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로 수출 단기타격·엔디비아 M&A는 특허권 등에 영향 불가피
"섣부른 예단 금물 우리 업계 대응따라 오히려 기회된다" 분석도 다수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15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두 가지 빅이슈가 전해졌다.

이미 예고된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이날부터 발효된다는 것과 세계 최대 그래픽 칩셋(GPU) 회사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영국 ARM홀딩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다.

이 두 가지 이슈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보여 업계는 물론 정부도 파장을 우려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만 우려만큼 기회도 있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픽=뉴스퀘스트]
[그래픽=뉴스퀘스트]

◇ 화웨이 제재...우리 반도체 수출 타격 불가피

지난달 발표된 미국 상무부의 공고에 따르면 이날부터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세계의 전 반도체 기업은 미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기업들도 이날부터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약 40%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잃는 셈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1~7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비중은 전체 41.1%에 이른다. 이 기간 547억4000만달러 가운데 224억8900만달러가 중국으로 향했다.

두 번째로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홍콩으로 이 기간 113억7500만달러가 수출돼 수출 비중 20.8%를 차지했다.

홍콩 수출 물량 가운데는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는 물량도 포함되는만큼 중국으로 향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량이 실제 통계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의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수출액도 38억2200만달러로, 수출 비중은 43.7%였다. 베트남(44.5%)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반도체업계는 수출 금지 조치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연간 10조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량이 939억3000만달러(약 112조)임을 고려할 때 비중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단기적인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에 대비해 재고 부품을 많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화웨이가 핵심 반도체 부품의 재고를 많이 쌓아놓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의 단기 수출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화웨이를 제외한 다른 업체로 수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번 제재가 우리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 엔디비아, ARM 인수 반도체시장 지각변동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이 크게 움직이는 것이어서 만만치 않은 파장이 우려된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될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와 CPU(중앙처리장치) 기술을 모두 한 회사가 갖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그야말로 거대 반도체 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최종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거래대금에는 215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과 120억달러의 현금이 포함된다.

원래 엔비디아는 세계 최고 GPU 업체이다. 각종 비디오 게임을 구동시키는 그래픽칩셋 제조는 경쟁업체가 없다고 할 정도로 독보적인 회사다.

또 시가총액이 3000억달러에 달하는 엔비디아는 생산 실책 속에 주가가 폭락한 인텔을 제치고 미국 반도체 기업 중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됐다.

업계에서는 GPU 사업 중심의 엔비디아가 ARM 인수로 AI·자율주행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받을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특허 이용을 제한하는 '갑질'에 나설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엔비디아는 2014년에도 삼성이 자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제조에서 ARM의 설계도를 가져다 쓰지만, 엔비디아와는 경쟁 상대다. ARM의 설계 특허가 워낙 광범위해 대체는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삼성전자가 경쟁사라고 해도 업계 '빅 고객'인 만큼 큰 영향은 없을 수도 있다.

엔비디아는 최신 GPU 물량을 삼성전자에 맡기면서 양사의 사이가 적에서 동지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사업을 확장할수록 양사의 협력 관계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에서 엔비디아는 삼성전자를 점유율 50~60%에 달하는 첫번째 거래처(벤더)로 사용하고 있다"며 "삼성 입장에서 엔비디아의 주문 확대는 매출 성장과 함께 응용처 확대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GPU에 강점을 가지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CPU 산업 진입을 알리는 변화로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며 "엔비디아는 기존 HPC(고성능컴퓨팅) 시장에서 인텔과 AMD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포석을 깔면서 향후 IoT(사물인터넷)와 전장 부문에서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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