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통증의 합일적 승화
‘소년이었던 소년’, 오채운 著, 천년의 시작 刊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오채운 시인의 시집 『소년이었던 소년』이 출간됐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삶의 상처와 통증의 흔적을 되짚는 가운데, 타자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과 슬픔을 시적 서사의 자리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획득한다.

시에서 나타나는 ‘부재하는 타자’는 끝내 결별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이다.

이는 가족이나 연인 혹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삶 그 자체에 내재해 있는 불특정 다수이기도 하다.

시인은 현존과 부재, 사랑과 결핍, 삶과 죽음 등 이항 대립적 요소들의 경계에 서서 상실감으로 인한 통증을 빛나는 시적 언어로 승화시킨다.

해설을 쓴 임지훈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오채운의 시는 “한 시절로부터 이어지는 상처의 연대기 속에서, 자신의 통증과 싸우며 그 속에서 세계를 감싸고 있는 보편적 통증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며, “사랑마저도 통증이고, 통증이야말로 오직 사랑을 이 세상에 잠시 자리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증언하는 행위다.

오채운 시인.
오채운 시인.

요컨대 이번 시집은 상실과 그에 따른 상처의 흔적이 시인의 시적 감수성과 어우러지면서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는 언어의 파장을 만들어낸다.

해설의 말처럼 우리가 “몸을 숙여, 우리에게 와 닿는 오채운 시인의 파장에 손을 담”그며 “파장의 중심을 마음속에 그려”볼 때, 시인이 파놓은 시의 우물에 우리의 얼굴을 비추어볼 때, 비로소 시인이 만들어내는 상실과 비애의 물결은 시에 이르는 수로(水路)를 따라 유유히 흘러나갈 것이다.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오채운 시인은 한 시절로부터 이어지는 상처의 연대기 속에서, 자신의 통증과 싸우며 그 속에서 세계를 감싸고 있는 보편적 통증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사랑을 말하고 생활을 말하면서도, 그것은 늘 상처로부터 피어나고 상처로 향한다.

그러니 그에게는 사랑마저도 통증이고, 통증이야말로 오직 사랑을 이 세상에 잠시 자리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평가했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시 「소년이었던 소년」은 오래도록 곰삭인 상실에 대한 아픔의 시적 승화이자 그리움의 내면화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즐거운 합창을 하고

소년은 그 노래의

가사를 알지 못하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소년이었던 소년

 

피 묻은 옷을 벗고

맑은 물에 발을 씻고

무럭무럭 자라도 소년은

공장에는 갈 수 없다네

 

출발하는 지하철에 오르지 못하고

아무도 없는 플랫폼에서

먼 곳만 바라보며

들리지 않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소년

 

날 때부터 지금까지

소년이었던 그 소년은

 

자라지 않는 소년인 채로

조금씩 늙어간다네

(「소년이었던 소년」 전문)

오채운 시인은 전북 김제 출생으로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2004년 <동서문학> 신인 작품상으로 등단, 시집 『모래를 먹고 자라는 나무』, 저서 『현대시와 신체의 은유』 등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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