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축구의 신' HDC 정몽규 회장(사진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축구의 신' HDC 정몽규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전후반 합쳐 90분간 경기를 펼치는 축구는 결국 누가 결승골을 넣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중원을 지배해도 골 많이 넣는 게 장땡이다.

그래서 '세기의 골잡이' 메시나 호나우드 같은 톱스타의 몸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수 손흥민도 비슷한 케이스.

그는 지난해 12월 번리전 원정경기에서 70m 거리를 폭풍 드리블로 상대 선수들을 연달아 제친 후 득점에 성공해 소위 ‘원더골’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이 골은 얼마전 'EPL 올해의 골' 선정되는 행운을 차지하기도 했다.

반대로 최전방 공격수가 문전처리를 못하거나 헛발질로 좋은 득점 기회를 놓치면 몸값 상승은 고사하고 온갖 비난과 쌍욕은 혼자 다 먹는다.

HDC 정몽규 회장은 누가 뭐라해도 축구인이다. 프로축구 울산현대, 전북현대, 부산아이파크 구단주를 지냈거나 재임중이다. 2011년 프로축구연맹 총재, 2013년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선출돼 2016년 연임에 성공했다.

어디 그뿐인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 등을 맡고 있어 세계 축구계의 거목이기도 하다.

그런 정 회장이 그룹 핵심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내세워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최전방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단 지난해 12월 현산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2천500억원을 계약금으로 납입하면서 양측의 경기는 막을 올렸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지휘하고 있는 금호산업과 채권단과 협의하며 실사를 마쳤다. 매각작업은 쉽게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수전이 후반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여객수요가 급락했고 아시아나항공의 부진이 더욱 심각해진 것.

현산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황이 작년 12월 계약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며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주장했다.

또한 매도자인 금호산업이 거래종결의 선행조건 충족의무를 여전히 이행하지 않은 만큼 인수상황을 재점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현산의 재실사 주장을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특히 채권단은 지난 3일 현산의 재실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계약 해지를 거론하며 ‘8월 12일’이라는 구체적인 데드라인도 언급했다.

이쯤되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수중전 형국이다.

하지만 다시 희망의 빛이 보였다. 현산과 금호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두고 다시 얼굴을 맞대고 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 양측이 재실사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물론 계약 파기에 따른 책임 소재를 서로에게 떠넘기고 향후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고 '시간 벌기'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비록 지금 초라해 보일지언정 충분히 매력 있는 매물이다. 항공 호황이라면 이를 인수하려고 벌떼처럼 몰려들겠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선 인수를 주저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이즈음 세계 최대 사모펀드를 세운 블랙스톤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의 지적은 반면교사로 삼을만 하다. 그는 “사업을 할 때나 놀 때도 기업가들은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전처리를 앞두고 주춤거리고 있는 정 회장에게 들으라고 한 경고의 말과 같다.

과연 그럴까. HDC 정 회장이 누구인가. 그는 온갖 풍파를 거친 풍운아이자 최고의 골잡이 아닌가. 어쩌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은 축구 경기로 따지면 종료를 불과 몇 분 앞두고 지금 천금같은 골찬스가 그에게 찾아온 것과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는 득점찬스때마다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축구의 신’ 정몽규 회장이 헛발질을 할 지, 아니면 원더골을 넣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