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출신 인사들 '단골 피난처'...사실상 로비스트
허술한 제도 틈타 회사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장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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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고려휴먼스’라는 기업을 아시나요?

금융소비자나 일반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개는 모른다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런데  ‘고려할 수 있을 때 고려하세요’라는 TV 광고를 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엔 많은 이들이 머리를 끄덕인다.

채권추심으로 성장한 고려신용정보를 알리는 PR광고를 한 두어 번은 들어봤다는 것이다.

고려휴먼스는 바로 고려신용정보의 자회사이다.

이 회사가 최근 금융감독원 이상구 전 부원장보를 대표로 영입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그는 금감원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비리공직자이기에 충격은 더하다.

이에 앞서 2014년 이석우, 2016년 조성열 등 전 금감원 출신 국장이 연이어 고려휴먼스 대표를 맡았다.

이 때도 소위 ‘금피아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는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 출신 퇴직인사들을 지칭한다.

이쯤되면 고려휴먼스가 물불 안가리고 금감원 출신 고위직 인사들의 단골 피난처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금융당국 퇴직자들이 사실상의 로비스트처럼 활동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렇다면 고려휴먼스는 어떤 회사일까. 또 왜 이토록 금감원 인사들에게 구애공세를 하는 걸까.

1992년 경비업체로 설립된 이 회사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청원경찰 파견을 주업무로 했다.

이후 은행이나 카드회사 콜센터, 금융기관 보안, 캐피탈사 오토금융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대부분의 수익을 은행 카드 보험 캐피털 등 금융권 주변에서 만든다.

외피는 인력회사지만 속살은 금융기관 모양새다.

이 회사에 정착한 낙하산 금피아들이 신규업무를 따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주기로 바뀌는 기존계약을 유지하는 것도 사업성패의 주요한 관건이다.

이러한 업무 특성 때문에 금융기관이 늘 ‘상전’이고 고려휴먼스는 ‘영원한 을’일 수 밖에 없다.

결국 고려휴먼스는 자신들의 사업영역인 금융기관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라는 고민 끝에 자연스레 ‘금감원’이란 해법에 도달하게 된 것이란 지적이다.

금감원이나 주주들은 전혀 손해볼 것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퇴직자들로선 괜찮은 `피난처`를 찾은 셈이다.

지난 2014년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제한 기간이 끝나기까지 `쉬어 갈 자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고려휴먼스 주주들로도 밑질 게 없다.

‘갑중의 갑’인 금감원 출신이 이 회사에 오게 되면 영업에 득이 될 게 불보듯 뻔하다.

주요 고객사가 은행·카드 등 금융회사인 만큼 고객사들 역시 금융사를 감독해온 금감원 출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고려휴먼스가 지난 5월 금융분야 인력공급 부문을 맡고 경비 관련 인력업체 `고려휴먼스디에스`를 떼어내 분사한 것.

그래서 금융권 주변에선 고려휴먼스가 금감원 이 전 부원장보 자리를 위해 사전정지 작업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력공급업체 대표가 전과기록이 있다면 고객사가 업체를 선정할 때 결격사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낙하산 금피아’ 문제는 없는 것일까.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로서는 금감원 퇴직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인력공급업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있지만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는 식으로 알게 모르게 도와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금감원 고위 퇴직자들이 고려휴먼스에 연이어 대표로 영입되고 있지만 별도로 막을 방법이 없다.

법의 모순 때문이다.

고려휴먼스 대표를 역임했던 조 전 금감원 국장은 일반은행검사국장을 지냈음에도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업무 연관성이 작다’는 이유로 취업 승인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정부나 국회가 대안마련에 손놓고 있는 사이 금피아를 연이어 영입한 고려휴먼스는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손쉽게 돈 벌 궁리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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