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 아파트 매수 37%가 30대 이하
강서·성동 등 집값 낮은 지역서 구매 많아
서울 집값 급등하자 경기도로 매수세 유입

2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안내판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안내판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도대체 부동산 시장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길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0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 발언까지 하며 이들의 자제를 요청한 것일까.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세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 답변에서 "부동산 세제강화 이후 다주택자와 법인이 가진 주택 매물이 많이 나왔지만 이를 30대 젊은층이 '영끌'로 받았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26일 한국감정원 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1만6002건) 가운데 30대 이하의 비중은 36.9%(5871건)를 차지했다.

이들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앞으로는 영원히 내집마련이 어렵다는 조바심에 빚을 내서라도 무리하게 '패닉 바잉(공포에 의한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서구로 무려 46.6%에 달했다. 이어 성동구(46.2%)와 영등포구(43.8%), 관악구(41.9%), 서대문구(41.8%), 마포구(41.4%), 성북구(41.1%), 구로구(40.9%) 등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강남권에서 높았다.

경기에서도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세는 강했다.

지난달 경기 아파트 매매 건수(3만1735건) 가운데 30대 이하의 매입 비중은 30.1%(9543건)로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아파트는 청약 당첨 가점에서 중장년층보다 불리한 젊은 층의 자가구매 선호가 강한 편"이라며 "최근엔 서울 아파트값 급등에 따라 경기도 아파트로 매입 행렬이 전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장년층과 비교해 소득 수준이 낮은 30대 이하의 주택 구매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이뤄진다.

2018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대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액은 102조7000억원으로, 전체(288조1000억원)의 35.7%를 차지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최근 1년간 30대 이하가 빌린 대출금은 58조8000억원으로 직전 1년(43조9000억원)보다 무려 15조원가량 늘었다.

무주택자인 직장인 이모(39)씨는 "계속되는 집값 상승으로 30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이러니 시세는 계속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대출받을 여력조차 되지 않는 30대들은 또 한 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30대 이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주택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은 연령층"이라며 "과거에도 이들의 주택 구매는 부동산 활황기에 많아지고 침체기에 적어지는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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