개는 11월경부터 얼기도 하지만 아이스 와인으로 유명한 독일이나 캐나다에서는 12월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주로 수확한다)에 이르러 수분이 얼어서 충분히 당도가 높은 포도즙이 포도알갱이 안에 응축되었다고 판단되면 해가 나기 전 이른 새벽이나 한밤중에 조심스럽게 단시간에 수확을 끝내야 한다.

지나치게 얼면 오히려 포도즙이 나오지 않기도 하므로 대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첫서리가 내려서 얼게 되면 수확한다. 오래 둘수록 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썩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하 7~11℃ 근처에서 햇빛도 없는 이른 새벽에 해뜨기 전까지 단시간내에 수확해야 하는 어려움은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장갑을 끼고도 손을 호호 불어 가면서 기술이 발달하여 이동식 조명이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어둠과 싸워가며 포도송이 하나하나를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한다.(오늘날에는 기계로 수확하는 곳도 있기는 하다)

포도 알갱이 하나라도 자칫 떨어지면 그 때까지 온갖 리스크를 감수하며 기다린 공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니까 정성을 다해야 한다.

카사 라르가 와이너리에서 수확하는 모습. [사진=카사라르가 홈페이지]
카사 라르가 와이너리에서 수확하는 모습. [사진=카사라르가 홈페이지]

차라리 가을의 수확은 그리고 조금 늦춘 늦수확 조차도 밝고 맑은 가을 햇살아래 유쾌한 노래라도 흥얼거리게 하는 축제 분위기지만 눈덮힌 포도원에서 포도나무잎마저 거의 떨어져 앙상한 포도나무 가지에 힘겹게 매달려서 얼어있는 포도송이를 햇볕 없는 가장 춥고 어두운 새벽 시간에 수확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온 몸이 움츠러 든다.

물론 단시간에 해치워야 한다는 긴장감에 열심히 집중해야 하기에 약간의 노동만으로도 조금씩 땀도 나겠지만.

이렇게 언 상태의 포도는 즙을 짜낼 때까지 녹아서는 안된다. 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양조장도 온도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조건이 따라붙는다.

가급적 매년 정기적으로 반복되어 수확하여 만들 수 있어야 기업으로서 유지될 수 있으니 기후가 매년 불규칙한 경우에는 아이스 와인의 양조가 사업으로서 자리 잡을 수가 없다.

따라서 아무리 하늘의 운에 맡긴다고 해도 특별히 운 나쁜 해를 제외하고는 생산의 정례성 또한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아이스 와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스 와인 생산 지역이 귀부 와인처럼 특별히 기후가 허락하는 일부 지역으로 국한되게 된다.

아이스 와인을 만들려면 포도를 포도나무에 달린 채로 자연 상태에서 얼리게 되는데 이 언 포도에서 짠 포도즙의 당도가 대략 32~46 브릭스(Brix)가 된다. 일반 와인들이 24~30 브릭스 정도이니 얼렸을 경우 포도의 포도즙의 당분이 얼마나 증가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이 언 포도로 아이스 와인을 만들면 당도는 잔당이 160g/ℓ~320g/ℓ(평균적으로는 220g/ℓ)이다.

220g/ℓ는 코카콜라의 2배에 해당하는 당도인데 아이스 와인에는 당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도도 높아서(적정(滴定)산도가 10g/ℓ이상)이어서 와인향과 함께 신맛과 달콤함이 어우러지기에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잔당을 남겨서 달게 해야 하다 보니 알코올 도수는 낮아서 6% 정도이나 8~13%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알코올 도수는 대략 10%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

발효 도중 양조를 중단시켜서 당도를 확보하는 관계로 양조 기간도 일반 와인보다는 짧아서 대략 2~6개월이면 만들어진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지역의 눈덮인 아이스 와인 포도원. [사진=위키피디아]
캐나다 나이아가라 지역의 눈덮인 아이스 와인 포도원. [사진=위키피디아]

아이스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은 주로 리슬링, 게부르츠 트라미너,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 까베르네 프랑, 비달 블랑(Vidal Blanc), 슈냉 블랑(Chenin Blanc)등으로 추운 지역에서 잘 견디는 포도 품종이어야 하지만 오늘날에는 신대륙 등지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메를로, 시라 등 다양한 품종들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아이스 와인은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아이스 와인은 10℃ 안팎에서 보관하고 마실 때도 너무 차게 하지 말고 6~10℃ 근처에서 마셔야 포도와 와인이 주는 과일 풍미와 달콤함, 산미의 조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늘날에는 거의 매년 생산되는 편이니 굳이 오래 숙성시키려고 하지 말고 사서 매년 마셔도 되지만 오래 숙성된 아이스 와인과 비교하며 마시는 것도 좋다.

디저트 요리와 마시더라도 아이스 와인 보다 더 단 디저트 음식과 마시면 풍미와 단맛의 조화를 느끼지 못하니 이는 피해야 한다.

오히려 달지 않은 다크 초콜릿이나 과일 타르트, 블루 치즈류와 어울리고 가벼운 너트류나 아주 달지 않은 과일류나 부드러운 치즈와도 어울린다. 단맛과 신맛, 과일향이 있다 보니 스파이시한 태국음식이나 인도 음식과도 어울린다.

카사 라르가 아이스 와인들. [사진=카사 라르가 홈페이지]
카사 라르가 아이스 와인들. [사진=카사 라르가 홈페이지]

아이스 와인의 가격은 얼마나 할까?

워낙 생산량이 작다 보니 375ml 병이 주를 이루고 187ml와 500ml용량도 있다.

750ml의 반에 해당하는 375ml 기준으로 해외 현지가가 대략 20~30달러 이상이고 유명한 것은 80~100달러를 상회하는 것도 있다.

이들이 국내에 수입되면 국내 가격이 최소 7~10만원 이상이 된다. 이 가격보다 낮은 것은 자연이 만든 아이스 와인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얼려서 만든 아이스 와인이다.

이 아이스 와인의 역사와 보다 구체적인 현황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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