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5년 조사 끝에 '무혐의' 종결

[사진=한화그룹]
[사진=한화그룹]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공정위 맹공을 김승연 회장이 선방했네.”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던 한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재계의 반응은 대체로 이같이 모아졌다.

사실 이번 게임은 화력과 전력 면에서 앞선 공정위의 일방적 우세가 예상됐다. 특히 국회까지 나서 한화 총수 또는 그룹이 아들 삼형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지시하거나 관여했다며 조사 압력을 제기하자 한화는 그야말로 ‘고양이 앞에 쥐’인냥 수세적 입장으로 전환해야 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결정적 증거, 즉 ‘스모킹 건’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해당 거래가 정상거래에 비춰 유리했다는 점도 입증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우세한 전력에도 불구, 졸전 끝에 경기를 망쳤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사건의 출발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 정보 부문이 분사해 2001년 설립된 IT서비스 및 솔루션 개발업체인 한화S&C는 2015년 국정감사에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의 경질설이 ‘일감 몰아주기’ 반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주 사장은 일감몰아주기 등을 의식해 기존에 한화S&C를 통해 구매하던 한화투자증권의 전산장비를 IBM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했고 그룹 쪽에선 통제가 안되는 그를 경질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출신인 김 의원은 공정위 조사를 거듭 촉구했고 공정위가 마침내 그해 10월 한화그룹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하면서 이 사건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김 의원은 2005년 한화S&C 지분을 보유하던 김승연 회장과 (주)한화가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 등 김 회장 아들 삼형제에게 지분 100%를 넘기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전까지 적자에서 허덕이던 한화S&C는 이후 매출 증가에 힘입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고 실적이 개선됐다. 한화그룹은 당시 삼형제에게 지분 전량을 넘긴 배경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부채비율 규제로 계열사들이 지분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삼형제에게 지분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제 검찰’이라 불리우는 공정위는 나름 꼼꼼하게 일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9월30일까지 한화 계열사가 전산 시스템 구축 관련 일감을 IT 서비스업체인 한화S&C에 부당하게 몰아줬다고 보고 한화계열사 86개사 중 29개에 대해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이 기간 한화S&C는 삼형제가 지분 100% 보유했고 5천억원 내외의 매출액 절반 이상을 계열사 간 거래였다.

공정위는 한화S&C가 시스템통합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계열사로부터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AMS)에 대해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를 했다고 봤다.

아울러 데이터 회선 사용료와 상면료(데이터센터 서버 자릿세) 비용의 경우 정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일감몰아주기는 아들 3형제에게 부당하게 부를 넘겨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계열사에는 삼형제에 대한 지분은 없고 한화S&C에만 지분을 넣은 후 다른 계열사에서 발생 가능한 매출액을 총수일가에 이전시키고 배당 등을 통해 오너일가가 이익을 챙겨 ‘승계구도’를 마련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사실이라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정황만 있고 증거는 잡지 못해 결과적으로 날카로운 공격에도 불구, 한화를 잡는데 실패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재벌그룹의 내부거래는 그 자체만으로 불법이 아니다. 공정위 역시 정황만 가지고는 일감몰아주기를 제재할 수 없는 노릇. 그룹 총수가 관여 혹은 지시했다는 증거를 잡거나 정상거래와 비교해 상당히 유리하게 거래를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5년의 조사에도 불구, 이에 대한 물증을 잡는데 실패했다. 우선 애플리케이션 관리 서비스(AMS) 거래를 법 위반으로 보려면 한화계열사들이 합리적 고려 없이 상당한 규모로 부당하게 한화S&C와 거래했다는 점을 각각 입증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무처를 관장하는 공정위 위원회는 그룹 또는 특수관계인의 관여·지시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의절차종료를 결정했다.

이는 위원회가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지만 처분시효가 오는 내달 끝나는 터라 사실상 ‘무혐의’ 처분인 셈이다.

이뿐 아니다. 데이터 회선 사용료와 상면료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또한 한화S&C가 계열사로부터 웃돈을 주고 거래했다는 것도 입증해야 하지만 공정위는 정상가격을 제대로 산출하지 못했다.

공정위로선 뼈아픈 결과다.

초기조사에서 관련 증거 확보에 실패한 탓이 크다.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받는다.

반면 한화 김승연 회장은 선방했다.

경제 검찰이 무려 5년 동안 탈탈 털었음에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데다 김 회장 자녀들의 잇따른 사고이후 그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덧칠될까 걱정했는데 크게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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