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은행·신한금투·미래에셋 총 1611억원...금융권 "환매중단 1.3조원이 더 걱정"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 등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 4곳이 '100% 배상'이 담긴 금융당국의 분쟁조정안(분조안)을 수용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가 '전액 배상'을 권고한 것도, 금융사들이 이를 수용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최후통첩 기한인 지난 27일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금융감독원의 거센 압박에 사실상 백기 투항한 셈이다.

금융권에선 라임자산운용의 다른 펀드와 옵티머스 펀드 등 부실펀드의 배상도 예정돼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 책임 원칙'을 묻지 않는 사상 초유의 100% 배상이라는 선례가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이를 악용하려는 블랙컨슈머 문제 등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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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 4사 이사회, '100% 배상' 조정안 수용키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 펀드 판매사 4곳은 전일(27일) 이사회를 열고 모두 분조안인 '전액 배상'을 수용하기로 했다.

분조안 수용은 사실상 재판의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므로 더 이상 라임펀드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도 사라지게 됐다.

다만, 신한금투의 경우 고객 배상과는 별도로 다른 판매사들이 구상권 다툼을 벌일 수 있는 자사의 책임이 담긴 PBS본부와 관련된 일부 사실 등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등 총 1611억원을 투자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판매사들은 2018년 11월 이후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나머지 투자자들에 대해서도 자율조정을 거쳐 순차적인 투자금 반환 절차에 나설 전망이다.

분쟁조정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라임 펀드를 판매한 신영증권도 자율조정을 실시하게 된다.

◇ 판매사들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수용 결정은 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윤석헌 금감원장이 직접 압박에 나서면서 거스를 수 없게 됐다는 해석이다.

윤 원장은 당시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조정안을 수락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피해 구제를 등한시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모두 잃으면 금융회사 경영의 토대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영실태평가 등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쳤고, 불수용시 피해자들의 소송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키코(KIKO) 분쟁조정 과정에서 6개 대상 금융사 가운데 5곳이나 수락하지 않자 이번에는 금감원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게다가 여당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 판사사로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소비자 보호와 신뢰회복,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수용했다"고 말했고, 하나은행은 "검찰수사와 형사 재판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신속한 투자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미래에셋대우는 라임운용을 비롯해 스와프거래로 피해를 키운 증권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 방침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라임운용과 자사 임원이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한금투는 신뢰회복과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고객 배상을 수용한다면서도 PBS본부와 관련(신한금투에 책임을 물은 부분 등) 일부 사실은 수용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의 금감원 라임 분조위 결과 수용 및 라임펀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와 100% 배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의 금감원 라임 분조위 결과 수용 및 라임펀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와 100% 배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분쟁조정 대기 1조3000억원인데 어쩌나

금융권은 이번 100% 배상이라는 분조안 수용으로 부실 펀드의 책임을 판매사가 고스란히 떠안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이외에 옵티머스 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아름드리자산운용 펀드, 디스커버리펀드, 팝펀딩펀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등 부실 사모펀드들이 분쟁 조정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판매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13개 사모펀드 환매중단액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부실 펀드에 물린 금액은 우리은행이 약 4742억원이 가장 많다. 펀드별 환매중단 현황을 보면 ▲라임펀드 3577억원 ▲젠투파트너스 펀드 902억원 ▲DLS 223억원 ▲교보로얄클래스 펀드 40억원 등이다.

신한은행도 약 3940억원어치 펀드가 환매중단 됐다. ▲라임펀드 2713억원(50% 선지급) ▲디스커버리 US부동산선순위 펀드 651억원(일부자금 회수중) ▲아름드리 무역금융펀드 470억원 ▲교보로얄클래스 펀드 106억원 등이다.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1500억원 ▲라임펀드 871억원 ▲DLS 516억원 ▲젠투파트너스 펀드 427억원 ▲디스커버리 펀드 241억원 등 약 3555억원어치 펀드가 환매중단 됐다.

IBK기업은행도 1230억원이 묶여 있다. ▲디스커버리 펀드 914억원 ▲라임펀드 316억원 등이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묻고 있다. 이후 판매사들로 하여금 운용사 과실 여부를 따져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잇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근본 원인은 운용사의 '모럴해저드'가 원인인데 투자자 보상 책임은 판매사가 모두 떠안아야 할 판이다"라며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판매사 보상이 공식화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영업을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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