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에도 폭리로 악명 높아
심지어 폐차 부품 떼내 재 사용하기도

북경현대의 서비스센터의 모습. 경현서비스센터 시절에는 폭리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사진=바이두(百度)]
북경현대의 서비스센터의 모습. 경현서비스센터 시절에는 폭리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사진=바이두(百度)]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자동차 뿐 아니라 모든 가전제품 등 내구성이 요구되는 제품의 애프터서비스(AS)는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특히 AS에 필요한 인프라는 물론 AS 과정에서 느끼는 소비자의 주관적인 평가도 중요하다.

국내에 현대자동차서비스센터가 있다면 중국에는 북경 경현(京現)서비스센터(이하 경현)가 있다.

그러나 경현은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인 북경현대(이하 현대)의 경쟁력 제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현의 이 같은 경쟁력 훼손은 결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좋지 않은 의미에서 북경현대차의 역사와 전통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기가 막힐 다수의 사례들이 이 평판을 완벽하게 증명해준다.

때는 현대가 중국 진출 계획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지난 세기 말 무렵이었다.

당시 현대는 밀수나 정식 수출 등으로 중국 땅을 밟은 자사 자동차들을 수리, 정비하는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게 바로 지금은 딜러 매장 기능까지 갖춘 회사로 규모를 키워 변신한 베이징의 경현(京現)서비스센터로 주로 한국인들이 대거 몰려 사는 시 중심인 차오양(朝陽)구 일대를 비롯 몇 개 지역에 소재하고 있었다.

현대에서 제조한 차량이라면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경우 이 회사를 거치지 않을 수 없었던 만큼 당연히 경현의 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잘 됐다.

그런데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던 이 회사의 운영 주체가 애매했다.

게다가 현대의 베이징 지사조차 함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파워도 막강했다.

이 때문에 회사 최고위층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누군가가 이권을 챙기는 알짜 회사라는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오너의 가족회사라는 나름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얘기도 돌았다.

경현의 사업이 땅 짚고 헤엄치기였던 만큼 횡포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비 및 수리비가 ‘부르는 게 값’이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고객들의 불만이 비등했으나 사실상 독점이었으니 소비자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모 방송사의 지국장 K가 타고 다니던 현대의 자동차가 문제가 생겼다.

그는 구입한 지 고작 1년에 불과한 차가 자신의 부임 6개월 만에 말을 듣지 않은 것이 몹시 불쾌했으나 성질을 죽이고 평소 안면이 있는 현대 S 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거, 참! 우리 회사 차가 구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데 고장이라고 하네요. 난감합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상 수리까지는 몰라도 실비로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연락을 해놓겠습니다.”

K 지국장은 S 지사장의 친절함에 불편해졌던 마음이 다소 풀렸다.

이어 차오양구 야윈춘(亞運村)에 있던 경현에 차를 맡겼다.

고객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북경현대의 광고 포스터. 역사와 전통인 꼼수와 갑질의 구습에서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들이 최근에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바이두]
고객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북경현대의 광고 포스터. 역사와 전통인 꼼수와 갑질의 구습에서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기 어려운 사례들이 최근에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바이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나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수일 후 그는 차를 찾으러 경현으로 향했다.

역시 S 지사장의 말대로 수리는 잘 돼 있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기꺼운 마음으로 한국인 책임자가 건네는 수리비 명세서를 받아들었다.

동시에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건네받은 수리비 액수에 놀랐다.

뒤로 자빠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명세서에는 무려 1만5000 위안(元. 당시 환율로 270만 원)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대졸자 6개월의 임금에 해당하는 큰 액수였다.

평소 성격이 괄괄하기로 유명했던 그는 그 자리에서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화를 불처럼 내고 따졌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국인 책임자는 그나마 지사의 부탁으로 할인해서 그 액수가 됐다고 친절하게 설명한 후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으나 일단 주머니 속에 있던 약간의 돈을 탈탈 털어 얼마간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됐다.

다시 며칠 후 그는 카메라 기자를 대동한 채 야윈춘의 경현을 찾았다.

미결제된 수리비를 갚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경현의 운영방식에 문제점을 느낀 그는 작심한 채 센터의 비리를 캐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그렇게 경현 앞에서 하루 종일 속칭 뻗치기(무작정 기다리기)를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현측은 현대 지사를 통해 협상을 하자는 연락을 취했다.

이 사례는 지금도 베이징에서는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당시 K 지국장이 경현과 어떻게 협상을 했는지는 양측이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만큼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가 며칠 동안 경현의 꼼수와 갑질을 증명할 상당한 증거를 수집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장 몇 가지만 꼽아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우선 경현의 실 소유주는 당시의 오너였고 현지 책임자는 그가 가장 신뢰하는 충복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당시의 오너는 경현을 통해 결코 푼돈이 아닌 거액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일부 부품을 당시 횡행하던 밀수를 통해 들여왔다는 사실도 거론하지 않을 없을 것 같다.

폐차되는 자동차들에서 해체해낸 부품들을 불법으로 재사용한 정황까지 더할 경우 당시 경현의 부도덕은 상상을 거의 초월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하기야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은 이런 행태가 괜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는 최근 3, 4년 동안의 사업 부진 탓에 적지 않은 꼼수와 갑질을 통해 벤더나 협력업체들을 힘들게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K 지국장과 경현 간의 악연 사례들을 상기해보면 별로 이상하다고 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이후의 유사한 사례들을 더욱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다음 회에 계속)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