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 '무용총 수렵도', 5세기, 벽화, 중국 길림성 집안시 무용총, 『조선유적유물도감』1988~1996,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작자 미상, '무용총 수렵도', 5세기, 벽화, 중국 길림성 집안시 무용총, 『조선유적유물도감』1988~1996,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뉴스퀘스트=백남주 큐레이터】 <무용총 수렵도>는 중국 길림성 집안시에 있는 고구려 고분인 무용총(舞踊塚)의 널방 벽에 그려진 벽화로, 사냥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무용총은 중국 길림성 집안시 태왕진 과수촌의 우산 남쪽 기슭에 각저총과 나란히 위치해 있다.

널방 오른쪽 벽(서북쪽) 엔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소가 끌고 있는 수레 두 대와 마부가 그려져 있고, 이 나무를 중심으로 화면의 왼편에는 말을 타고 활을 쏘며 동물을 사냥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냥 장면에는 말을 탄 남자들이 달리면서 호랑이·사슴·토끼 등을 향해 화살을 조준하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원근과 비례를 지키지 않고, 사냥터로 보이는 산과 골짜기의 모습보다 말을 타고 달리는 무사와 사냥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진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도망가는 호랑이와 사슴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무사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현장의 긴박감도 잘 전달된다.

이들이 사용하는 활은 맥궁(貊弓)이란 이름의 고구려 활로, 당시 동아시아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무기이다.

맥궁은 화살 끝에 달린 명적(鳴鏑)이 날아가면서 큰소리를 내 적을 위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였다.

또한 이 그림에 나오는 무사 중 한 명은 달리는 말에서 상체만 뒤로 돌려 활을 쏘는 파르티아 식 활쏘기를 하고 있는데, 이 활쏘기는 몸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등자와 팔걸이 등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고난도의 기마술이었다.

말을 타고 사냥을 하는 남자들은 새의 깃으로 장식한 관모인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있다.

조우관은 일반적으로 새의 깃을 관모의 중앙이나 양 옆에 장식한 모자를 지칭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절풍(折風)이라고 부르는 고구려 관모에 새의 깃을 장식한 모자를 조우관이라고 불렀다.

절풍은 고구려 귀족들이 즐겨 쓰던 ‘가(加)’라고 하는 모자 중 하나로, 신분에 따라 새의 깃을 장식하는 정도가 달랐다.

또 말은 탄 남자들은 깃에 다른 색의 천을 댄 긴 저고리와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있는데, 이러한 복식은 다른 고구려 벽화에서도 많이 보이는 전형적인 고구려인들의 옷차림이다.

작자 미상, '무용총 기마 인물도', 5세기, 벽화, 중국 길림성 집안시 무용총, 『조선고적조사보고서 통구(상하)』, 1938,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작자 미상, '무용총 기마 인물도', 5세기, 벽화, 중국 길림성 집안시 무용총, 『조선고적조사보고서 통구(상하)』, 1938,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곡예에 가까운 모습으로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기마 민족인 고구려인들의 기상이 잘 드러난다.

<무용총 수렵도>는 비록 사람보다 자연을 작게 그리는 등 원근법의 사용은 미숙하지만, 시원한 공간 배치와 생동감 있는 필치로 인해 고구려 고분벽화를 대표하는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구려 시대의 무덤 가운데 이 같은 사냥 장면이 그려진 무덤으로는 안악 1호분·덕흥리 벽화고분·약수리(藥水里) 벽화고분·감신총(龕神塚)·장천 1호분·삼실총(三室塚) 등이 있다. 

【참고문헌】

고구려 고분벽화 고구려 특별대전 도록(한국방송공사, 1995)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전호태, 사계절출판사, 2000)

(백남주의 한복이 있는 옛 그림 이야기 연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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