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후이저우(惠州)시 휴대폰공장도 철수 불가피
천정부지 인건비에 속수무책
시안(西安)의 반도체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 순항은 그나마 다행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중국 광둥(廣東)성의 후이저우(惠州)시 외사판공실은 최근 외부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시 최고 지도부의 내부 지시 문서 하나를 산하 각 부서에 하달한 바 있다.

“후이저우에 투자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기업들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기는 했다.

지난 30년 동안 후이저우를 거의 먹여 살리다시피 한 삼성의 휴대폰 공장이 지난 2019년 말 철수한 탓에 시내가 완전 유령도시가 됐으니 말이다.

삼성과 이런저런 연결고리가 있던 하청업체나 자영업자들이 졸지에 쪽박을 찬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삼성의 철수는 후이저우로서는 뼈아픈 것이었음을 이 문서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서의 존재는 이 사실 말고도 휴대폰 분야 같은 삼성의 사업 일부가 중국에서 버티지 못하고 엑소더스를 한다는 사실도 분명히 말해준다.

한마디로 삼성이 중국에서 해온 스마트폰, TV, PC 등 가전 일부 사업이 최종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이 문서는 적나라하게 증명해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의 삼성전자 PC 매장.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으나 아직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그렇다면 천하의 삼성이 왜 실패했을까 하는 의문이 역시 들어야 한다.

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가장 먼저 폭발적 경향을 보이는 인건비 상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실을 이유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삼성이 지금은 대부분의 공장과 설비를 철수한 후이저우를 비롯, 인근의 선전(深圳), 톈진(天津) 등 지역 공장의 인건비는 2000년 전후만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선전이 조금 높기는 했으나 1인당 평균 월 1500 위안 정도로 삼성 입장에서는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철수 직전까지는 후이저우와 톈진의 경우 7000 위안 전후, 선전은 1만 위안에 육박했다.

이 정도 되면 공장 자동화나 구조조정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중국의 특성상 이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생산성과 경쟁력이 동시에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는 사이 중국의 토종 업체들은 경쟁력을 키웠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사례로 들면 알기 쉽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지난 2013년 4분기만 해도 위세가 대단했다.

중국시장 점유율이 19%를 기록하면서 당당 1위까지 차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 경쟁력 약화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TV의 위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까지만 해도 10%를 넘나들던 점유율이 2020년 하반기에는 5%도 버거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신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해야 한다.

이에 대해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우다오커우(五道口)에서 전자제품 대리점을 하는 저우하이쥔(周海君) 씨는 “과거 삼성 TV는 명품이었다. 가격은 문제가 아니었다. 입고되자마자 팔렸다. 그러나 3, 4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토종 제품들의 가성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게다가 토종 제품들은 브랜드도 엄청나게 많다. 국산 제품 애용을 호소하는 토종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인해전술과 애국주의 소비 심리에 삼성이 밀렸다.”면서 삼성의 경쟁력 하락은 필연적이라고 분석했다.

진상 떠는 것에 관한 한 단연 글로벌 경쟁력을 자랑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이른바 런싱(任性. 갑질의 의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현실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6년 삼성의 갤럭시 노트7은 이유 없이 발화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삼성은 바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의 판매 중단 및 대규모 리콜(회수) 실시를 발표했다.

중국에 판매되는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중국 소비자들은 그러자 엄청나게 반발했다.

일부 과격한 소비자 단체의 회원들은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보상을 노리고 삼성 제품을 고의적으로 태우는 악덕 소비자들도 없지 않았다.

삼성은 이때 글로벌 기업답지 않게 너무 허둥댔다.

결국 진상 중국인 소비자들의 도에 넘치는 거센 공격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됐다.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짝퉁의 범람을 방치한 것은 아예 치명타라고 할 수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짝퉁 제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당연히 삼성이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amesong, Sansong, Sansung 등의 브랜드가 중국 소비자들에게 진짜 삼성 제품들로 인식되고는 했던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은 채 경쟁력 하락을 감수하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산시성 시안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극강의 경쟁력을 자랑한다./제공=징지르바오

이외에도 중국인 인력 관리 부실에 따른 기술 유출, 나름 괜찮았음에도 아쉬움이 남는 현지화 부족, 경쟁력 없는 분야에 대한 사업 지속 의욕 상실 등 역시 삼성의 일부 사업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들이 아닌가 보인다.

하지만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공장이 있는 반도체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 등이 쾌조의 순항을 하는 것 등을 보면 삼성의 전체적인 중국 사업은 나름 상당히 괜찮다고 단언해도 좋다.

여기에 베이징에 거대한 위용의 삼성 빌딩을 준공,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까지 더할 경우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보다 겸허한 자세로 실패에서 배운다면 철수한 사업들이 다시 기사회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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