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리편] 늦수확 와인과 지푸라기 와인

스위트 와인과 어울리는 디저트들.
스위트 와인과 어울리는 디저트들.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신의 넥타라는 귀부 와인과 고진감래의 아이스 와인 이외에도 포도 자체에 당분을 축적시키는 방식과 발효 도중에 발효를 중단시키는 방식에 따라 다른 풍미를 선사하는 스위트 와인들이 있다.

이들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스위트 와인에 대해 마스터해보자.

귀부 와인이나 아이스 와인도 늦게 수확하여 만들기는 하지만 이들과 일반적인 와인 수확철 사이에 늦수확하여 만드는 와인들이 있으니 영어로는 레이트 하비스트(Late harvest) 와인이고 독일의 슈팻레제(Spatlese), 아우스레제(Auslese), 베렌아우스레제(BerrenAuslese) 와인이 여기에 속한다.

이 와인들은 독일 와인 등급의 최상위 등급인 프래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고품질 와인 / 영어로는 superior quality wine의 의미) 등급(2007년 8월 이전에는 QmP:Qualitätswein mit Prädikat라고 불렸던 와인등급이다)에 속한다.

이 등급 와인에는 앞의 세 가지 와인들 외에 카비네트(Kabinett혹은 Cabinet)와 아이스 와인과 귀부 와인인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가 포함된다.

이 여섯 가지 분류의 와인들은 독일의 13개 지정지역내의 39개의 서브지역에서, 지정된 포도로만 생산된 와인으로 포도가 익은 정도(이는 곧 와인의 잔당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에 따라 분류한 것인데 이는 결국 수확시기가 늦추어질수록 당도가 높아지게 되므로 수확시기에 따른 분류인 셈이기도 하다.

포도나무에 달린 채 건포도화 돼 가는 포도.
포도나무에 달린 채 건포도화 돼 가는 포도.

일반적인 수확철에 수확하여 만드는 와인이 카비네트이고 가장 늦게 수확하는 것이 아이스 와인이다. 그 사이에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가 순서대로 수확시기가 늦어지는 와인들인 셈이다.

그리고 이 등급의 와인들이 바로 아래등급인 크발리테츠바인(Qualitatswein=Quality wine, 이 와인도 지정된 13개 지역중의 하나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다)과 다른 점은 양조 중에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설탕을 추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포도자체의 당분으로 각 와인에 해당하는 최저 알코올 도수(베렌아우스레제와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5.5%, 나머지 3개는 7%)를 충족시켜야 한다.

크발리테츠바인은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보당이라고 하여 설탕을 추가하는 것이 허용되는데 이것은 스위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 당도 조절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가 좋지 않은 해에도 이 등급 와인의 요건중의 하나인 최저 알코올 도수(7%)를 맞추기 위한 품질 관리 장치로서 일종의 농민 보호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카비네트는 포도가 제 수확철에 잘 익은 상태로 수확하여 만든 와인으로 생산자가 시장에 팔지 않고 자기 캐비닛(저장고)에 보관하여 자기만이 마시고 싶을 정도로 좋은 와인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베렌아우스레제 와인.
베렌아우스레제 와인.

카베네트 이외의 와인들은 늦수확 와인인데 슈펫레제(Spätlese)는 그냥 늦게 수확(late harvest)했다는 의미이고 아우스레제는 그 중에서도 송이별로 골라서 수확했다(select harvest)는 의미, 베렌아우스레제는 송이가 아니라 잘 익은 포도알만을 골라서 수확했다(select berry harvest)는 의미,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귀부병에 걸려 수분이 날아가서(dry) 건포도화한 포도알만을 골라서 수확했다(select dry berry harvest)는 의미이다.

결국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후자로 갈수록 포도즙(Must)의 당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각각의 최저 기준 당도는 67-82°Oe(오슬레(Oechsle)(=148~188g/ℓ), 76-90°Oe(172~209g/ℓ), 83-110°Oe(191~260g/ℓ)(지역에 따라서는 83~100°Oe), 110-128°Oe(260+g/ℓ)(아이스 와인도 당도 기준은 베렌아우스레제와 같다.), 150-154°Oe이다.

(오슬레(°Oe)는 같은 부피의 물과 발효전의 포도즙사이의 질량(무게)차이를 나타내는 당도 단위인데 이는 포도즙과 물과의 중량차이가 주로 당분에 의한 차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1°Oe는 20℃에서 물 1Kg(물 1리터의 중량)과 포도즙 1리터의 무게 차이가 1그램(g)인 것을 의미한다. 즉 포도즙(Must)의 무게가 1090g이라면 90°Oe가 되는 것이다.)

독일답게 모든 걸 수치화하여 기준을 명확히 해놓았기에 와인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만 원리를 알면 와인의 당도나 알코올 도수가 추측이 가능해서 원하는 와인을 선택하기가 쉽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 기준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같은 원산지 증명이 아닌 말 그대로 포도당도에 따른 품질등급이 되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순서를 보면 이 늦수확 와인들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 다음이 로마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보는 아이스 와인이고 귀부 와인이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이 되지만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증명 가능한 기록상으로 보면 귀부 와인이 아이스와인 보다 먼저 만들어지고 아이스 와인이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수확 자체를 늦추어 당도를 높여서 달콤하게 만드는 와인 말고 카비네트 와인처럼 포도가 잘 익어 대부분을 수확하는 때에 수확은 하되 이를 볏짚이나 갈대 위 혹은 계단, 선반 등의 그늘에서 3~4개월을 말리거나 그냥 노천에서 말려서 건포도화하여 포도내의 수분은 줄이고 당도를 높여서 달콤한 디저트 와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뮈스캇 포도를 야외에서 말리고 있는 장면.
뮈스캇 포도를 야외에서 말리고 있는 장면.

이탈리아에서는 이렇게 말리는 과정 혹은 말린 포도를 아파시멘토(Appassimento)라고 부르고 이 방법을 이용하여 만든 달콤한 와인들을 파시토(Passito(sweet))라고 부르는데 지역별로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

베로나에서는 3~4개월 그늘 선반에서 말려서 만드는 레치오토(recioto)(아마로네(amarone)는 그늘에 말려 건포도화한 포도로 잔당을 거의 남기지 않고 드라이 와인으로 만든 것이다.), 토스카에서는 손수확후 선반에 걸어서 말린 후 카라텔리 (caratelli)라고 부르는 시가 모양의 작은 오크통에서 발효시킨 후 이 오크통에서 길면 10년까지 와이너리 지붕위에서 숙성시켜 만드는 빈 산토(Vin Santo), 그리고 피에몬테에서는 6개월 정도 짚매트 위에서 말린 후 살짝 짜서 4년 정도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과정을 거쳐 만드는 파시토 디 칼수소 (Passito di Caluso) 등이 그것이다.

파시토 (Passito)와인을 위해 포도를 말리고 있다.
파시토 (Passito)와인을 위해 포도를 말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뱅 드 빠이유(Vin de Paille)라고 하는데 여기서 빠이유는 지푸라기라는 의미이다. 즉 짚 혹은 짚매트 위에서 건조시켜 만든 와인이라는 의미이다.

프랑스의 꼬뜨 뜨 쥐라 지역에서는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샤르도네와 사바냉(Savagnin), 그리고 레드 품종인 풀사르(Poulsard)를 블렌딩하여 만드는데 전통적으로 그늘에서 3개월 정도 말려서 만든다.

론 지역인 에르미따주 지역에서는 마르산느 품종, 알자스에서는 리슬링 품종을 사용하여 같은 방식으로 스위트 와인을 만든다.

꼬뜨 드 쥐라 지역의 뱅 존 와인.
꼬뜨 드 쥐라 지역의 뱅 존 와인.

뱅 드 빠이유나 파시토는 짚위에서 건포도화해서 만든다고 영어권에서는 지프라기 와인(Straw wine), 혹은 건포도 와인(Raisin wine)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방식은 그리스에서 유래하여, 프랑스 알프스 산맥아래 쥐라 지역, 시칠리아, 사이프러스,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 많이 만들어져 왔다.

사이프러스에서는 지금부터 6000년전인 신석기시대에 스위트 와인유물이 발굴되었다고 하고 BC 800년에 그리스 시인 헤시오드(Hesiod)가 이 건포도 와인 제조 과정에 대해 기술했을 정도로 이 방식 역시 역사는 오래되었다.

첫서리 내릴 때 포도를 수확하라고 언급하여 아이스 와인 양조 연대를 로마시대 이전으로 추측케 했던 AD 1세기경의 플리니 디 엘더(Pliny the Elder)도 건포도 와인 제조 과정에 대해 상술하고 있으니 이 와인의 역사는 아이스 와인보다도 훨씬 더 오래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유사한 방식으로 신대륙 지역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원래는 우리의 농촌에서 가을날 고추 말리듯 더운 지방에서는 포도송이를 잘 선별해서 손으로 수확한 후 짚으로 된 매트 위에깔아서 야외에서 1주일 정도를 두어 건조시켰고 온도가 좀 낮은 지역에서는 실내 그늘에서 말렸다고 한다.

야외에서 말리는 경우에는 밤에는 이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도를 덮어주었다.

뱅 드 빠이유를 위해 지푸라기 위에서 포도를 말리고 있다.
뱅 드 빠이유를 위해 지푸라기 위에서 포도를 말리고 있다.

이 지푸라기 와인(Straw Wine)은 독일과 오스트리아(독일어로 Strohwein)에서도 생산되지만 오스트리아에서만 프래디카츠바인(고품질와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역에 따라서는 갈대 매트 위에서 말리기도 하기 때문에 갈대 와인(Schilfwein)이라고도 한다.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수확하여 최소 3개월 정도를 건조시키도록 하고 있는데 수확 후 2개월이후부터는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정도의 당도량에 도달하면 양조를 하여 이 지푸라기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생활 환경이나 행동 반경이 많이 바뀌게 되어 모두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기에 당국에서도 이의 해소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사상 유래가 없는 지리한 장마와 이것에 이어질 폭염까지 예보되고 있는 와중이라 심신을 더욱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칸투치(Cantucci)와 빈 산토 : 토스카나 지방에서는 아몬드 비스킷인 칸투치에 빈 산토를 찍어 먹는다.
칸투치(Cantucci)와 빈 산토 : 토스카나 지방에서는 아몬드 비스킷인 칸투치에 빈 산토를 찍어 먹는다.

굳이 달달한 음식이나 음료가 포만감도 주고 행복감을 선사한다는 의학적 연구들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디저트 문화가 어느새 우리 식문화에도 깊이 들어와 있다.

와인은 알코올까지 함유하고 있어 스위트 와인을 마실 경우 행복감은 증폭된다.

게다가 알코올 분해효소가 체내에서 분비되지 않아 천성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달콤한 스위트 와인은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도 낮은 것이 대부분이니 한 잔 정도는 가능하기에 평소 술을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오늘 당장 잔잔한 음악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흐르는 집이나 사회적 거리 지키기가 어느 정도 가능한 야외 글램핑장에서 차가운 스위트 와인을 마시며 코로나와 장마와 폭염이 가져온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며 저만치서 다가오고 있는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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