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PC그룹 홈페이지 캡쳐
사진=SPC그룹 홈페이지 캡쳐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파리바게뜨 빵값이 좀 내릴까?’

‘국내 제빵시장의 맏형’인 SPC그룹이 계열사들에게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당 이익을 몰아줬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가 얼마 전 나왔다.

그러자 동네마트의 대표격인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이익을 본 만큼 빵 가격을 낮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고 소비자들 역시 과연 빵값 인하로 이어질까에 관심을 모은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공정위의 발표로 시작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크라상, SPL, BR코리아 등 SPC의 3개 제빵계열사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 제품을 구입할 때 중간단계로 삼립을 통하게 하는 방식으로 삼립을 부당 지원했다며 밝혔다.

SPC 제빵계열사 중 파리크라상은 국내 1위 베이커리인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 샌드위치 카페 리나스와 타마티, 디저트 갤러리 패션5 등 17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2004년에 설립된 SPL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베이커리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빵, 빙과, 커피, 찹쌀떡, 식빵, 샌드위치, 고구마케익 등을 빚어낸다.

BR코리아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등 2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SPC그룹의 이런 행태가 전형적인 계열사 밀어주기로 보고 있다. 조사결과, 2011년 4월 1일부터 2019년 4월 11일까지 그룹 내 부당지원으로 삼립에 총 414억원의 이익을 몰아줬다. 특히 계열사를 통한 ‘통행세 거래’로 381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삼립에 제공했다고 봤다.

그러나 SPC그룹은 제빵 기술을 가진 SPC삼립이 생산계획 수립과 재고관리, 영업, 물류 등에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중간 유통업체로서 삼립의 실질적인 역할이 없었고 그룹 차원에서 제빵계열사들의 구매를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나아가 이러한 부당지원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내다봤다.

SPC그룹은 지배회사인 파리크라상의 허영인 회장 지분율이 63.5%이고 2세인 허진수·허희수씨의 지분율은 총 32.9%로 낮아 2세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SPC삼립의 가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그룹 총수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전 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전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등 부당지원에 참여한 3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SPC 법인에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런 공정위의 발표가 나오자 연합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포문을 열고 SPC를 맹폭에 나섰다. 연합회는 "SPC가 동네 슈퍼에서 팔리는 양산빵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로 독과점을 이루는 상태에서 이번 공정위의 발표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합회는 "지배력 유지와 2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저지른 부도덕한 이익 추구로 양산빵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고 동네 슈퍼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조사결과, 부당지원이 밝혀지면 허 회장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사면초가'에 몰린 SPC그룹은 이번 폭우 피해를 입은 지역돕기에 발벗고 나서며 이미지 쇄신에 한창이다. 또 삼립빵을 비롯해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파리크라상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빵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분간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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