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4특허’가 뭐길래 양사 날선 신경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특허 소송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그래픽=연합뉴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특허 소송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그래픽=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기술을 가져가 특허 등록한 것도 모자라 소송까지 제기했다. LG화학을 상대로 제소한 ‘994특허’는 이미 LG화학 파우치 배터리에 적용된 선행기술이다 ” (LG화학)

“LG는 특허 자체 논쟁보다 SK를 비방하는데 몰두, 상식 밖의 주장을 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배터리 특허소송'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신경전이 거세다.

이미 ITC의 예비승소 판결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LG화학은 6일 “SK이노베이션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어 사안의 심각성과 정확한 사실을 알리겠다”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994특허를 출원한 2015년 6월보다 훨씬 이전부터 선행기술을 보유, 2013년부터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에 판매된 LG화학 A7 배터리가 해당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훔친 기술 등으로 미국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행위로 ITC에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가져간 데 이어, 이를 특허로 등록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특허침해 소송까지 제기한 후, 이를 감추기 위 해 증거인멸도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3일 미국 ITC에 LG화학이 자사의 ‘994특허(US 10,121,994)를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자동차전지 파우치형 배터리셀 구조와 관련된 ‘994특허’ 소송의 예비결정 및 최종결정 일정은 미정으로 내년쯤에나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994특허가 LG화학 제품에서 고안해 낸 기술이라는 근거로 우선 SK이노베이션의 ‘994특허 발명자가 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 관련 재료, 무게, 용량, 사이즈, 밀도 등 세부 정보가 담긴 문서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더 중요한 것은 특허소송이 합리적으로 예측되는 시점부터 증거보존 의무를 준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을 제기한 지난해 9월 전후 계속적으로 범행의도를 가지고 핵심 증거들을 인멸하는 행위를 지속해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994 특허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이라며 “LG화학은 특허소송을 당한 시점에는 해당 기술에 대해 인지 조차 못하고 있다가 소송 절차가 한참 진행된 후에야 뒤늦게 유사성을 강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LG화학이 아니면 말고 식의 비방을 반복해오고 있다”며 “LG화학이 인용한 문서들은 특허 관련 정보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사가 서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드러내놓고 비방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배터리 특허 소송 결과에 따라 양사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특허소송을 둘러싼 ITC 최종 판결이 한달여 앞으로 예정돼 있어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ITC 최종 판결은 다음 달 중순 무렵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ITC 판결로 양사간의 분쟁이 마무리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TC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든 패소한 쪽에서는 항소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이니만큼 양사 모두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서로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같은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ITC 및 국내외 민사소송과 별개로 배터리 기술 유출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양사 중 한쪽은 형사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공방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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