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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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 산업계가 크게 요동을 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이 항공, 여행, 호텔 업종이다.

전염병에 대한 가장 첫 번째 예방이 사회적 거리두기 (WHO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물리적 거리두기인 'Physical distancing'을 권고한다)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이에 따라 상기 산업들은 크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수요가 크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장기화할 경우, 대규모 도산 및 구조조정이 우려된다.

벌써 항공업계에서는 그러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항공사 인수합병(M&A)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이었으나, 올해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음에 따라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제주항공도 지난해 말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올해 3월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7월 말 공식적으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이렇게 국내 항공사 관련 인수합병 얘기가 지난해부터 현시점까지 계속 회자되고 있는데 이럴 때마다 꼭 곁들여서 나오는 표현이 있다.

바로 '승자의 저주'이다.

단적으로 인수합병을 시도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라는 기사가 나오고, 인수포기를 선언할 때에는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난다'라는 기사가 나온다.

그렇다면 승자의 저주는 무엇인가?

다들 아는 바와 같이 승자의 저주는 경매 혹은 기업의 인수합병 등 과정에서 승리한 자가 실제로는 패배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승자에게 내려진 저주라는 뜻으로 경제경영 분야에서 유명한 이론이며, 특히 행동경제학에서는 더욱 알려진 이론이다.

이는 1971년 케이펜, 클랩, 캠벨 (Capen, Clapp, and Compbell)이 발표한 논문에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가 1992년 'The Winner’s Course'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한 챕터를 할애해 자세한 내용을 설명했다.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승자의 저주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첫째, 일반적으로 승자의 저주는 공통가치경매 프로세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경매 대상의 객관적인 실제 가치가 존재하여 수요자들의 가치평가가 실제 가치에 대한 추정치일 경우 이를 공통가치라 부르다.

이와 더불어 '최고가 밀봉 경매'는 이름 그대로 각자의 응찰가가 기입된 종이를 봉투에 넣어 제출한 후 입찰가들을 동시에 개봉하여 최고가를 적어낸 사람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즉, 승자의 저주는 다양한 경매 형태 중에서 최고가 밀봉 경매를 통해 공통가치를 적어낼 때 주로 나타난다. 

둘째, 승자의 저주는 두 가지 유형의 저주가 존재한다.

보통 일컬어지는 저주는 승리를 했을 때 지불한 가격이 원래 가치보다 한참을 초과함에 따라 생기는 금전적 손실을 뜻한다.

즉 경제적 손실이다.

또 다른 형태의 저주는 실제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가치가 자신들의 추정가치에 미치지 못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뜻한다.

리처드 세일러는 저서 '승자의 저주'에서 이 두 가지 유형 모두를 승자의 저주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두 번째 '상실감'이라는 저주야말로 행동경제학적인 발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셋째, 승자의 저주는 참가자들이 합리적이라면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합리적인 응찰자는 자신이 추정한 가치가 실제 가치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입찰가를 써 내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나 제주항공에 대해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났다'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가 한발 빼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나 이스타항공 인수를 공식 포기 선언한 제주항공 모두 승자의 저주는 겪지 않게 되었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두 곳 모두 검토과정에서 대상 기업의 부실한 재무상태 뿐만 아니라, 숨겨진 부실 채무까지 확인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아마도 꼼꼼하게 살펴본 결과, 최초 추정한 가치가 과대평가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아울러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세일러가 얘기한 '상실감'을 느낄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해서 계약금 날리는 것이 인수했을 때와의 득실을 비교하면 전자가 합리적인 행동이라 판단할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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