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이자 한국인 첫 사무총장이 탄생할까?
블룸버그 통신은 18일(현지시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1라운드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1라운드에서 8명의 후보 중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등 3명이 탈락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유 본부장은 영국의 리엄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경제·기획부 장관,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문화부 장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은행 전무와 3라운드 진출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최근 WTO 사무총장 선거의 경향을 보면 아시아·아프리카계 여성이 유리하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대로라면 2라운드에 진출한 후보 중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케냐의 모하메드 후보가 유 본부장과 같이 여성 후보로 모두 아프리카 출신이다.
WTO는 이날 추려진 5명의 후보를 2명으로 줄이고 최종 단계에서 단일 후보자를 164개 회원국 대사들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차기 사무총장 선출 작업은 늦어도 11월 초순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유 본부장의 최종 당선 가능성은 그리 높게 점쳐지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가 WTO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이 극렬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 유 본부장의 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WTO 사무총장 선출에 모든 회원국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의 반대가 극렬하면 합의 도출 과정에서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7월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아프리카의 여성 후보들이 선거전을 리드하고 있다"고 보도해 유 본부장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에밀리 리즈 유럽중앙은행(ECB) 연구원은 FT에 "WTO가 여러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료 출신이 총장에 오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아프리카의 후보들이 정치권 출신인 것,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도 좋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은 지난 14일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암참은 당시 “유 후보는 국제무역과 세계 경제에 전례 없는 어려움이 있는 시기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수호자”라며 “원칙에 기반한 리더임을 증명한 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WTO사무총장 선거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총장이 지난 5월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돌연 사퇴를 선언해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차기 사무총장이 누가되더라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전 세계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가 중국에 친화적이라며 사실상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차기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코로나19로 침체된 세계 경제를 촉진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