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훈아씨, 노래도 잘하고 쇼도 잘한다'

나는 '아리랑 가수다' 나훈아 추석 공연이 30일 방송된다.[사진=KBS홈페이지]
나는 '아리랑 가수다' 나훈아 추석 공연이 30일 방송된다.[사진=KBS홈페이지]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대한민국 현존 가수 중에 추석하면 떠오르는 가수는? 나훈아 외에 다른 답이 별로 없지 않을까?

그가 KBS를 통해 또 한 번 추석의 아이콘임을 증명했다.

누가 나훈아만큼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절절하게 할 수 있으며, 누가 나훈아만큼 꺽기창법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노래를 듣다보면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여하튼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훈아는 보기좋게 ‘최고의 가수’임을 입증했다.

최근 불어닥친 트르트열풍 또한 그가 만들어온 트로트 세상에 살짝 기댄 결과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가? 사람들은 나훈아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가 TV만 켜면 나오는 흔한 인기연예인과 달리 드문드문 열리는 공연장에나 가야 얼굴도 보고 노래도 들을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나훈아, 아니 아라기획 최 회장(그의 사무실 식구들을 그를 그렇게 불렀다)과 가깝게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차례 만나 인터뷰도 하고, 공연도 보러가면서 친분을 쌓았다.

그러나 세상의 관계가 그렇듯이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나던 시절의 일이지 그 이후엔 소원해 졌다.

그와 마주앉아 인터뷰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아마 나훈아는 50대 후반 쯤이었을 거다.

중년을 한참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수컷’이 부러울 정도로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듯한 까무잡잡합 피부에 잘 차려입은 슈트가 너무나 잘 어울렸고, 말 할 때마다 넘쳐흐르는 자신감은 인터뷰어도 주눅 들게 할 정도였다.

청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노래하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수긍이 갈 것이다.

그날 어쩐 일인지 나훈아는 미디어와 대중음악 종사자들한테 작심한 듯 불만을 토로했다.

“오 기자. 마이클 잭슨을 ‘팝의 황제’라고 부르지 않소? 그렇다면 나도 세계적인 가수요. 마이클 잭슨이 트로트를 나보다 잘 불러요? 전 세계를 통틀어 트로트를 나보다 잘 부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 그런데 나보고 세계적인 가수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 그리고 나는 뽕짝 가수나 트로트 가수라는 호칭이 마음에 안 들어요. 그게 마치 같은 가수인데 한 길 아래로 깔보는 느낌이란 말이요. 기자나 평론가들이 뭐하는 거요? 우리 같이 노래하는 사람들이 자긍심을 가질 만한 멋진 이름을 지어 줘야지.”

인터뷰가 계기가 되어 당시 내가 근무하던 신문에 나훈아 칼럼 ‘나를 아리랑가수라 불러다오’가 게재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떠오르는 일은

그의 오랜 잠적으로 인해 생긴 루머를 둘러싼 사건이다.

2008년 1월의 일이었으니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유부녀와의 간통설, 후배 여배우와의 스캔들설, 신체 중요부위 절단설 등이 그럴듯하게 증권가를 중심으로 떠돌아 다녔다.

당시 데스크였던 나에게 나훈아의 오랜 매니저이자 회사 대표인 Y씨가 전화를 했다.

좀 만나자는 거였다.

말인즉슨 너무나 얼토당토않은 루머들이 떠돌아 다녀서 기자회견을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Y 대표는 중진 매니저였기에 예전처럼 기자 몇 명 불러서 조촐하게 간담회 형식으로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훈아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매체 몇 군데서 감당할 수 있는 지경을 넘어서 있었다.

또 당시는 연예매체의 폭발적 증가를 보였던 시기였기에 나훈아 특별취재팀까지 만들어서 루머를 추적 중이었다.

“저랑 단독인터뷰를 하시면 어떨까요? 아니면 기자 몇 명 불러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적어도 수 백 명은 몰려들 텐데 그 숫자를 감당할 공간에서 기자회견을 하셔야 할 겁니다.”

결국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가지회견에는 7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그 자리에서 나훈아는 자신의 결백을 알리기 위해 탁자에 올라가 바지 벨트까지 풀었다.

그 장면이 케이블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됐다.

당시 데스크였기에 TV를 통해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지금도 가끔 현장에 직접 가지 않은 걸 후회한다.

오광수 시인/대중문화평론가.
오광수 대중문화전문기자.

당시 나훈아는 기자들 중 남자기자들 몇 명을 뽑으면 대기실에 가서 직접 ‘신체 중요부위 절단설’을 반박할만한 ‘물증’을 제시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자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은 쭈뼛거리다가 현장 확인에 실패했다.

너무나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현장 통제가 되지 않았기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 현장 확인이 됐더라면 루머는 하루아침에 사그라졌을 것이다.

‘나훈아 쇼’를 보면서 전무후무한 ‘나훈아 바지사건’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아, 유쾌한 훈아씨는 노래도 잘하고, 쇼도 잘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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