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연일 연고점 돌파에 재개 가능성...개미들 '증시에 찬물' 반발
금투업계 "실적·주가 괴리...정부가 증시 거품 키우는 꼴" 우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공매도 금지' 해제일(9월16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를 재개할지 아니면 다시 연장할지를 놓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다.

공매도 금지는 당초 코로나19로 인한 폭락장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사용한 카드인데 지난 11일 코스피가 2년2개월만에 24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미들은 공매도를 재개하면 모처럼 만의 증시 호황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특히 개미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증시를 지켜온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지 말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에 기대하며, 공매도 금지 연장은 물론 아예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공매도(空賣渡)란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코스피가 약보합세로 출발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약보합세로 출발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당국 '금지 연장' 분위기

금융 당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투자자만 빼고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당초 정해진 공매도 금지 기간은 6개월로 이대로라면 다음달 16일이면 해제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가 급락할 것"이란 여론이 커지면서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연장'에 무게를 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코로나 사태 때문에 6개월간 공매도 제한을 했는데, 아직 코로나가 안 끝났다"며 "8월 중 공매도 관련 공청회를 거쳐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코로나 사태와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발언을 두고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기 위해 미리 분위기를 잡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시한이 정해져 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연장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금융 당국도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청취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공매도 관련 공청회를 열고 여론 수렴에 나선다.

◇ 실적과 괴리된 주가...오히려 거품 걱정할때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공매도 금지조치 연장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증시 활황에 굳이 변수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매도 재개가 주식시장에 밀려든 개인 자금을 대거 유출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를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장기간 공매도가 중단되면서 기업실적과 주가가 지나치게 큰 괴리율을 보이며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는 증시 거래량을 늘리고 고평가된 종목의 거품을 빼 다른 종목으로 투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매도를 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더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해제돼도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의 경우 대부분의 종목에서 이미 개별주식선물이 상장돼 있어 공매도 금지에도 매도 포지션(선물 매도)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더라도 대차 공매도를 부추길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공매도가 금지되어 있더라도 개별주식선물을 매도하는 방법으로 주식의 미래 가치 하락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공매도 금지가 해제돼도 공매도 수요가 특별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코스피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공매도를 금지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은 물론 오히려 증시 과열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상승 추세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프=네이버금융 캡처]
[그래프=네이버금융 캡처]

◇ 청와대 '입' 바라보는 개미들

개인들은 공매도에 대해 입장 조율이 쉽지 않은 만큼 정치적·정무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증시를 받쳐온 국민(동학개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지난 6월25일 정부가 소액투자자에게도 양도세를 부과하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하자 개미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문 대통령이 나서 이를 진화한 것에 대한 학습효과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번 개편안은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며 사실상 개편안을 대폭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로부터 5일후 당초안보다 세제혜택의 범위와 내용을 크게 확대한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직접 개인투자자 지키기에 나섰던 선례가 있는 만큼 이번 공매도 재개 결정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공매도'를 키워드로 한 국민청원만 3000개가 넘게 올라왔다. 대부분은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공매도 처벌강화에 더해 아예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동학개미들의 주장이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최근 청와대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분위기"라며 "(개미들이)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은 만큼 어떻게든 이를 손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이런 정치적 결정이 포퓰리즘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식시장 버블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개인투자자들이 싫어한다고 경제적으로 타당한 정책적 판단을 뒤집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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