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소송 LG화학 손들어줘
LG의 배상금액 천문학적 규모
SK는 피해 최소화에 고심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합리적 배상’이냐 ‘대승적 차원의 고공협상’이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일단 LG화학 손을 들어줌에 따라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초 ITC는 예비결정을 통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Default Judgment)’판결을 내린 바 있다.

ITC가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결정에서 예비결정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돼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부품 소재 등에 대한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

LG화학의 승소를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경우 ITC 판사가 피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은 ITC 위원회의 최종 결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LG화학과 SL이노베이션 간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도 ITC위원회가 예비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다.

업계는 ITC위원회의 최종결정까지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사가 어떤 형태로 합의에 이를지 주목하고 있다.

LG화학측은 판결에 합당한 합리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고위층간의 대타협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합의를 둘러싼 양사간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소송을 제기한 LG화학은 당연히 ‘합리적 배상’을 원하는 반면, 수세에 몰린 SK이노베이션은 양사 최고 경영자가 만나 통 크게 협상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LG화학측이 원하는 배상금액이 SK이노베이션이 상상하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2월 일리노이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모토로라솔루션의 무전기 관련 영업비밀과 저작권을 침해한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에 7억6,500만 달러(한화 약 9,170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미래사업 가치가 무전기 시장보다 훨씬 더 크고, 미국에서 ‘영업비밀보호법(Defend Trade Secrets Act of 2016)’을 연방법으로 제정하는 등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손해배상 판결 금액 또한 이를 뛰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예비판정으로 조급해진 것은 SK이노베이션 측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 결정에서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금과 함께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2차 배터리 사업이 미국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대폭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세계 2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두 총수가 만나 원만하게 이번 사태를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이와 동시에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정부 중재 등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최대한 합의를 지연시킴으로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 1916년 ITC가 설립된 이래 영업비밀침해 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소송에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 정부 역시 민간 기업의 다툼에 섣불리 중재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소송 과정에서 합의를 위해 필요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들을 은폐한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합리적 배상 방안’을 제시해야한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LG화학은 외국인 지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어 쉽사리 협상에 임할 경우 경영진의 배임행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LG화학측은 양사가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경쟁업체들은 이번 소송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식재산권 침해행위와 인력 빼가기 행태 등에 대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가 합의를 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객관적이고 타당한 방식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약 229만대가 판매된 전기차는 오는 2025년 1,200만대 이상으로 판매량이 늘어나고 배터리 시장은 약 170조원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규모가 큰 약 18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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