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착하면 바보된다'는데…늑대 같은 악역 망설인 대가는 '참혹'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LG그룹(이하 LG)은 글로벌 기업군으로 손색이 없다.

경쟁력도 최상위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기에 충분하다.

중국에서의 이미지도 상당히 좋다.

매년 사회공헌 기업 상위권에 계열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절대 지리멸렬할 수준이 아니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베이징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서 도무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상당 부분의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쓰라림도 맛봤다.

앞서 실패의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듯 전략적 실패나 짝퉁 대응에 실패한 것 이외의 결정적 원인들도 더 존재한다는 말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가전 기업 중 하나인 TCL의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소재 본사. LG와 브랜드도 비슷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지적재산권을 도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TCL 홈페이지]
중국을 대표하는 가전 기업 중 하나인 TCL의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소재 본사. LG와 브랜드도 비슷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가장 많은 지적재산권을 도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TCL 홈페이지]

너무 중국 짝퉁 기업이나 사업자들에게 관대했다는 사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주지하다시피 짝퉁 제조업에 관한 한 한국을 한참 아래로 내려다본다.

악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로고가 유명한 크로커다일과 라코스테 의류 브랜드가 지적재산권을 침해당한 사례만 살펴봐도 좋다.

악어의 위치와 입 모양 등을 변형한 브랜드가 전국에 최소한 수십여 종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가전 분야에서 특히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LG의 제품들이 카피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양문형 냉장고, 스마트폰, TV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제품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완전 시간문제였다고 해도 좋았다.

LG 입장에서는 강경 대처해야 했으나 말뿐이었다.

착한 이미지를 가진 기업의 한계라고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나중에는 이름도 비슷한 TCL 같은 카피 기업들이 적반하장이라고 LG를 지적재산권 위반 혐의로 걸고 넘어가는 기가 막힌 일까지 종종 벌어지고는 했다.

과거 LG 최고의 중국통으로 꼽히다 현재는 상하이(上海)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L 모씨의 회한 가득한 고백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 중국의 내로라하는 가전제품들의 대부분은 창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 카피를 한 것들이다. LG는 엄청나게 도용당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그 기업이나 사업자들을 모조리 고소해도 시원치 않다. 그럼에도 역으로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짝퉁 기업이나 사업자들이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선제 대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가 막힐 사실이나 중국에서는 이 전략이 먹힌다. 왜?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

“착하면 바보 된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더욱 이 말이 업그레이된 형태로 많이 쓰인다.

“쭤런타이궈산량, 후이베이런치(做人太過善良, 會被人欺)”, “사람이 너무 선량하면 사기를 당한다.”라는 말이다.

짝퉁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면 LG가 딱 이런 케이스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LG의 이런 안타까운 약점은 중국 주재원들에게 베푼 선의가 뒤통수를 맞는 엉뚱한 결과들을 낳기도 했다.

금세기 초반 LG는 주재원들의 주거 문제와 관련, 당시로는 정말 파격적인 결정 하나를 내린 바 있었다.

그게 바로 다른 그룹들과 달리 실비가 아닌 정액으로 월세를 제공하면서 본인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도록 한다는 지침이었다.

이 지침은 분명 선의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현지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저렴한 주택을 임차하면서 상당액을 절약, 자녀들의 국제학교 학비로 보태고는 한 탓이었다.

결국 주택 문제와 관련한 원칙은 곧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LG의 인사관리가 현지 경쟁력 강화나 사업 성공과는 거리가 꽤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례가 아닌가 보인다.

임직원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했다는 사실도 LG가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성이 무색한 실패를 한 이유로 부족하지 않다.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에 주재원으로 파견된 LG 임직원들은 인성이나 능력 등에서는 평균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단언해도 좋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보면 단연 국내 탑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런 인력으로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한 것은 역시 이들의 뭔가 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의 부족과 관계가 있지 않나 보인다.

달리 말해 많은 인센티브를 통해 임직원들을 독려해야 했으나 LG는 별로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술 탈취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화웨이의 늑대정신을 말해주는 포스터. LG도 중국 사업에 성공하려면 이런 정신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사진=검색엔진 바이두(百度)]
기술 탈취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화웨이의 늑대정신을 말해주는 포스터. LG도 중국 사업에 성공하려면 이런 정신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사진=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이외에도 한국 본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과도한 사실, 이로 인해 적극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펼치지 못한 점 등도 LG의 중국 사업에서 엿볼 수 있는 아쉬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당연히 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지금까지 LG가 보인 행태와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된다.

특히 “착하면 바보 된다.”는 말을 명심, 미국으로부터 난타당하는 중국 최고 기업 화웨이(華爲)의 기업 문화인 이른바 ‘늑대정신’, 막말로 ‘깡패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보인다.

이 경우 LG는 초창기 중국 진출 당시 누렸던 호황까지는 몰라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체면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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