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연말 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기업 21% 달할 듯...부도위험도 증가
증권사 등 금융사 해외부동산 투자도 위험...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도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연말 기업 10곳 중 2곳 이상은 이자를 낼 만큼의 이익도 못 올리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실적이 고꾸라진 여파다.

특히 이들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도 크게 상승하는 등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를 마친 뒤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금융안정상황 자료를 공개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 한계기업 비중 21%까지 확대될 듯

한은은 올해 한계기업이 전체 외부감사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미만인 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한은은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 재무 건전성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계기업이 지난해보다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충격(평균 10.5% 감소)을 고려하면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21.4%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게 한은 예상이다. 지난해 한계기업은 3475곳(전체의 14.8%)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0년 이래 가장 많았다.

같은 맥락에서 한계기업 여신은 전체 외부감사 기업 여신의 22.9%(175조6000억원)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 한계기업 여신(115조5000억원, 전체 대비 15.0%)보다 52%(60조1000억원)나 급증한 규모다.

한은은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한계기업과 이들의 여신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금융기관은 기업 여신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충당금 적립 등 손실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에 따르면 한계기업의 예상 부도확률은 2018년 12월 3.1%에서 지난해 12월 3.2%로 소폭 상승하더니 6월에는 4.1%까지 상승했다. 4.1%는 비(非)한계기업(1.7%)의 2.5배 수준이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 금융기관의 100조원대 해외부동산 투자도 우려 

한은은 최근 급증한 우리 금융기관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부동산 투자를 늘린 증권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2차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투자 규모는 486조원이다. 해외투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2013년(129조원) 이후 3.8배나 늘어난 규모다. 해외투자는 외화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과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포괄한다.

투자상품별로는 부동산을 포함한 대체투자 규모가 지난 7년간 연평균 21.1%씩 성장해 올해 100조원에 도달하는 빠르게 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이후 이동제한조치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경기 부진, 해외투자 현장실사의 어려움 등으로 부진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에 따른 대체투자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하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는 대부분 장기적으로 투자하는데 위기가 발생해도 자산 매각 등 빠른 대처가 어렵다"며 "특히 증권사의 경우 상당 부분을 기관·개인투자자에게 재매각해 이익을 얻는 만큼 대체투자 리스크가 투자자 손실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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