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계속땐 생산·소비·투자 연쇄 위축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

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020년 7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020년 7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0.3% 오르면서 4월 이후 석 달만에 상승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와 저유가, 무상교육 정책의 영향으로 여전히 상승률 0%대의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달 말 넉 달째 유지 중인 '제로 금리'를 동결하기로발표하면서 언급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상황'과 흡사하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이 계속 오르기는 하되 그 상승률이 제한되는 것을 의미한다. 

디스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물가 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할 우려가 커진다. 경기상승 국면에서 물가안정을 위해 정책적으로 이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하강 국면에서 장기화되면 경제활력 저하로 생산·소비·투자가 연쇄적으로 위축되는 경기침체 악순환에 빠져들 수도 있다.

◇ 0%대 상승률, 저물가 계속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6(2015년=100)으로 1년전 보다 0.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에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 올해 1∼3월에는 1%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4월 다시 0%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5월에는 마이너스(-0.3%), 6월에는 보합(0.0%)을 나타냈다.

지난달 물가가 소폭 오르긴 했으나 저물가 기조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저물가 지속 이유에 대해 세 가지로 설명했다.

안 심의관은 "작년 9월부터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고교 무상화 등 정책 효과로 공공서비스 가격이 하락했고, 국제유가가 4월 저점을 찍고 상승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저유가여서 석유류 가격이 내린 데다 7월엔 도시가스 요금도 인하했다"며 "코로나19로 외식 물가 상승폭이 둔화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물가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돼지고기, 소고기 등 일부 품목 물가 상승에 영향이 있었지만, (그 수준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8월 소비자물가는 장마·태풍 등 기후 여건과 향후 코로나19 전개 양상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 농산물 올랐지만 문제는 공업제품

7월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농산물 가격 상승과 석유류 가격 반등이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6.4% 상승해 전체 물가를 0.48%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은 4.9%, 축산물은 9.5%, 수산물은 5.2% 각각 올랐다.

특히 장마로 출하가 줄어든 채소류가 16.3% 상승했다. 지난해 작황 호조로 가격이 낮았던 기저효과 영향도 있다.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은 양파(39.9%), 고구마(37.0%), 상추(35.9%), 배추(35.7%), 돼지고기(14.3%), 국산쇠고기(9.8%) 등이다.

문제는 공업제품이다.

1년 전보다 0.4% 하락해 전체 물가를 0.13%포인트 끌어내렸다.

경유(-13.8%), 휘발유(-8.6%), 등유(-14.6%) 등이 일제히 하락해 석유류는 10.2% 내렸다. 가공식품은 1.6% 올랐다.

다만 국제유가가 4월 저점을 찍은 뒤 상승하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폭은 6월 15.4%보다 줄어들었다.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 등 상품 물가가 0.4% 오른 데 비해 서비스 물가는 그보다 낮은 0.2%의 상승률을 보였다.

고교 무상교육과 무상급식, 유치원 납입금 지원 등 정책 효과로 공공서비스가 1.9%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끌어내렸다. 특히 고등학교납입금이 67.9% 줄었다.

개인서비스는 1.1% 올랐으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서 외식 물가 상승률은 0.6%에 그쳤다.

집세는 0.2% 상승해 전체 물가를 0.02%포인트 올리는 역할을 했다. 특히 7월 전세 가격은 1년 전보다 0.3% 올라 2019년 5월(0.3%)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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