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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9-30 00:44 (수)
[행동경제학으로 보는 세상⑧]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 '사람을 먼저 알아야 성공한다'
[행동경제학으로 보는 세상⑧]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 '사람을 먼저 알아야 성공한다'
  •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승인 2020.09.0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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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철학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물론 지난 대선 당시에는 다른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여러 정책의 기저에는 이런 철학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는 생각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문학적이면서도 우리가 지향하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돼 또 다른 정치인이 얘기했던 '저녁이 있는 삶'과 더불어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슬로건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여러 정책들은 '사람'들과 겉돌기만 하는 듯하다.

그러나 많은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현 정부 정책의 실패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대항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 지적은 일부분은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일부분은 그렇지 않다.

정치적인 타협이 필요하거나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모호한 여러 정책들에 대해서는 맞는 말일 수 있겠지만, 정책에 대한 배경 이론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사람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사람이 먼저다'에 맞는 정책을 책상에 앉아서 만들려고만 하니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럼 그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정책을 수립할 때 보통은 학계나 관계에서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던 기존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은 대부분 전통경제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난번 글에서 말한 것처럼 전통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선호가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다고 본다.

주변에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떠한 유혹을 한다 해도, 개인의 진정한 선호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항상 이기적면서도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정책은 이론상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합리적으로 수용할 거야'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수립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예를 들어보자.

우선 손실회피성향(Loss Aversion)이다.

이는 사람들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다르게 평가한다는 개념이다.

무언가를 획득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나 기쁨보다 무엇을 잃을 때 느끼는 슬픔이나 고통이 훨씬 더 크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 차이가 약 두 배나 된다고 말한다.

1000원을 잃어버렸을 때 슬픔은, 1000원이 생겼을 때 느끼는 기쁨과 같은 수준이 아니라 2000원이 생겼을 때 느끼는 기쁨과 같은 수준인 셈이다.

이는 정책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말에 어느 기준을 넘었을 때 금전적 유인인 보너스를 제공하는 정책과 미리 일정한 보너스를 지급하고 연말에 기준 이하일 경우 정산하여 보너스의 일부 혹은 전부를 반납하는 정책이 있다고 하자.

그럴 경우 사람들은 보너스로 받는 돈은 이득, 반납해야 하는 돈은 손실로 보기 때문에 후자가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가 있게 된다. 

왜냐하면 손실이 싫어서다.

이는 행동경제학 실험에서 입증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특정 집단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정책이 있다면, 앞선 이론을 바탕으로 보조금 지급 방식에 따라 성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 주든 결과는 같아야 하는 정책이 조금의 틀을 바꿈으로써 결과가 다른 정책이 되어버린다.

기존 관점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기존 행동경제학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에 맞게 진행해야만 한다.)

둘째, 잘 수립한 정책을 전달할 때에도 '어떻게 하면 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지'에 대해서도 사람의 반응을 고민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프레임 효과(Frame Effect)이다.

역시 예를 들어보자.

전염병이 창궐할 때 정부는 이를 방치할 경우, 6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해 대책을 만들어 낸다. 

같은 대책을 가지고 '① 사망자 수를 200명 줄일 수 있다', '② 1/3의 확률로 사망자 수를 모두(600명) 줄일 수 있고, 2/3의 확률로 사망자 수를 전혀 줄일 수 없다'라는 두 가지 프레임으로 선호를 물어보면 확실하게 1번을 많이 택한다. 

앞과 같은 대책을 '③ 4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④ 1/3 확률로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있고, 2/3의 확률로 모두 사망한다'라는 다른 표현의 두가지 안 중 선택하게 할 경우는 확실하게 4번을 더 많이 택한다. 

네가지 모두 같은 대책인데 말이다.

하지만 첫 번째 조사는 사람들이 "몇 명이 살게 되느냐"로 인식하여 1을 택하게 되고, 두 번째 조사는 사람들이 "몇 명이 죽게 되느냐"로 인식하여 4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즉, 프레임을 달리함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과 선호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행동경제학에서 연구하는 '사람'에 관한 여려 가지 가설들이 있는데, 기존 정책 전달 과정에서는 수용하는 '사람' 혹은 '국민'의 행동과 선택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았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정책의 내용도, 정책의 전달 과정도 '사람이 먼저'인 정부에서 사람을 모르고 진행했을 경우가 대부분이라 여겨진다. 

이는 그냥 이전대로, 관습대로 행한 결과이다.

어떤 정부건 간에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국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이 변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해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