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전광훈 목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진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던 대다수 국민들의 희망과 땀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연일 보도되는 서울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그의 추종자들의 신념과 행동 때문인데, 다시 좀비같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모습을 달리하며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 분명히 목사와 추종자들 사이에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겉으로 극명하게 상반된 현실인식을 가진 두 집단들로 확연히 구분된다.

일련의 행동들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것을 아는 목사와 주변 사람들 (경제학에 따르면 합리적인 사람들인 호모이코노미쿠스들), 그리고 그를 따르는 비합리적인 추종자들이다. 

우리는 뉴스에서 전 목사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조금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그의 주장을 철썩같이 믿고 따르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자기들을 탄압하기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것,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 기침이나 발열 현상이 나도 정부 방침에 따라 검사 받지 말고 약국에서 약 받아 먹으라는 것 등 어느 하나 수긍할 수 없는 주장들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추종자들은 철썩같이 믿고 행동하는가?

이러한 현상, 즉 자신이 가진 신념과 부합되는 증거만 받아들이거나 증거의 의미를 제멋대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현상을 인지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또 다른 증거가 제시될 때, 이를 일부 수용하여 처음 신념에서 보다 덜 극단적인 신념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사람들이 종전보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편을 더 많이 보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유튜브 영상으로 정보를 획득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개개인이 보거나 검색했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사한 영상을 추천하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인하여 더욱 더 본인의 신념을 강화하는 영상만 지속적으로 보게 되는데, 결국 정보기술(IT)의 발달이 인간의 확증편향을 공고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은 심리학자들이 '신념의 극단화(Belief Polarization)'라고 부르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개개인에 퍼지게 되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일 혹은 정기적인 시간대에 본인이 스스로 매체를 택하여 '편향된 수용(Biased Assimilation)'을 통해 신념의 극단화가 일어났다고 하면, 이제는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추천하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Ubiquitous) '편향된 수용'에 노출되어 '신념의 극단화'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세상으로 변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부 정책은 이러한 점까지 고려해야 되는 세상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보 캐스케이드(Information Cascade)'라는 말도 있다.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져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울 경우, 사람들이 타인의 결정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는 현상을 일컫는데 이러한 현상도 앞서 말한 신념의 극단화를 앞당기는데 일조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무리 행동(이를 별도로 밴드왜건 효과라고 하기도 한다)이 일어나게 된다.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무리행동은 사회적으로 개인이 집단에 순응하는 것을 강요받을 때, 혹은 그룹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개인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일어난다고 하지만 앞서 말한 정보 캐스케이드 현상 때문에도 무리 행동이 일어날 수 있다.

하여튼 우리는 신념의 극단화가 더욱더 쉽게 일어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변화는 거부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 목사와 그의 추종자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집권 여당의 지지자나 야당의 지지자 그 누구에게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또한 한국만이 아닌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일 수 있다.

신념의 극단화는 우리 사회가 건전하고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점점 성숙해져 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신념의 극단화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러한 일은 적어도 경제학에서는 소홀히 하고 있지만 행동경제학에서는 아직도 부딪혀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인간 행동에 관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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