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에 '안정' 착시현상...똘똘한 한채 현상은 되레 심화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거래 절벽'을 보이면서 안정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하락세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내내 계속되고 있는 전셋값 상승이 집값을 자극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 현황을 살펴보니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특히 고가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민이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건너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건너편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거래 드물지만 꺾기지 않은 집값"

12일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7주 연속 0.01%로 횡보하며 통계상으로는 안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거래를 드려다 보면 10월 들어서도 여전히 고가 아파트가 대부분인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외곽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최고가격 기록을 다시 쓰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전날까지 서울시 부동산광장에 등록된 실거래가를 보면 10월 들어 거래는 거의 없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전용면적 45㎡ 이하 혹은 3억원 이하 거래를 제외하고 매매가 성사된 23건 가운데 절반은 신고가를 기록한 것.

신고가 거래는 서울 전 지역에서 확인되며 면적과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이런 부동산 가격의 흐름은 매수자와 매도자간의 '눈치보기'와 '줄다리기'가 팽팽한 상황에서 펼쳐진다.

아파트 단지별로 차이는 있지만 호가가 신고가에 가깝게 몰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매도자는 호가를 조정하기 보다는 매수자를 기다리고 있다보니 거래는 뜸해진 상황이온 것이다.
이 때 매수자가 호가를 수용하면 신고가가 되는 식이다보니 거래가 이뤄지면 대부분이 신고가가 되는 셈이다.

◇ 강남권·외곽 가리지 않고 '신고가'

실거래가로 신고된 단지들을 보면 우선 서초구 방배동 방배2차현대홈타운 전용면적 59.86㎡는 이달 5일 14억원(15층)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은 작년 9월 11억9000만원(17층)에서 11월 12억원(14층)으로 올랐고, 올해 들어서는 6월 13억원(5층)을 돌파한 뒤 최근 14억원까지 오른 것.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2단지 59.92㎡는 지난 6일 8억6800만원(14층)에 거래돼 신고가 기록을 깼다.

작년 5월 6억5000만원(6층)에서 1년여 만에 약 2억원 이상 가격이 오른후 지난 7월 이후 8억4000만∼8억6500만원 사이에서 거래되다 최근 기존 신고가에서 300만원 더 오른 값에 매매가 성사됐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0 45.9㎡는 3일 4억7000만원(13층)에 매매돼 5월 4억2000만원(15층)에 신고가 거래된 뒤 5000만원 더 오른 값에 계약서를 썼다.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라이프 59.04㎡는 2일 4억5000만원(15층)에 매매됐다. 작년 5월 2억5000만원(6층)에 불과했던 이 아파트는 올해 2월 3억8000만원(7층), 7월 4억1000만원(18층) 등으로 크게 오르며 연이어 신고가 기록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아파트.

◇ '똘똘한 한 채' 현상 심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12일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은 지난달 4일 전용면적 243.642㎡가 77억5000만원(1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값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 이 단지 종전 최고가는 지난 4월과 지난달 전용 240.35㎡와 240.23㎡에서 나온 73억원이었다.

한남더힐은 2015년부터 매년 최고 실거래가 1위 기록을 지키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점차 강해지는 추세는 최근 강남권은 물론 비(非)강남권에서도 전용 84㎡ 아파트가 20억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오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는 지난 8월 28일(계약일 기준) 23억8000만원(8층)에 계약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5일 기록한 종전 최고가 23억5000만원보다 3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또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7536㎡는 지난달 7일 20억원(18층)에 실거래됐다. 비강남권에서 전용 84㎡ 아파트가 20억원 이상에 매매된 것은 성동구 성수동1가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트리마제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최근 서울 집값은 대세 하락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입주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고,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는 전셋값 급등에 매매 수요가 생겨나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신고가 경신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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