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 무분별한 매장 확장이 부메랑으로
빕스 뚜레주르 등 각종 외식브랜드 철수 불가피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CJ그룹(이하 CJ)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1994년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상당 기간 동안 기세가 정말 대단했다.

중국 내 일부 임직원들은 홈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외식, 식품 사업 등에서 기염을 토하면서 승승장구하자 중국을 제2의 본사로 생각하는 듯한 자신감도 피력하고는 했다.

중국과의 홈쇼핑 합작사인 동방CJ를 통해 2020년에 20조 원의 매출액을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이 날 만큼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각 분야의 사업이 평균적으로 부진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의 대거 철수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 제대로 안착, 계속 쾌속 항진을 거듭하고 있다면 결코 보여주지 않을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 왕징에 소재한 CJ의 뚜레쥬르 매장. 전국에 200여 개 가까운 매장이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CJ중국 홈페이지]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우다오커우(五道口)에 소재한 CJ의 뚜레쥬르 매장. 전국에 200여 개 가까운 매장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CJ중국 홈페이지]

불과 20여 년 만에 천당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사업이 급전직하한 것은 아무리 외부 요인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솔직히 변명의 여지는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정적 패착도 많이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사업 규모를 늘리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무차별 확장에 나선 행보를 꼽을 수 있다.

외식 사업 분야의 과거 행적만 살펴봐도 알기 쉽다.

수도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한국인 타운으로 꼽히는 왕징(望京)과 바로 인근 지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태풍이 연쇄적으로 몰아치기 전인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단한 핫플레이스였다.

베이징은 말할 것도 없고 근처의 다른 도시나 성(省)의 중국인들도 한 번쯤은 들러 한식을 맛보고는 했던 사실에 비춰볼 때 나름 매력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CJ는 그러나 이 사실을 너무 맹신했다.

10여 년 전부터 빕스를 비롯해 비비고,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등 자사 외식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키는 오버도 마다하지 않았다.

직선거리로 채 100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 동일한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영업을 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규모의 경제’에 대한 CJ의 무모한 신뢰는 허물어져갔다.

급기야 왕징은 물론 인근의 브랜드들은 하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말할 것도 없이 베이징 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전국 대도시에서는 한 번 이상씩 저질러진 실수라고 단언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물론 외식 브랜드 수천 개를 전 대륙에 깔겠다는 야심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하면 이 정도 실수는 ‘병가의 상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대책 없는 직진’ 정신은 수백여 개로 폭발한 매장을 관리할 직원들을 채용하는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사실 외식 매장 직원들의 갖춰야 할 조건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공통적으로 애매하다고 할 수 있다.

쉽게 보면 그저 외모가 단정하고 조금 센스가 있는 정도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고객들을 상대하면서 품위 있는 매장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직원들의 상당한 지적 수준도 중요한 포인트로 봐야 한다.

CJ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후자의 입장에서 직원들을 배치하고자 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꽤 좋았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과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중국인들만을 대거 채용, 충분한 사전 교육도 없이 현장에 서둘러 배치한 것은 확실히 문제였다고 할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수준 높은 감정 노동자를 양성하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나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CJ의 현지 채용 직원으로 뽑혀 수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는 Y 모씨의 설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CJ가 한국 본사에서 파견한 중국 내 직원들이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 대륙에 수백여 개에 달하는 매장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턱 없이 모자란다. CJ는 이를 현지 인재들을 채용한다는 명분으로 해결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본사 직원을 파견하지 못할 상황이면 이들에 대한 사전 교육을 철저히 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수많은 직원들의 채용은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CJ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다시다. 생산하지 않는 식품과 식자재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CJ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다시다. 생산하지 않는 식품과 식자재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CJ가 대마불사를 맹신하는 스타일의 경영을 추구하는 경향은 식품 사업에서도 엿보인다.

한국산 어묵과 두부에서부터 중국산 훙사오러우(紅燒肉. 돼지고기 장조림 비슷한 음식) 컵밥까지 생산, 전국에 유통하는 현실이 무엇보다 이 사실을 잘 말해주지 않나 보인다.

당연히 모든 품목들이 평균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면 비난의 소지는 줄어든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훙사오러우 컵밥이 중국인들의 입맛을 도무지 모르고 만들었다는 말을 듣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지 한국인들에게조차 공짜로 먹으라고 해도 못 먹을 극혐의 음식으로 불리는 사실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CJ가 지금부터라도 심기일전, 반전의 전기를 마련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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