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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9-17 09:50 (금)
[나의 초록목록(草錄木錄)①] 꼬리진달래를 아시나요?
[나의 초록목록(草錄木錄)①] 꼬리진달래를 아시나요?
  • 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 승인 2020.09.24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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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에서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허태임 연구원이 백두대간의 식물을 찾아 일하고 살며 꿈꾸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이 연재는 우리 땅의 풀과 나무의 푸르른 이야기, 풀의 기록(草錄)이고 나무의 기록(木錄)이다. 독자 여러분의 응원을 기대한다. /편집자주 

꼬리진달래 꽃.
꼬리진달래 꽃.

【뉴스퀘스트=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화사하게 핀 진달래 앞에 머물렀던 봄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가을이다.

가을이 오면 진달래는 미련 없이 초록 잎을 다 떨어뜨리고 겨울을 날 채비를 야무지게 한다. 이 무렵 깊은 숲에서 나의 눈에 단연 돋보이는 나무는 꼬리진달래다.

꼬리진달래는 겨울이 다가오는 게 두렵지도 않은 지 가을 숲속에서도 푸른 잎을 싱싱하게 달고 있는 상록수다. 

꼬리진달래는 정선과 영월, 단양과 제천, 봉화와 울진 등의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는 늘푸른 키작은나무이다.

진달래와 같은 혈통의 진달래속(Rhododendron) 식물이지만 진달래와 달리 상록수이고 한여름에 하얀색 작은 꽃이 촘촘히 모여 피어 전체적으로 꼬리 모양의 꽃차례를 이룬다. 그래서 얻은 이름이 꼬리진달래다.

어른 무릎 높이 정도로 낮게 자라는 편이지만 제법 큰 나무는 사람의 키만큼 자라기도 한다.

이렇게 아담한 크기의 꼬리진달래는 그 꽃이 예쁘기도 하거니와 한반도의 중부지방에서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도 초록 잎을 달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식물이다. 

그들이 사는 곳은 더 신비롭다.

꼬리진달래는 비옥한 땅 다 제치고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척박한 산지의 바위 지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다.

달리 말하면 그 척박한 땅만이 꼬리진달래를 죽이지 않는다. 한때 꼬리진달래는 백두대간을 따라 널리 자랐던 식물이다. 석회암 지대와 화강암 지대의 채광 산업이 그들의 터전을 앗아가기 전까지 말이다.

꼬리진달래가 널리 자랐던 바위 지대에는 지금 시멘트 공장과 제련소와 고가도로가 그들의 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그리하여 꼬리진달래는 희귀식물의 반열에 올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가까운 미래에 멸종의 위기에 놓일 지구상의 생물을 ‘Red List’라는 범주에 담아 관리한다.

일종의 데스노트인 셈이다.

우리나라 산림청에서는 국내의 실정에 맞게 보전이 시급한 한반도 식물을 대상으로 희귀식물 목록을 마련하였는데, 그 종이 무려 571종이나 된다. 우리나라 식물의 15%에 버금가는 수치이다. 

이렇게 사라져가는 식물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국내외 없이 다급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수목원의 역할이다.

수목원은 식물의 ‘보전’, ‘전시’, ‘교육’, ‘수집’, ‘증식’ 등 크게 5가지의 기능을 지니는 공간이다.

가장 주된 임무가 보전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부득이하게도 자연의 한 곳을 개발하게 될 경우, 무작정 산을 깎아내고 숲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그 터전에 살고 있던 식물의 삶을 지켜주기 위하여 별도의 공간에 기존의 서식지와 똑같은 환경을 조성하여 옮겨 심어준다.

이를‘대체 서식지 조성’이라 한다. 이 대체 서식지가 모인 공간이 바로 수목원이다.

저마다 살던 곳에서 각자의 사연으로 모인 식물들이 하나둘 늘다 보니 전시의 기능이 생기고 교육의 장이 마련된다. 그곳에서 새 삶을 얻은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증식과 수집의 기능 또한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수목원과 식물원의 향유 문화가 보편화 된 오늘날에는 재배식물의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수목원도 늘고 있으나 여전히 핵심 기능은 식물의 보전이다.

영국의 이든프로젝트 식물원(Eden Project)은 폐광 위에 거대한 온실을 지어 전 세계에서 사라져가는 식물을 모으고 보전하는 곳이다.

식물원이 생기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버려진 땅은 활기를 되찾았다.

이든프로젝트는 지역사회와의 상생으로 지금은 세계적인 명소가 된 곳이기도 하다.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꼬리진달래.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 꼬리진달래.

그곳에서 정원 조성 업무를 담당하는 줄리(Julie Kendall)는 몇 해 전 내가 근무하는 이 먼 곳까지 왔었다.

그녀는 한국 식물원 조성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고 한국의 자연과 식물을 직접 확인해야 했기에 국내 수목원 몇 곳을 방문하던 참이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곳곳을 안내하는 일을 내가 맡게 되었다.

수목원에서 식물 보전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이든프로젝트에서 진행되는 멸종 위기 식물 복원 프로젝트에 궁금한 점이 많았고 그녀는 머무는 시간 동안 한국의 식물과 풍경을 부지런히 학습해야 했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쉼 없이 이어갔다.

특히 우리가 걷던 길에서 만난 꼬리진달래를 나는 정말이지 애정을 담아 다정하게 소개할 수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신비한 진달래속 식물(mysterious rhododendron)”이라며 감탄을 연발했다. 먼 타국에서 만난 어여쁜 꼬리진달래가 그녀의 눈에는 유독 이국적인 식물로 비쳤던 모양이다.

광산 개발로 자생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식물이라고 덧붙이자 그녀는 이 식물을 이든프로젝트 식물원의 한국정원에서 꼭 소개하고 싶다며 다소 격양된 어조로 내게 화답했다. 

북한에서는 꼬리진달래를 극진히 보호한다.

2005년 북한의 식물학자들과 「유네스코생물권보전네트워크」가 공동으로 발간한 「북한의 멸종위기식물(Red Data Book of DPR Korea)」 에서는 꼬리진달래를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기록하며 보전의 필요성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특히 평양의 중앙수목원에는 꼬리진달래를 보전하기 위하여 일찍이 1976년부터 평안북도 피현군에 자라던 꼬리진달래의 대체 서식지를 수목원 안에 조성하여 보전과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과 비교하면 남한의 개발되지 않은 땅에는 꼬리진달래의 자생지가 많은 편이고 개체수도 풍부한 편이다.

이는 남한에서 아직 꼬리진달래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개발 행위는 그들의 생명을 너무 쉽고도 처참하게 앗아가기 때문에 내가 속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물자원보전실에서는 꼬리진달래 보전 연구를 여러 해 동안 진행하고 있다. 꼬리진달래는 남과 북이 함께 지켜야 할 식물이기 때문이다.

꼬리진달래를 안전히 보호하기 위해 나는 그들의 삶을 꼼꼼히 기록한다. 지켜주기 위해선 그 대상을 자세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기 위해서는 꼬리진달래를 찾아 떠나는 탐사 업무가 많다. 덕분에 나는 경북 봉화의 험준한 바위산을 즐겨 찾는다.

경북 봉화와 울진을 잇는 바위 지대에는 꼬리진달래 군락지가 많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 나무들 사이로 산양이 다니고 삵과 담비가 다녔다. 2020년 지금은 새롭게 놓인 국도 36호선의 교량이 그 자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낙동강 최상류 지역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는 낙동강 물줄기를 중심으로 영풍제련소가 있고 동쪽에 월암산과 비룡산이, 서쪽에 오미산이 자리하고 있다.

모두 꼬리진달래를 품고 있는 산이다.

지난 가을에 꼬리진달래의 서식지 환경을 꼼꼼히 기록하기 위하여 오미산과 월암산 정상에 올랐다.

낙동강이 굽이치는 근사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제련소를 통과한 물줄기 주변의 산들이 온통 색이 바랜 상태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초록을 잊은 채 맥없이 서 있었고, 바위 지대에 뿌리를 내린 꼬리진달래는 겨우 초록빛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마음이 좋지 않은 가을 조사였다. 

다행히 각화산은 달랐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조선 후기 5대 사고의 하나인 ‘태백산 사고지’가 있다.

꼬리진달래 꽃.
꼬리진달래 꽃.

‘태백산’이라 이름 붙었으나 정확하게는 태백산의 지맥인 각화산에 위치한 곳이다.

내가 만난 꼬리진달래 군락지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각화산이다.

좀처럼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 사태로 피로가 쌓이던 때에 긴 장마까지 겹쳐 우울감이 깊어가던 여름날이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서 각화산의 꼬리진달래를 찾아 숲을 헤맸다. 7월 첫째 주는 꼬리진달래가 탐스럽게 꽃을 피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람 발길 닿지 않는 그곳의 꼬리진달래는 재난과 재해 속에서도 묵묵히 때맞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 무렵의 숲은 꽃이 귀한 때이다.

화려하게 피었던 봄날의 꽃들이 꽃잎 다 떨구고 열매를 맺는 시기이자, 쨍쨍한 여름 볕에 광합성을 실컷 한 식물이 무성한 초록 잎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꼬리진달래의 새하얀 꽃은 더욱 돋보인다.

산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행여나 눈에 띄어 꺾이고 뽑히거나 훼손되진 않을까 염려가 크다. 다행히 각화산은 사찰림으로 그 입구를 엄호하기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지 못하는 편이다. 그 덕분에 각화산의 꼬리진달래는 평화롭게 지내는 듯 보였다. 

나는 꼬리진달래를 지키기 위해 이 글을 쓴다.

그들이 사는 곳을 실명으로 거론한 것도 지금보다 조금 더 잘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다. 혹여나 내가 쓴 글이 꼬리진달래를 해치는 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허태임(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

식물분류학을 전공했고, 현재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산림생물자원보전실에서 백두대간에서 사라져가는 식물을 보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지난 십 년의 절반은 민통선 이북 지역에 자리한 국립DMZ자생 식물원에서 비무장지대의 식물을 보전하는 연구를 했다. 국경 없이 진행되는 식물 보호 활동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