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형아파트 평균가격 4억원 첫 돌파...서민들 살 집 사라진셈
집값 꼭지점 찍은 모양새지만...국민들 "향후 더 오른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서울의 전용면적 40㎡ 미만 소형 아파트값 평균이 4억원대를 넘기면서 사실상 서울에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용면적 40㎡ 미만 아파트는 과거 평(坪) 수로 환산하면 10평대로 주로 신혼부부나 서민들의 보금자리다.

정부가 잇따라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입법을 서두르고 있고, 집값이 꼭지점에 오른 모양새지만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대치·개포동 일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강남구 대치·개포동 일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 소형아파트값 평균이 4억원대...강남권은 10억원 훌쩍

29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7월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10평대(전용면적 40㎡ 미만)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1380만원으로, 처음으로 4억원을 넘겼다.

국민은행이 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다.

저가의 소형 아파트는 주로 서울 외곽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지역에 몰려 있다.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기에 교통이 불편하고, 지은 지 30년이 넘어 낡고 비좁은 아파트가 대부분이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껑충 뛰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도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1987년 준공해 지은지 33년 된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차 31.9㎡는 11일 6억6000만원(2층)에 실거래 신고가 이뤄져 지난달 10일 5억5000만원(2층)에 거래된 뒤 한달여 만에 1억원 넘게 값이 뛰었다.

또 같은해에 준공된 구로구 구로동 주공2단지 32.3㎡ 역시 13일 4억7800만원(10층)에 계약서를 써 연초 3억8500만원(4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1억원 가까이 집값이 올랐다.

준공 30년 된 도봉구 창동주공2단지 36.1㎡도 이달 4일 4억1000만원(14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5월 19일 3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는데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에 6000만원이 올랐다.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에는 강남권 재건축 등 고가 아파트 매매가격도 포함됐다.

준공 37년이 넘어 현재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삼익대청 39.5㎡의 경우 7일 11억1000만원(7층)에 거래되는 등 강남권에서는 10억원이 넘는 소형 아파트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중소형 평균가격도 7억원 이상

이번 조사에서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7억18만원으로, 처음으로 7억원을 넘겼다. 중소형 아파트 기준은 전용 40~62.8㎡ 이하다.

지은 지 16년 된 관악구 관악푸르지오 59.5㎡의 경우 이달 6일 7억1000만원(19층)에 매매가 이뤄졌고, 18일 7억8800만원(6층)에 계약을 마쳤다. 열흘 만에 8000만원 가까이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준공 33년째를 맞은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차 58.0㎡는 이달 8일 7억1000만원(10층)에 신고가로 거래됐고, 20년 된 관악구 두산아파트는 59.9㎡가 이달 9일 8억7000만원(19층)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방 1~2개에 작은 주방과 거실이 딸린 정도의 소형·중소형 아파트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서울에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소형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대형 아파트값이 오르는 속도보다 빨라 당장 목돈을 구하기 어려운 서민들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KB주택가격동향의 월간 면적별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해보면 서울의 소형 아파트값은 작년 말부터 7월까지 13.3% 올랐고, 중소형은 12.4% 상승했다. 이어 중형(62.8∼95.9㎡)은 10.0%, 중대형(95∼135㎡)은 9.4%, 대형(135㎡ 이상)은 6.2%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이 대형아파트의 2배 이상인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소형 아파트라도 서둘러 매입하려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형 아파트에 전세를 낀 갭투자 수요까지 가세해 중소형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들 "그래도 집값은 더 오른다"

이처럼 집값이 천장을 친 모습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집 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는 조사 결과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5를 기록하며 한달 사이 13포인트나 뛰었다.

이 지수는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19년 12월)를 기준값(100)으로 잡고 100보다 크면 낙관적, 작으면 비관적이라고 해석한다.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 125는 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2018년 9월 128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고, 상승폭 13포인트는 2018년 9월(19포인트), 2020년 6월(16포인트) 이후 세 번째로 크다.

정부의 6·17 부동산대책에 이어 7·10 부동산대책 등 부동산 가격 안장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다음주 공급대책까지 발표할 예정이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고, 실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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