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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9-30 00:44 (수)
[하응백의 국악인문학(24)] 경기소리 '제비가'와 '건드렁타령'의 탄생 
[하응백의 국악인문학(24)] 경기소리 '제비가'와 '건드렁타령'의 탄생 
  • 하응백 문화에디터
  • 승인 2020.08.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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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채용신 팔도미인도 중 한성관기.
전 채용신 팔도미인도 중 한성관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1. 서울에는 없는 것이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전국의 모든 물산이 집결되어 있다.

전국 8도의 사람들이 다 모여 사는 만큼 팔도의 사투리가 공존하고 맛있는 음식도 다 모여 있다.

전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홍어 잘하는 집도 서울에든 수두룩하며, 경상도식 국밥을 파는 집들도 부지기수다.

우리 국악도 그렇다. 서울을 대표하는 경기소리는 전국의 소리들이 모여 발전한 것이다. 조선시대에 잔치나 연회의 전말을 기록한 『진연의궤』(임인년, 1902)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이제 훈칙을 받들어, 허덕선(許德善), 사종기(史宗記)를 영솔인(領率人)으로 정하여 본부 기녀 16명을 이번 배편으로 함께 올려 보냈습니다. 이에 보고드리니 살피기를 삼가 바랍니다.

 1902년 궁중의 잔치를 맞이하여, 평안남도 관찰사가 중앙정부에 보고한 내용이다.

즉 궁중잔치에 출연할 서울 기녀가 수효가 적어서 평안도 기녀를 차출하라는 명령에 평양의 기녀 16명을 허덕선과 사종기가 인솔하여 서울에 와서 요즘말로 하면 궁중 공연을 하고 다시 평양으로 돌아갔다(후에 11명이 더 차출된다).

허덕선은 평양 지방의 전설적인 소리꾼이자, 기생들의 행수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때의 공으로 허덕선과 사종기는 양사 1필, 백목 1필, 목 1필, 포 1필을 하사받는다. 궁중 잔치에 출연한 평양과 선천의 기생들은 푸짐한 포상과 함께, 특별히 ‘면천(免賤)’이라는 신분적 굴레를 벗어나는 엄청난 상을 받게 된다.

1894년 갑오경장 때 신분제가 폐지되었다고는 하지만, 평양과 선천 등의 관기는 이때야 비로소 관기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궁중 잔치는 임인년인 1902년만 있었던 게 아니다. 거의 해를 걸러 여러 궁중잔치가 있었다. 인조 이후 각 지방의 관기들은 한양의 궁중 잔치에 차출되었고, 그들은 서울에 와서 그들의 기예를 뽐냈다.

그 중에는 전라도나 경상도 지방의 소리 기생도 많았다.

이렇게 서울로 소리꾼들이 모여 들었으니 경기소리가 잡다하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12잡가 중 하나인 <제비가>는 사설 속에 이러한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다. 새를 주제로 한 이 곡은 <제비가 별조>라고도 하며 한자곡명은 <연자가(驠子歌)>이다. 

<제비가>의 시작은 “만첩산중(萬疊山中) 늙은 범 살진 암캐를 물어다 놓고 에- 어르고 노닌다”인데 판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선가 들어본 노랫말일 것이다.

바로 <춘향가> 속의 한 대목이다.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진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덥쑥 빠져 먹든 못허고, 으르르르르르르렁 어헝 넘노난듯”을 축약한 것이다.

<제비가> 중간에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제비를 후리러 나간다 복희씨(伏羲氏) 맺은 그물을 두루쳐 메고서 나간다”는 <흥보가>에서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울림비조(鬱林飛鳥) 뭇새들은 농춘화답(弄春和答)에 짝을 지어 쌍거쌍래(雙去雙來) 날아든다” 대목은 <새타령>의 한 대목이다.

<새타령> 역시 판소리에서 독립했을 것이니, <제비가> 노랫말은 거의 대부분 판소리의 여기저기 사설을 따와서 짜깁기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설의 축약, 종합, 비약이 경기소리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즉 여러 지방의 고유한 음악 혹은 소리들이 한양(서울)에 모이면서 생략과 종합 과정을 거쳐 새롭게 편집되어 서울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거쳐 경기소리로 발전했다.

이는 서울(한양)이 가지는 국가의 중심으로서의 정치, 사회, 경제적 특성으로 인해 비롯한 것으로 한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집약되기 때문에 일어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2. 조선시대 서울, 즉 한양의 문물과 상업적 흥성을 노래하는 경기민요도 있다. 바로 <건드령 타령>이다. 그 노랫말을 보자.

왕십리(往十里) 처녀는 풋나물 장사로 나간다지 고비 고사리 두릅나물 용문산채(龍門山菜)를 사시래요

누각골(樓閣洞) 처녀는 쌈지 장수로 나간다지 쥘쌈지 찰쌈지 육자비빔을 사시래요

모화관(慕華館) 처녀는 갈매 장수로 나간다지 갈매 천익(天翼) 남전대(藍戰帶) 띠에 춘방사령(春坊使令)이 제격이래요

애오개(阿峴) 처녀는 망건(網巾) 장수로 나간다지 인모망건(人毛網巾) 경조망건(京組網巾) 곱쌀망건을 사시래요

광주분원(廣州分院) 처녀는 사기(砂器) 장수로 나간다지 사발(砂鉢) 대접 탕기 종지 용천병(龍泉甁)을 사시래요

경기안성(京畿安城) 처녀는 유기(鍮器) 장수로 나간다지 주발 대접 방짜 대야 놋요강을 사시래요

마장리(馬場里) 처녀는 미나리 장수로 나간다지 봄미나리 가을미나리 애미나리를 사시래요

양삿골 처녀는 나막신 장수로 나간다지 홀태나막신 코매기며 통나막신을 사시래요

구리개(銅峴) 처녀는 한약(漢藥) 장수로 나간다지 당귀(當歸) 천궁(川芎) 차전(車煎) 연실(蓮實) 창출(蒼朮) 백출(白朮)을 사시래요

자하문(紫霞門) 밖 처녀는 과일 장수로 나간다지 능금 자도(子桃) 앵도(櫻桃) 살구 복숭아를 사시래요

 서울 지방의 특산물과 상업을 재미있게 노래하는 것이 바로 <건드렁타령>인 것이다.

용문산채는 용문산에서 나는 나물이며, 누각골은 종로구 누상동이다. 모화관은 서대문구 독립문 일대이다. 갈매는 갈매나무 열매로 천에 들이는 염색 물감으로 사용했다.

천익(天翼)은 철릭,  무관들이 입던 공복이다. 춘방은 세자시강원, 애오개는 아현동, 마장리는 마장동, 양삿골은 양사동, 지금의 종로 6가 충신동 부근, 구리개는 지금의 을지로 1가다. 
 

과일, 채소로부터 각종 생필품까지 서울 지방의 상품을 나열하고 거래하는 과정을 노래하고 있다. 서울의 활기찬 모습과 풍성한 문물제도를 잘 나타내는 민요라 할 것이다. 

경기소리는 용광로처럼 전국 각 지방의 소리를 가져다가 융합하여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이기에 각 지방의 특성이 여러 형태로 남아 있는 소리로 재탄생했다.

팔도의 음식을 다 맛 볼 수 있는 곳이 서울이기도 하고 팔도의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