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곳에 질 높은 집 공급해야 부동산 문제 해결
공공임대주택 부정적 이미지 인식 전환도

지난달 27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소유 수도권 골프장에 공공임대주택을 짓자 :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부소유 수도권 골프장에 공공임대주택을 짓자 :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정부가 4일 발표한 부동산대책이 채 시동도 걸기 전에 여기저기서 잡음이 요란하다.

주택공급 방안의 실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공급 방식을 둘러싸고 이해 당사자인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단지 주민은 물론 일부 여권 인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이 이번 부동산 대책에 손사래를 치는 것은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명분삼은 공공주택 건설 때문이다.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주택 소유 욕구가 큰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택 수요층이 손쉽게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 폭등하고 있는 집값도 잡겠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간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이 대체 무엇이기에 여기저기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일까.

공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같은 공공주택사업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건설하거나 혹은 기존 주택을 매입 또는 임차해 공급하는 주택이다.

이는 다시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으로 구분되는데 공공임대주택은 임대 또는 임대한 후 분양전환을 목적으로 공급하는 주택이고 공공분양주택은 분양을 목적으로 공급하는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이다.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의 공공주택은 민간 분양주택에 비해 입지나 내부 건축 자재의 품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 단지 내 조경이나 생활인프라 시설이 열악해 저소득층이 모여 산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등 부정적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민간분양아파트와 공공임대를 섞어 분양한 일부 단지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마치 혐오시설처럼 취급하며 주민들 간에 서로 경원시하고 반목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공임대주택 단지가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은 집값 하락을 우려하며 공공주택 단지 조성에 반대하는 ‘님비’ 현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공공임대주택을 받아들일 경우 단지 가치와 주거의 질이 떨어질 게 뻔하다며 내가 사는 아파트가 빽빽한 닭장으로 전락하는데 결코 찬성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서울 마포구가 지역구인 정청래 의원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바로 페이스 북에 지역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올렸다.

명분은 ‘마포구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나? 이런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지만 ‘상암동 이미 임대 비율이 47%에 이른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나’라며 자신의 지역구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쳐.

김종천 과천시장(더불어민주당)도 ‘정부 과천 청사 유휴부지는 광장으로 과천 시민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에 4000여가구의 대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과천시민과 과천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과 수도권 집값 폭등 문제를 과천시민의 희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 역시 태릉 골프장 개발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또다시 1만 가구의 아파트를 건립한다는 정부 발표는 그동안 불편을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온 노원구민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의 주장은 내 지역구에서 유권자인 지역주민들의 아파트 값을 떨어뜨리는 공급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찬성했다가는 우수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마당에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대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주민들 입장에 서서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다음에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다른 사람들 역시 살고 싶은 게 당연하다.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이미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더 이상 들어오지 말고 내가 사는 곳 이외의 외곽 지역으로 가서 살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이기주의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만을 위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점을 공유해야 한다.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주거안전망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주택에 못지않게 공공임대주택의 질을 끌어올려 입주민들의 주거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또 취약계층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형태를 세분화 할 필요도 있다.

지금 정부가 정권차원의 위기감을 느끼면서 연일 내놓고 있는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아주 단순한데 있다.

집값을 잡겠다면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에 집을 지어 살도록 하면 된다.

집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능력이 되는 사람은 비싼 가격을 치르고서라도 살면된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만 잘 지켜도 부동산 대책의 절반은 작동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보다 인구밀도가 훨씬 더 높은 서울은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하다.

강남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강남에서 살 수 있게끔 공급을 늘리면 된다.

주거환경과 교통·교육 등 등 각종 사회 문제가 우려되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살도록 하면 된다.

아울러 서울 이외의 수도권 지역에도 서울 강남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구축해서 집을 공급하면 된다.

항간에는 현 정부가 강남의 고밀도 개발에 난색을 표시하는 것은 강남에 많이 살고 있는 집권세력 인사들이 내가 사는 강남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싫어서 그렇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금이라도 강남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살만한 집을 공급해주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맞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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