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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9-28 11:43 (월)
['中亡 기업'의 숨은 얘기⑲] 디테일 없이 의욕과 전략만 앞세웠다 실패한 SK그룹
['中亡 기업'의 숨은 얘기⑲] 디테일 없이 의욕과 전략만 앞세웠다 실패한 SK그룹
  • 전순기 통신원
  • 승인 2020.09.1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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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층 역점사업 SK아이캉(愛康) 병원 5년만에 문닫아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SK그룹(이하 SK)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SK차이나는 한때 위세가 대단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지사에 본사에서 파견한 임직원들만 100여 명 전후에 이를 정도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 당장 시급한 인프라 건설에 대대적 박차를 가했을 때는 아스팔트 사업 등으로 이른바 대박을 치기도 했다.

지금도 과거의 영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SK하이닉스는 중국이 호시탐탐 노릴 정도로 정말 극강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특별한 급변 상황에 직면하지 않는 한 최소한 10년 정도는 현재의 위상을 자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현지의 교민 자제들이 다니는 한국학교 교사(校舍) 구입에 20억 원을 선뜻 희사한 것은 결코 괜한 게 아니었다.

여기에 차오양구 소재의 대형 빌딩까지 보유하고 있는 현실까지 더할 경우 SK의 중국 사업은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베이징 차오양구 젠궈먼(建國門) 소재의 SK 빌딩. SK의 중국 사업이 반드시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베이징 차오양구 젠궈먼(建國門) 소재의 SK 빌딩. SK의 중국 사업이 반드시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하지만 평균적으로 불만족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봐야 한다.

굳이 성적을 매긴다면 낙제를 면하는 정도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SK차이나의 한국 임직원들이 대거 철수, 전체 인원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사실이 무엇보다 이 단정을 대변하지 않나 싶다.

당연히 SK도 상황이 극단적으로 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제2의 본사 거점이 마련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희망고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사업들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실패의 이유들은 충분히 복기가 가능하다.

원인들이 너무나도 분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때 아스팔트 사업에서 발군의 실적을 내면서 전설로 불리다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반추하는 것조차 씁쓰레하게 생각한다는 전직 간부 K 모씨의 회고담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SK의 전체 실적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발전이 빛의 속도로 진행되면서 상황이 갑작스레 나빠졌다. SK뿐 아니라 모든 한국 기업들은 이에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SK는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계속 중국을 세계 최대 시장으로 인식하면서 각 분야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욕과 전략만 있었지 구체적인 전술이 없었다. 이게 패착이라면 패착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SK는 금세기 초 중국 사업을 더욱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나름의 전략을 수립했다고 한다.

예컨대 SK차이나의 독립적 운용을 비롯해 적극적인 현지화와 중국인들을 고위급 인사와 기술 전문가들로 중용하는 원칙들이 그것들이었다.

하지만 말에서만 그치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K 모씨의 회고대로 구체적인 전술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디테일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SK의 가장 뼈아픈 실패 사례 중 하나인 SK아이캉(愛康) 병원의 케이스를 살펴봐야 수긍이 빠르지 않을까 싶다.

이 병원은 2004년 베이징 차오양구에 설립된 것으로 처음부터 고급 의료서비스를 펼친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운 채 고고의 성을 울렸다.

중국이 의료 시장을 개방한 이후 외국 기업이 최초로 시도하는 사업이었다는 사실에서도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인력 양성, 신약개발 사업까지의 의료 산업 전 과정을 아우르겠다는 게 당시 SK의 목표이기도 했다.

그룹 최고위층의 역점 사업이기도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이 병원은 5년 만에 철저하게 망가진 채 문을 닫았다.

현지화를 말로만 한 것이 최대 원인이었다.

디테일하게 이유를 분석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무엇보다 이 병원은 현지 중국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나도 문턱이 높았다.

현지 유학생 출신의 코디네이터가 있기는 했으나 한국에서 파견나간 의료진 중에 중국어가 가능한 인력이 아예 제로였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그렇다고 중국 고객들을 쌍수 들어 대환영한 것도 아니었다.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이라는 식이었다.

하기야 당시 고객들 중에는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 같은 내로라하는 한국과 외국인 명사들이 즐비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SK는 여기에 병원비도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했다.

중국인들은 오지 말라는 무언의 시그널과 하나 다를 게 없었다.

당시 코디네이터로 일했던 C 모씨가 “병원에서는 중국인 고객을 위해 나를 채용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라는 등의 기본적인 업무도 원하지 않았다. 중국인 고객이 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하루 종일 노는 게 일이었다.”고 지금도 푸념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2014년 상하이(上海)에서 SK C&C가 시작한 중고차 사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하게 전망이 있다는 판단 하에 뛰어들었으나 지금은 관련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중고 제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절대 시작하지 않았을 사업이 아니었나 보인다.

중국 정부 허가 사업인 에너지, 통신, 건설, 의약 등의 산업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뛰어든 무모함 역시 사업을 실패로 이끌 수밖에 없었던 SK의 전술 부재의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너무 중국을 믿는 나머지 글로벌 경쟁업체들에서도 우려할 정도로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극단적인 친중 투자 행보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이로 보면 SK의 중국 사업이 낙제를 면할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상당히 후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