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등 추진에 역대 최대규모 확장재정...국가채무도 945조원으로 불어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555조8천억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재정이다.

올해 본예산 보다는 8.5% 늘린 것인데, 이에 적자국채를 90조원 가까이 발행하면서 국가채무도 900조원을 넘서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이에 따른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을 대비하는 시기에 나라 곳간(재정)을 활짝 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를 열고 555조8000억원의 내년도 예산 정부안을 확정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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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은 골든타임...역대 최대 확장재정

정부가 초슈퍼급의 확장재정을 선택한 이유는 내년을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회복은 물론 향후 성장을 위해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에 내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 보다 8.5%, 3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까지 비교해보면 1.6% 증가했다.

본예산 기준 내년 총지출 증가율(8.5%)은 2019년(9.5%)과 2020년(9.1%)과 비슷하나 총지출 증가율에서 총수입 증가율(0.3%)을 뺀 확장재정 수준은 8.2%포인트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다.

2년 연속 총지출 규모(555조8000억원)가 총수입(483조원)을 넘는 예산이 편성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2020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확장적 재정기조 하에서 재정건전성이 다소 약화된 측면은 있으나 방역·경제 전시상황에서는 일시적인 채무·적자를 감내하면서라도 재정에 요구되는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 극복, 선도국가' 2021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 극복, 선도국가' 2021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확장재정 핵심엔 '한국판 뉴딜'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한국판 뉴딜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계획으로 국비만 2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디지털 뉴딜에 7조9000억원, 그린뉴딜에 8조원, 사회·고용안전망 강화에 5조4000억원을 배정했다. 1조원 상당의 뉴딜투자펀드도 조성한다.

내년도 예산을 분야별로 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29조1000억원)에서 올해보다 22.9% 늘며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디지털 뉴딜 등 한국판 뉴딜 투자가 반영된 영향이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해 그린뉴딜 투자를 늘리면서 환경(10조5000억원)예산은 16.7% 증가했다.

친환경차 구매를 지원하고 미세먼지 방지시설도 늘린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3대 분야 투자 확대로 연구·개발(R&D)예산은 27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3% 늘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1.9% 증가하며 26조원이 편성됐다. 스마트시티, 드론, 수소에너지 시범도시 조성 등 미래 신산업 육성 등에 쓰일 예정이다.

보건·복지·고용분야 예산은 올해보다 10.7% 증가한다.

규모만 놓고 보면 199조9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5.9%에 달한다. 생계급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차상위 등 저소득 위기가구를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긴급복지 대상 가구도 10만4000가구에서 11만5000가구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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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채무 945조원...재정건전성에 경고등

확장재정의 결과로 내년 국가채무는 945조원까지 불어난다.

들어올 곳은 없는데 쓸 곳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국세 세입을 282조80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세입경정(11조4000억원·세수 부족 예상분 보충)을 반영한 3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세입 전망치보다 1.1% 많은 규모다.

내년 법인세수가 53조3000억원으로 올해(이하 3차 추경 기준) 대비 8.8%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파다.

소득세수(89조8000억원)가 올해 대비 1.5% 증가하고 종합부동산세(5조1000억원)가 54.0% 급등하며 간신히 국세 수입을 플러스로 만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에 세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대인 89조7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로써 내년 국가채무는 900조원을 훌쩍 넘는 945조원까지 늘어난다. 올해 연말 전망치인 839조4000억원보다 105조6000억원이나 많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7%로 올해 대비 3.2%포인트 오른다. 재정수지 적자는 109조7000억원, GDP 대비로 5.4% 수준이다.

급격한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온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확장재정이 불가피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이 30% 후반에서 불과 5년 만에 50% 후반으로 증가하는 건 속도가 정말 빠르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선진국은 복지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어 복지 수요가 앞으로 급증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한국은 연금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고령화가 진전되면 앞으로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 재정 건전성이 추가로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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