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선 매각 무산...다른 대기업에 팔거나 기안기금 지원 등 '플랜B' 준비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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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산업은행은 3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에 "수용할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현산 측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인수 무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12주간의 재실사를 서면으로 요청한 것은 인수 진정성은 없으면서 단지 거래 종결을 지연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닌지 판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산은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12주간 해야 한다'고 요구 했었다.

최 부행장은 "금호산업에 따르면 현산이 인수·합병(M&A) 과정 동안 7주간 충분한 실사와 6개월 인수 활동에도 통상적인 절차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M&A를 경험했지만 당사자 면담 자체가 조건인 경우는 처음"이라며 "현산이 계속 기본적인 대면 협상에도 응하지 않고 인수 진정성에 대한 진전된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인수 무산이 현재로선 불가피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후 영업환경 분석 및 재무구조 분석을 위한 제한적인 범위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또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기업결합신고가 끝나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요건이 충족된 만큼 이달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 해제권을 갖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부행장은 "오는 11일까지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12일에 계약해지 통지가 가능하다"며 "실제 통지 실행 여부는 현산의 최종의사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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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각 무산에 대비한 '플랜B'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최 부행장은 "매각이 무산될 때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시장안정 도모 및 유동성 지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통한 채권단 주도의 경영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경영 안정화 후 자회사 처리, 분리 매각 등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인수무산 후 새로운 매수 주체에 대해선 "대형 사모투자펀드(PEF)는 투자 적격성 여부에 대한 정부 측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다른 대기업 그룹도 저희가 다 열어놓고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계약금 반환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재매각이나 정상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급적 계약 해제에 따른 방안을 모색하고 계약금 소송으로 다투는 것이 아시아나의 미래를 위해서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고 말했다.

매각 무산 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가능성도 거론됐다.

최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법 시행령 등에서 정한 기금의 지원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지원 여부와 규모, 방식은 기금운용심의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회동과 관련해선 "2차례 정도 만난 적이 있다"며 "산은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서 (인수 조건) 조정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놨고 기본적인 만남을 통해서 협상에 응해달라는 기본 수준에서 (이 회장이)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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