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4일 집단 휴진" 예고…정부 "불법적인 행위로 환자 건강·안전 위해 땐 엄정 대응"
반대 "집단이기주의" vs 찬성 "대책없는 의대 정원 확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추진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휴진 추진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 등에 반발해 14일 집단 휴업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근본적 대책없이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반대’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협은 현재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을 '4대 악 의료 정책'으로 규정하고, 14일 집단 휴진과 함께 오후 3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4대 악(惡) 의료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대해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의료사업은 공공재”라면서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휴업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협의 이번 집단 휴진을 비판하는 이들은 “돈 안 되는 시골(지방)에는 병원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의사들의 시골 기피현상이 계속되면 그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 방침으로 지방 병원이 늘어나게 되면 국민 전체의 의료복지는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를 자본주의 상업으로 생각하는 나라였으면 국민건강보험은 왜 만들겠냐”면서 “우리나라는 의료가 공공복지인 나라다. 환자로 돈벌이하려면 미국을 가라”고 꼬집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반발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입구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 학생들이 정부의 의사 정원 확대안에 반발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의협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밥그릇 지키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취약과, 취약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없이 사람 수만 늘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최상위인 나라”라면서 “의사 숫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고 지방과 기피과를 왜 의사가 선택하지 않는지를 먼저 분석해서 그것을 개선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면 그때 이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분석과 통계를 가지고 재논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예로 지방의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며 정부에서는 지난 몇년 간 간호사 수를 많이 증원했지만 여전히 지방에는 간호사가 부족하다. 처우 개선 없이 단순히 숫자만 증원한다고 부족한 곳의 의료 인력이 증가되지 않는다”고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이와 관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대 정원확대는 단순히 의사의 수를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진료과목에 의사 정원을 배치할 것이며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 수련 환경을 함께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 의사들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별 우수병원을 지정, 육성하고 지역 가산 등 건강보험 수가 가산을 포함한 다양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방안을 도입하겠다”면서 “이런 정책을 통해 정부는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산부인과가 없어 먼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산부인과를 배치하고, 응급실이 없어 1시간 넘게 이송하다 생명을 잃지 않도록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확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간단한 맹장 수술도 먼 길을 넘어 대도시 큰 병원을 찾아가야 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진료권마다 훌륭한 지역병원을 육성할 것”이라며 “감염병에 대응할 의사, 의공학을 연구할 의사 등 국민의 건강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들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의사협회와 정부의 의견이 다르지만, 이는 의료계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엇갈리는 문제”라면서 “이런 견해차로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는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만 하고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 복지부 "대화 통해 풀자…불법행위 확인 땐 엄정 대응"

한편, 정부는 13일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되며 아픈 환자들에게 피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며 의협의 집단 휴진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의대 정원 문제는 정부와 논의해야 할 의료제도적인 사안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와 아무 관련이 없는 문제"라며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진료 중단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은 의사 본연의 사명에도 위배된다는 사실을 유념해 주시고 의사협회는 환자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극단적인 방식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특히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가 있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 진료 공백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로 환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생긴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현재 전국 3만3031개 의료기관 중 7039곳(21.3%)가 휴진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14~21일 의협이 회원 2만68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3%가 집단 휴업 참여의사를 밝혀 실제 내일 문을 닫는 의료기관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집단 휴업에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는 참여하지 않는다.

복지부는 이날 "휴진 신고를 한 의료기관이 휴가인지, 휴진인지 계속 파악해야 하기에 최종 집계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실제 진료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지역 내 진료기관 휴진 비율이 30% 이상일 경우 '진료 개시 명령'을 발동하라고 지자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행정명령을 위반한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 의료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