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쇼핑·동영상서 자사 유리하게 알고리즘 바꿔...과징금 267억원 철퇴
네이버 "다양성·소상공인 위해 개선한 것...즉각 소송 법정서 다투겠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네이버가 자사 이익을 위해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인공지능(AI)·알고리즘 등을 앞세워 공정성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조작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쇼핑뿐 아니라 뉴스를 비롯한 서비스 전반에서 신뢰성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를 쫓아내고 소비자를 속였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267억원(쇼핑 265억원, 동영상 2억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를 쫓아내고 소비자를 속인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6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분당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를 쫓아내고 소비자를 속인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6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분당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 네이버,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 조작 드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2년 출시한 자사 오픈마켓 서비스 '샵N'(현재 스마트스토어)의 상품이 쇼핑 검색 결과에 우선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6차례나 조정·변경해왔다.

크게 5가지 사례가 적발됐다.

먼저 샵N이 출시된 2012년 4월을 전후해 경쟁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 1 미만의 가중치(0.975 등)를 부여해 노출 순위를 끌어내렸다.

또 같은 해 7월 쇼핑 검색 페이지 당 샵N의 상품이 노출되는 비율을 15%로 정하고, 12월에는 이 비율을 20%로 올렸다.

2013년 1월에는 샵N에 적용되는 판매 지수에 1.5배의 추가 가중치를 부여해 노출 비중을 높였다.

또 같은 쇼핑몰 상품이 연달아 노출되면 해당 쇼핑몰의 상품 노출 순위를 내리는 기준을 도입했는데, 경쟁 오픈마켓 상품은 오픈마켓 단위로 동일한 쇼핑몰로 간주했지만, 샵N의 상품은 입주업체 단위로 분류하는 방법을 썼다.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출시를 두 달 앞둔 2015년 4월에는 네이버페이 담당 임원의 요청에 따라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완화했다.

쇼핑뿐 아니라 동영상 검색에서도 알고리즘을 전면 개편하면서 이를 경쟁사에 알리지 않았을뿐더러 '네이버TV 테마관'에 입점한 동영상에는 가점을 주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에서 자사·타사 서비스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워 온 것과는 상반되는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네이버(쇼핑, 동영상 부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네이버(쇼핑, 동영상 부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색 노출순위 조정으로 '자사 우대'...실적으로 이어져

검색 알고리즘 조작의 결과는 즉각 실적으로 이어졌다.

네이버 쇼핑 내 오픈마켓 사업자별 노출 점유율에서 2015년 3월 12.68%였던 샵N의 점유율은 3년 뒤인 2018년 3월 26.20%로 두 배 넘게 올랐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2015년 4.97%에서 2018년 상반기 21.08%로 4배 넘게 증가했다.

동영상의 경우 알고리즘 개편 일주일 만에 검색 결과 최상위에 노출된 네이버TV 동영상 수는 22% 증가했고, 가점을 받은 테마관 동영상의 노출 수 증가율은 43.1%에 달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올해 상반기 네이버 결제금액이 12조5000억원으로, 2년 전 6조8000억원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스마트스토어의 결제 금액은 쿠팡과 이베이코리아(옥션·지마켓 합산)에 이어 3위권으로 추정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네이버처럼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서비스에 특혜를 주는 행위에 철퇴를 내리고 있다.

구글은 상품 검색 결과에서 자사 쇼핑 서비스의 상품을 경쟁사보다 위에 배치했다는 이유로 2017년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약 24억유로(3조3000억원)의 과징금을 맞은 바 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네이버는 부당하게 검색결과 노출순위를 조정해 그 결과가 객관적으로 믿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오픈마켓 시장과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경쟁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자료=공정위원회]
[자료=공정위원회]

◇ 네이버, 즉각 불복 "법원서 부당함 다투겠다"

네이버는 이날 쇼핑·동영상 검색 결과를 부당하게 바꾼 불공정 행위로 공정위가 시정 명령과 과징금 267억원을 물린 것에 대해 즉각 불복하며 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가 충분한 검토와 고민 없이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라며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서 그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공정위가 지적한 쇼핑과 동영상 검색 로직 개편은 사용자들의 다양한 검색 니즈에 맞춰 최적의 검색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다른 업체 배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

쇼핑 검색 결과의 다양성 유지와 소상공인 상품 노출 기회 제공을 위해 2010~2017년 50여 차례에 걸쳐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개선했는데, 공정위가 그중 5개를 임의로 골라냈다는 게 네이버의 주장이다.

회사측은 경쟁 오픈마켓 상품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검색 가중치가 부여된 것에 대해선 "판매 실적 정보를 제공하는 모든 쇼핑몰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했다"며 "공정위는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 상품에 적용되는 판매지수에 대해서만 가중치를 부여해 상품 노출 비중을 높였다고 악의적으로 지적했다"고 반박했다.

자사 오픈마켓 상품 노출 개수를 8개에서 10개로 늘린 것에 대해선 "애초에 스마트스토어에만 적용된 불리한 조치를 다소 완화한 것을 두고 우대 조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영상 검색을 개편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선 "사용자에게 최적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며 "사업자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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