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차 유엔총회 특별 영상메시지

[사진=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진=유니세프한국위원회]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깜깜한 밤 혼자인 것 같겠지만,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이럴 때 일수록 더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마주하며 내일을 상상하려 노력하자"

세계적인 스타로 인정받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전 세계 미래세대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방탄소년단은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유엔 보건안보 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분가량의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방탄소년단의 유엔총회 연설은 지난 2018년이후 두 번째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이날 "방탄소년단은 ‘자신을 사랑하자’는 'LOVE MYSELF' 캠페인의 연장선상에서 공개한 메시지를 통해 절망에서 벗어나 서로를 향한 따뜻한 연대로 ‘다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자’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깜깜한 밤 혼자인 것 같겠지만,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더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마주하며 내일을 상상하려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절망도 했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고 서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며 "불확실한 오늘이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함께 새로운 세상을 살아내자"고 독려했다.

이기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2년 전 유엔 총회에서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던 방탄소년단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래세대에게 다시 한번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며 "유니세프도 전 세계 어린이를 비롯한 미래세대의 꿈과 희망을 지키는데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나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LOVE MYSELF' 캠페인을 3년째 전개해 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니세프의 #ENDviolence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한 누적 후원금은 2020년 8월 기준으로 30억원을 돌파하며, 방탄소년단의 선한 영향력을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를 개최한 유엔 보건안보 우호국 그룹은 코로나19를 비롯한 보건안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 주도로 출범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 화상연설에서 "전세계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BTS의 힘은 정말로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이어 "젊은 세대가 직면한 점증하는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일치된 행동으로, BTS가 청년 세대에게 불러일으키는 희망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의 유엔총회 특별메시지 전문

안녕하세요. 유니세프 총재 헨리에타 포어입니다.

올해 많은 청년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일상이 뒤바뀌고 익숙하고 친숙했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설명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모두들 느낄 뿐이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더 좋은 세상을 꿈꾸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유니세프가 듣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친구 방탄소년단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초대해주신 유엔 관계자들과 유니세프 총재 그리고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75회 유엔 총회를 통해 이렇게 다시 한번 메시지를 전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돼 정말 영광입니다. 

저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입니다. 

2년 전 저는 당신의 이름을 묻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상상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작은 도시 일산의 소년이자, 유엔 총회에 참석해 서 있는 한 젊은이,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세계 시민으로, 나와 우리 앞에 놓인 무한한 가능성을 가슴 뛰게 상상했습니다.

그러나 그 상상 속에 코로나19는 없었습니다.

월드 투어가 취소되고,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저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절망했습니다. 모든 게 무너진 것만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창밖을 내다보는 것뿐이었고, 갈 수 있는 곳은 제 방안뿐이었습니다.

어제는 전 세계의 팬분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했었는데, 오늘은 내 세계가 방 하나로 줄어든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저의 동료들이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함께 토닥이며, 무엇을 같이 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어쩌면 데뷔 후 처음으로 ‘일상’이 찾아왔습니다.

원했던 건 아니었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넓었던 세계가 순식간에 좁아지는 건 제게 굉장히 익숙한 경험입니다.

월드 투어를 하면서, 화려한 조명과 팬분들 환호 속에 서 있다가, 그날 밤 방으로 돌아오면 제 세계는 겨우 몇 평짜리 좁은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이지요.

좁은 방 안이었지만, 나와 우리의 세계는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악기와 스마트폰, 그리고 팬들이 그 세상 안에 존재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엔 예전과 달리 더 외롭고, 좁게 느껴졌습니다.

왜일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상상하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 많이 답답하고 우울해졌지만, 메모를 하고, 노래를 만들며, 나에 대해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포기하면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니지’, ‘멋진 사람은 이렇게 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요.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많은 감정을 끌어안고, 우리 일곱 멤버들은 함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이기에 모든 것에 솔직할 수 있었고요.

우리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정해진 답도 없습니다.

저 또한 방향만 있고 뚜렷한 방식은 없는 상태에서,

나와 우리를 믿으며 최선을 다하고 순간을 즐기며 이 자리까지 왔으니까요.   

우리의 음악과 함께, 사랑하는 멤버들과 가족, 친구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를 찾았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 끊임없는 노력,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아껴주고, 격려해주고, 가장 즐겁게 해주는 일입니다.     

모든 게 불확실한 세상일수록, 항상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소중함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저희가 지난 3년간 이야기해온 'LOVE MYSELF' 메시지처럼, 그리고 ‘I'm diamond, you know I glow up’ 이란 저희의 노래 ‘Dynamite’의 가사처럼 말이죠.

모두 함께 작업하던 어느 밤, RM 형은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때 제게 유리창에 비친 제 얼굴이 보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얼굴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불확실한 오늘을 살고 있지만 사실 변한 건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 우린 그러길 원하고 계속 움직일 것입니다. 

막막할 때마다 저는, 정국이의 말처럼 유리창에 비친 저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2년 전 제가 이 자리에서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의 얼굴을 잊지 않고, 마주해야 하는 때입니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미래를 상상하려 노력했으면 합니다.

방탄소년단이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의 내일은 어둡고, 괴롭고, 힘들지 모릅니다. 우리는 걷다가 넘어지고 엎어질지도 모릅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빛은 더 빛납니다.

같이 가는 이 길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면 달빛에 의지하고, 달빛마저 없다면, 서로의 얼굴을 불빛 삼아 나아가 봅시다. 

그리고 다시 상상해 봅시다. 힘들고 지친 우리가 또다시 꿈꿀 수 있기를.  

좁아졌던 나의 세상이, 다시 드넓게 펼쳐지는 미래를.  

언제나 깜깜한 밤이고 혼자인 것 같겠지만, 내일의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습니다.

삶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 함께 살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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