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현대중공업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우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19와 조선산업 불황 등으로 이래저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회사 내에선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이 잇따라 사망했고, 밖으로는 중소기업의 기술탈취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장금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우울한 소식은 연이은 현장사고에서 비롯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하청업체 근로자 A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 씨는 건조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서 용접 작업을 맡았다가 변을 당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용접용 아르곤 가스를 파이프 안에 채우고 바깥쪽에서 용접한 후 파이프 안쪽 용접부위를 점검하기 위해 파이프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파이프 내부 환기를 충분히 하지 않고 들어갈 경우 산소부족으로 질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올들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4월 21일 현대중공업 소속 50대 근로자 1명이 대형 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16일에도 이 회사 소속 40대 근로자가 유압 작동문에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그에 앞서 지난 2월 22일에는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21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이은 사건사고에 고용노동부가 특별현장근로감독을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뿐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중소기업 기술탈취라는 오명도 뒤집어 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에 대해 과징금 9억7천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기술유용행위 분야 역대 최대다.

27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디젤엔진 생산에 들어가는 피스톤을 공급하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취득해 자사 비용절감을 위해 이 자료를 타 업체에 제공했다.

사연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디젤엔진을 개발했고 이 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을 하도급업체인 A사와 협력해 국산화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A사에게만 피스톤을 공급받은 것이 아니라 14년이 지난 2014년 자사 비용절감을 노리고 다른 업체인 B사에 피스톤 견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A사의 기술자료를 B사에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은 B사에 제공된 자료가 자신이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한 것에 불과하며 단순 양식 참조였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사양을 제공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특히 B사에 제공된 기술자료에는 사양 이외에도 공정순서, 품질 관리를 위한 공정관리 방안 등 A사의 기술이 포함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을 A사에 알리지 않았다. 특히 A사에 압력을 가해 3개월 동안 단가를 약 11% 낮추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A사와 거래를 끊었다.

특히 2015~2016년 이원화 진행 기간 제품 불량 여부나 요구 목적을 알리지 않고 A사에 작업표준서 등을 요구해 제공받았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한영석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4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와 함께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은 공정위가 조선 하도급 불공정거래 실태를 조사했던 2018년 당시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은닉·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은 직원용 데스크톱에 저장된 불공정거래 관련 중요 파일을 외장 하드디스크로 옮기고, 하드디스크 273개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로 바꾼 뒤 숨기거나 부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기술탈취, 거래단절은 대기업의 대표적인 갑질 사례”라면서 “21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갑질 근절을 위한 제도정비와 법률지원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의 중심타자' 현대중공업이 사고뭉치라는 오명을 걷어내고 국민이라는 팬들의 환영과 박수를 받는 기업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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