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705건 실거래 조사 600건 국세청 통보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가 집값이 크게 오른 지난해말부터 석 달간 이뤄진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매매 중 의심사례를 들여다 보니 3분의 1 이상이 편법증여, 대출규정 위반 등 불법 거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도 적발돼 금융당국은 이들 대출에 대해서도 동일한 대출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은 26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부동산 실거래 조사 및 범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의심거래 1700건 들여다 보니 '3분 1이 불법' 

올해 2월 가동된 국토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고된 전국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거래 중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이상거래 1705건에 대한 실거래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탈세와 대출규정 위반, 명의신탁 등 불법행위 600건(35.2%)을 가려내 국세청 등 관계 당국에 통보했다.

자료늘 넘겨받은 국세청은 친족 등을 통한 편법증여와 법인자금 유용 등 탈세가 벌어진 정황이 발견된 555건에 대해 정밀 검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세청은 탈세 의심 사례로 통보받은 자료 중 자금출처와 변제능력이 불분명한 세금 탈루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법인 대출이나 사업자 대출을 받고는 대출금을 본래 용도에 맞지 않게 주택 구입에 활용하는 등 대출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37건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사례에 대해 대출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대출금이 사용 목적과 다르게 유용된 것으로 드러나면 대출 회수 조치 등에 나설 계획이다.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남의 명의를 불법으로 빌린 명의신탁이 의심되는 8건에 대해선 경찰 수사가 진행된다.

이와 함께 대응반은 계약일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례 211건을 찾아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대응반은 현재 서울 송파·강남·용산과 경기도 광명·구리 등 수도권 과열지역에 대해 고강도 실거래 기획조사를 벌이고 있다.

송파와 강남, 용산 등지에선 토지거래허가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주요 조사 대상이며,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거래도 면밀히 추적할 방침이다.

◇ 부동산불법대응반, 집값담합 등 30건 형사입건 

대응반이 올해 2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직접 수행한 부동산 범죄 수사 결과도 이날 공개됐다.

대응반은 총 30건(34명)을 형사입건했고 이 가운데 수사가 마무리된 15건은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395건에 대해선 수사 중이다.

입건된 30건 중 현수막이나 인터넷 카페 글 게시를 통해 집값담합을 유도한 행위가 13건(11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들이 단체를 만들어 비회원과 공동중개를 거부한 행위도 5건(8명)이 있었다.

위장전입이나 아파트 특별공급 부정당첨은 9건(12명), 공인중개사가 아니면서 부동산을 중개하거나 광고한 행위는 3건(3명)이었다.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의 빈틈을 탄 부정청약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됨에 따라 수사대상자는 최대 26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대응반은 설명했다.

대응반은 이달 21일부터 공인중개사의 인터넷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됨에 따라 한국감정원 신고센터, 인터넷 광고 모니터링 위탁기관인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함께 인터넷 매물 광고를 적극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수사해 나갈 방침이다.

SNS와 유튜브,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투자사기 등 각종 부동산 불법행위와 거래질서 교란행위 단속을 위해 검찰과 경찰 등 유관기관과 공동 대응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일부 저축은행과 여전사가 대부업자의 주택근저당권부 대부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하는 형태로 LTV 규제를 우회하는 사례를 적발했다.

이에 금감원은 저축은행·여전사의 주택근저당권부 대부채권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LTV 한도 등 대출규제를 적용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모든 금융권을 대상으로 주담대 규제 전반에 대한 테마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경찰청은 최근 집값이 불안한 세종시 지역을 대상으로 기획부동산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관할하는 8개 지방경찰청에 특별수사팀 11개팀 54명을 편성해 운용 중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홍남기 "부동산 불패론 끊어내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시장에 뿌리박혀 있는 부동산 불패론을 이번만큼은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각오로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보호, 투기적 수요 근절 등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며 "부동산가격 안정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을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지겠구나'라는 신뢰와 공감이 안착되도록 총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주택 시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등 진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매 시장은 서울 지역의 낮은 상승세가 지속됐고, 전세시장은 아직 상승률을 보이나 상승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며 "현재의 조심스러운 진정세를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교란 요인으로 작용하는 투기 수요 등에 대한 관리가 매우 긴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부동산 허위매물 위반 사례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 21일부터 미끼매물 등 허위매물을 온라인상에 게재한 공인중개사에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는데, 민간 부동산 통계업체에 따를 경우 시행 첫날 서울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매물 모두 전일보다 10~20% 수준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20일 대비 24일 기준으로는 약 3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통상의 1일 변동폭 7배를 넘는 수준으로 감소물량 대부분이 허위매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한 달간 계도기간을 거친 뒤 위반 사례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