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정찬에서의 매너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품격있는 와인 고객되기의 마지막 편으로 와인 정찬에서 하지 말아야 할 꼴불견 10가지를 소개한다.

소위 와인 꼰대들이 와인 정찬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품격을 떨어트리고 함께 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들이다. 달리 보면 레스토랑 입장에서의 진상 고객들의 모습이다.

첫째가 참석자 전원에게 와인을 따르기도 전에 자기 잔에 따라지자마자 먼저 마시는 경우이다.

와인 정찬에 왔으니 목이 마르기도 하고 와인이 궁금하기도 하여 자기 잔에 따라지면 전원에게 따라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최소한 동석한 테이블 사람들에게만이라도 다 따를 때까지 인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좀 다른 경우이기는 하지만 와인 매너중에는 호스트 테이스팅(Host tasting)이라고 하여 초대자에게 소믈리에가 와인을 오픈하여 먼저 조금 따라주면 와인이 변질되었는지, 손님들에게 대접하기에 최상의 온도와 최상의 맛과 향을 풍기고 있는지를 먼저 마셔보게 되고 괜찮다고 생각되어 좋다고 하면 소믈리에가 참석자 전원에게 따라주고 마지막에 초대자의 남은 잔을 채워주는 절차가 있다.

이때도 마지막에 초대자에게 따라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초대자가 건배사를 하고 나서 마시기 시작해야 하는 예절이 있다.

이것을 연습한다고 생각하여 기다리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는 손님을 초대한 호스트가 이 호스트 테이스팅에서 변질된 와인도 아닌데 자기 입맛에 맞지 않거나 맛이 없다고 바꿔 달라는 경우이다.

와인에 대해 조금 알게 되면 궁금한 것이 식당에서 와인을 주문했을 때 상했다고 생각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와인을 바꿔 달라는 장면을 구경하고 나면 왠지 전문가다워 보이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해서 자신도 해보고 싶은 묘한 욕망을 느끼게 된다.

특히 코르크 마개의 곰팡이균 오염에 의해 지하실 냄새나 걸레 빤 냄새 등으로 표현되는 악취가 나거나 와인 맛과 향이 밋밋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심한 경우이고 심하지 않은 경우 민감한 사람만이 이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과감하게 이상하다고 소믈리에에게 이야기하면 소믈리에가 테이스팅을 해보고 변질 여부를 판단해준다.

대개 고급레스토랑의 경우 한 번 정도는 변질이 아닌 경우에도 바꾸어 주기는 하지만 이것은 사실 변질되지 않은 것을 상했다고 우기는 고객들이 분명이 존재한다.

물론 감각의 문제이자 양심의 문제라서 엄밀히 변질 여부를 판정하기 애매모호한 경우가 실제로 있기도 하다.

이런 경우 현명한 소믈리에는 앞서 주문한 동일한 와인을 새로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와인 종류를 바꾸어 권하기도 한다.

셋째는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와인부터 먼저 다 마셔버리는 경우이다.

리셉션주를 제외하고 식사 진행시에 나오는 와인은 식사와 함께 곁들여서 합석한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서 즐기면 훨씬 좋다.

와인 정찬은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을 즐기는 묘미도 있으니 음식과 서빙되는 와인과의 시간을 맞추어 느긋하게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넷째는 와인리스트도 다양하고 와인 가격도 저렴한 레스토랑에 와서 그곳 와인은 거의 주문하지 않고 매번 직접 자기 와인을 가져와서 코키지 프리로 해달라는 경우이다.

와인 리스트가 빈약하다거나 다양하다고 하더라도 내가 찾는 와인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가끔씩 외부에서 반입할 수는 있으나 빈도가 너무 잦으면 그 단골 레스토랑의 맛있는 음식도 더이상 먹을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런 손님이 많은 레스토랑은 오래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정찬에 초대받은 자리에서 서빙되는 와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이다. 앞으로 그런 모임에 다시는 초대받고 싶지 않다면야 용기를 내서 한번 도전해볼 만하기는 하다.

기왕이면 긍정적인 요소를 찾는 연습을 이때 해두는 것도 인간 관계에서 좋은 평을 얻기에 좋다.

여섯째 와인 잔까지 테이블 세팅을 다 해놓았는데 예약 취소 없이 나타나지 않거나 취소를 하더라도 예약 시간에 임박해서 취소하거나 혹은 도착해서는 예약 인원 수를 대폭 줄여 달라는 경우이다.

일명 노쇼(No Show)거나 이와 유사한 행태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경기 시대에 이런 일들은 과거 어떤 코미디언의 말처럼 레스토랑과 종사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식자재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자칫하면 누군가는 오래된 식자재로 만들어진 요리를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이런 노쇼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바로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되는 수가 있다.

일곱째는 그 레스토랑에서 구매하지도 않은 저가 와인을 가져와서 디캔팅을 해달라거나 고급 와인잔을 달라고 우기는 경우이다.

저가 와인 중에도 브리딩(breathing)이 필요한 와인이 가끔 있기는 하다. 특히 여과를 하지 않고 병입한 오가닉 와인들이나 내추럴 와인들일 경우에는 침전물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디캔팅이 필요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그 레스토랑에서 구매한 와인일 경우이거나 어쩔 수 없이 가져가야 하는 특별한 경우일 때만 요청할 수 있는 일이지 않겠는가?

고급 와인 잔의 서빙을 요구할 경우에는 별도의 코키지 차지를 지불하겠다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여덟번째는 와인 동호회라고 하면서 잔 서비스 비용 없이(코키지 프리) 해달라고 해놓고 저렴한 다양한 와인을 가져와서는 와인 종류별로 매번 와인 잔을 바꾸어 달라고 하는 경우이다.

와인 동호회가 그 레스토랑을 많이 홍보해줄 거라면서 코키지 프리로 해달라고 해놓고는 다양한 와인을 가져와서 와인별로 매번 와인 잔을 바꾸어 달라는 경우 그 동호회는 시간이 갈수록 모임 장소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결국 그 동호회 회장이 동호회 회원들에게 자기 낮 세우기를 위한 것인데 함께 온 동호회 회원들까지 도매금으로 무매너 고객이 되어버린다. 가난한 동호회 모임일 경우에는 하나의 잔으로 와인이 바뀔 때마다 입가심 겸 물로 행구어 마시면 취기도 덜 하고 좋다.

아홉번째는 자기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와인과 음식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정찬 모임에서 와인과 음식과의 궁합이나 와인, 음식을 각각 즐겨야 하는 상황에서 SNS 활동에 빠져서 독자 행동을 하고 있으면 그 자리에 왜 왔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와인이나 음식, 그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보다 상세히 얻기 위해 검색하고 동석한 사람들에게 그 정보를 공유하는 매너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기는 하다.

열번째 와인 메이커스 디너를 개최한 자리에서 취할 정도로 마셔놓고도 와인이 부족하다고 자꾸 더 내놓으라는 경우이다. 더구나 그 날의 와인 중에서 제일 비싼 와인만을 골라서...

와이너리 담당자가 방한하여 프로모션 차원에서 와인 메이커스 디너를 개최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데 이 모임에 와서 취할 정도로 이미 많이 마신 상태에서 와인이 부족하다고 더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와인 메이커스 디너 같은 경우는 수입회사 입장에서 홍보나 사은 차원에서 식사 가격만 받고 와인 가격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나름 충분한 양을 준비하는 미덕도 수입회사가 발휘한다.

기왕 프로모션이나 사은 행사를 하는 것인데 아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물론 아주 가끔은 올드 빈티지처럼 정식 수입되고 있는 와인이 아니고 특별히 그 행사만을 위해 준비한 와인일 경우에는 코키드(corked)되었거나 하여 제공되는 와인 자체의 양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도 가끔 있기는 해서 주최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더 밉상 고객은 그 날의 와인 중에서 가장 비싼 와인만을 골라서 더 달라고 하는 경우이다.

와인이 필요하다면 다른 남아 있는 와인을 마셔도 되는데... 이미 취해서 사실 맛 구분도 잘 못할텐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임 자체가 어려워서 모임이 그리워지다 보니 레스토랑 종사자 입장에서 이런 진상 고객들마저도 기다려지고 그리울지도 모른다.

어서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와인 정찬 행사들이 많이 개최되어 품격있는 고객들이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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