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다주택 보유 외국인 등 42명 탈루혐의 세무조사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집값 급등에 편승해 외국인들까지 한국에서 아파트 등을 사들여 '갭투자'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부동산 구입자금 출처도 불분명할뿐더러 세금도 탈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은 2만3219명이며, 이들이 매입한 물량은 2만3167채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이 기간 거래금액은 7조6726억원이다.

특히 이 가운데 2채 이상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은 1036명이다. 또 소유주가 한 번도 거주하지 않은 아파트가 7569건 32.7%에 이른다.

국세청은 주택임대소득 등 탈루 혐의가 있는 외국인 다주택 보유자(다주택자) 42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외국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거나 국내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한 사례다.

미국인이 수도권 및 충청권 소형 아파트 42채를 보유·임대 하면서 임대소득을 과소 신고한 혐의. [자료=국세청]
미국인이 수도권 및 충청권 소형 아파트 42채를 보유·임대 하면서 임대소득을 과소 신고한 혐의. [자료=국세청]

조사 결과 40대 미국인 A씨는 2018년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소형 아파트 42채를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였다. 매입한 부동산 가격은 총 67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A는 아파트 수십 채를 사들일 만큼 한국 내 소득이 많지 않고 보유한 재산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외환 국제 송금으로 수령한 금액도 없어, 갭 투자를 했다고 해도 상당한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했다.

A는 보유한 아파트를 임대해 수입을 올렸는데, 일부는 주택임대업 등록을 하지 않아 임대소득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를 취득·보유·양도하면 내국인과 동일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번 조사 대상자들은 임대소득을 숨긴 것으로 드러나거나 증여세를 내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유학생 신분으로 입국한 중국인 B도 A와 비슷한 갭투자 행태를 보였다.

30대 B는 유학 목적으로 입국해 한국어 어학과정을 마쳤다. 이후 취업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 외에 경기, 인천, 부산 등 전국적으로 아파트 8채를 취득했다.

B는 그 가운데 7채를 전·월세로 임대하고도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소득세를 탈루했다.

아파트 여러 채를 단기간에 사들일 만한 한국 내 소득이나 재산이 없었으며, 중국으로부터 수억 원을 송금받았지만 8채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외국인이 월세 세액공제 대상이 아닌 것을 활용해 소득을 숨긴 외국인 고소득자도 덜미를 잡혔다.

[자료=국세청]
[자료=국세청]

외국기업의 한국사무소 임원으로 근무하는 50대 외국인 C는 시가 45억원 상당인 한강변 아파트와 강남에 있는 시가 30억원 아파트 등 아파트 4채를 취득했다. C가 사들인 아파트 4채의 시가는 총 120억원에 이른다.

C는 본인이 거주하는 집을 제외한 나머지 3채를 외국인에게 월세 1000만원이 넘는 고액 임대로 주고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들의 임대소득 누락 혐의와 취득자금 출처를 정밀 검증, 탈루 세액을 추징하고 출신국 과세당국에 자료를 통보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닌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은 출신국 과세당국의 관리에 포착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우리가 통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국 과세당국이 세무조사를 비롯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인이 국외에 몰래 보유한 주택 양도 사실을 파악한 외국 과세당국은 관련 정보를 한국 정부에 통보했고, 국세청은 이를 바탕으로 세무조사를 벌여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15억원을 추징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최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금액이 증가하고, 부동산 거래 관련 과세에서 내국인 차별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돼 외국인 다주택자 대상 세무조사를 기획했다"며 "이번 세무조사는 내외국인 구별 없이 철저히 탈루 여부를 검증하겠다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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