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전세가 이미 많이 올라…'선의의 피해자'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상한제가 오늘(3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 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와 관보 게재를 거쳐 이날 중 공포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로써 이날부터 세입자는 기존 전세 계약을 추가 2년의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은 자신이 실거주하는 등 특별한 사정 등이 없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전세금은 직전 계약금액의 5%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의 주요내용은 세입자 보호에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 법의 도입 취지와 별개로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 이미 오를데로 올라버린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실제로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감정원이 전날 발표한 7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주(0.12%)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주간 기준으로는 올해 1월 6일 조사 이후 7개월여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는 법 시행에 앞서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전세금을 올려 새로 계약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종료를 앞둔 임대인들이 기존 세입자에게는 아직 법 시행 전이니 나가 달라고 통보하고, 지인이나 친척을 통해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서를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례는 이날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상한제 시행으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다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가격 상승이 불 보듯 뻔해져 전세 물건을 찾는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 법 개정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 어쩌나

또한 이 번 개정안 시행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다수 발생할 우려는 여전하다.

예를 들어 경기도 지역에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A씨가 출퇴근 문제 때문에 자신의 소유 주택을 B씨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전세(3억원)를 내주고, 서울에서 C씨 보유 아파트에 10억원의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A씨는 지난달 거주하던 서울 집 주인 C씨로부터 9월까지 전세금 1억원을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A씨는 부족한 전세금 마련을 위해 세입자 B씨와 4억원에 재계약키로 했다.

하지만 A씨의 전세자금 조달계획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무산될 수 밖에 없어졌다.

법 시행은 오늘부터이고 계약은 9월로, 전세금 1억원 인상을 명시한 B씨와 C씨와의 계약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A씨와 B씨간의 계약에서 상향 가능한 전세가는 3억원의 5%인 15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A씨의 서울 집 전세가 상한은 10억원에 대한 5% 5000만원으로, 3500만원의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이미 계약한 A씨 소유의 경기도 주택에 입주할 수도 없다.

이에 A씨는 35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일반 직장인들에게 3500만원은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다.

특히 A씨는 주택 소유자라 전세자금 대출도 불가능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신용대출을 알아봐야한다.

A씨는 "내가 부동산 투기세력도 아닌데 왜 피해를 봐야 하냐"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또한 일부 주택보유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월세 및 전세가격을 낮춰 계약을 했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된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피도 눈물도 없이 세입자를 압박한 집주인들은 피해를 입지 않는데, 세입자들을 고려했던 우리만 피해 아닌 피해를 입고 있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이어진다.

특히 이들은 다음 계약 때도 5% 이상 월세나 전세금을 올려 받을 수 없게 돼 상대적으로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지금은 안정이라지만…웃을 수 없는 세입자들

세입자들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장 큰 폭의 전세 및 월세 인상은 없겠지만, 최소 보장된 4년 후를 걱정하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지금 당장은 전세금이 오르지 않아 좋지만, 나중에 급격하게 오를 전세금을 생각한다면 그 자금 마련 대책은 막막할 뿐이다.

또한 개인 사정상 경기도 등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거주하지 못하고 서울 전세를 사는 이들은 더 우울하기만 하다.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있어, 벌써부터 다음 이사 때 자금 마련에 대한 걱정이 클 수 밖에 없다.

한편, 이처럼 ‘임대차 3법’이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라 할지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법안”이라며 “보다 더 꼼꼼히 살펴보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가격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서민들이 임대주택을 포함해 안정적인 주거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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