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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1-22 11:34 (금)
[한국 유산기(32)] 봄내 고을의 오봉산, 삼악산(2)
[한국 유산기(32)] 봄내 고을의 오봉산, 삼악산(2)
  •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0.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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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춘천의 새벽은 비가 내렸다.

신문지와 비옷까지 준비하고 비 맞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쳤다. 어젯밤 명동골목과 낭만적인 맥주 맛이 떠나는 아쉬움을 대신해 주었다. 명동 숙소에서 소양2교까지 불과 5분 거리, 소양강 처녀를 만났다.

버튼을 누르자 노랫소리 흘러나오고 이른 아침 우리뿐이다. 소양강 처녀 노래는 작사가 일행이 가수지망생의 춘천 강변 집으로 놀러 와서 옅은 물안개와 소나기 풍경을 보고 노랫말을 썼다. 70년 초 인기를 모았다.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 밭에 슬피우는 두견새야 ~ 동백꽃 피고 지는 ~ 아 ~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강촌의 삼악산

청바지와 통기타, 막걸리가 생각나는 강촌 유원지를 둘러보고 오르는 삼악산 등선폭포에는 아침 안개가 금상첨화. 협곡을 오르는 철 계단이 놓여있어도 보기 싫지 않았다.

일요일 9시인데 벌써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도대체 몇 시에 이산으로 왔을까?

바위틈을 따라 오르는 계곡으로 물이 맑고 주변도 한층 깨끗해졌다. 당단풍·쇠물푸레·굴피·쪽동백·신·피·참나무들이 서로 어울려 자라고 소양강처녀 노랫말에 나오는 동백나무(산동백·생강나무)는 어느새 열매를 맺었다.

강원도 산골아낙들은 누구를 괴자고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르는가?

등선폭포.
등선폭포.

오늘 같은 산길은 그야말로 최고다. 맑은 날 숲속의 기운과 향기는 쉽게 날아가 버리니, 비온 뒤가 삼림욕에 좋다.

바위계곡을 다 오르려니 길옆으로 멸가치 군락지다. 국화과 여러해살이로 그늘진 산길이나 절집 올라가는 곳에 사는데 진정·이뇨·세안제로 쓰이고 어린잎은 취나물처럼 먹는다.

메밀 잎을 닮은 약초인 약모밀(魚腥草, 멸나물)같이 생겨 멸같이, 멸가치로, 잎 모양이 말발굽처럼 생겼대서 발굽취, 멸가치로 되었다.

잠시 땀을 닦으려니 흥국사(興國寺)다. 죽나무는 절집과 연관이 많다. 참죽은 진승목(眞僧木), 가죽은 가승목(假僧木)이다.

참죽나무는 멀구슬,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科)로 비슷하지만 순을 먹는 것은 참죽, 못 먹는 것이 가죽이다.

참죽은 붉은 무늬가 아름답고 사악함을 물리치는 벽사(辟邪) 의미를 붙여 가구재로 일등이다. 참죽나무 책상에서 글을 읽으면 도를 통한다고 한다.

사찰에 참죽나무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촌락에서는 나물로 먹기 위해 울타리에 심고 사찰음식에도 참죽나무순이 많이 나온다. 언덕 아래 연세 많은 참죽나무 이파리는 활력이 없다.

절집도 이토록 쇠락하니 역사는 늘 승자의 편임에랴.

흥국사.
흥국사.
길섶에 자라는 멸가치.
길섶에 자라는 멸가치.

흥국사는 궁예가 왕건을 맞아 싸운 곳으로 터가 함지박처럼 넓으므로 궁궐을 지은 뒤 나라(후고구려)의 흥함을 위해 흥국사를 지었다.

야사(野史)에 궁예는 신라 헌안왕과 후궁의 소생이었는데 태어날 때 이(齒)가 나 있어 국운이 다할 징조라 왕이 죽이도록 했는데, 유모가 떨어지는 궁예를 받다 그만 눈을 찔러 애꾸눈이 되었다 한다.

양길의 부하로 들어가 후고구려를 건국할 때까지 넓은 영역을 차지하지만 말기에는 스스로 미륵불이라 하여 폐단을 일삼다 왕건에게 쫓겨난다.

“승자(勝者)는 역사에 남고, 패자(敗者)는 야사와 전설로 나타난다.”

이곳에서 작은 초원까지 숲길이 아늑하다. 잠시 짐을 놓고 땀을 닦는다. 산뽕·머루·생강·노린재·물푸레·산사나무……. 11시쯤 오른 삼악산 정상(용화봉) 654미터. 안개 때문에 사방 분간이 안 되지만

“11시 방향이 용화산, 2시 방향 붕어섬, 오봉산, 소양호입니다. 바로 앞이 의암호…….”

“안개 때문에 하나도 안 보여.”

“도를 통하면 보여요.”

호수근처에 의암이다.

맥국을 침략한 적군이 옷을 빨아 바위에 널어 방심하게 했다는 의암(衣岩), 강촌역 뒤 칼을 쌓은 봉우리가 칼봉(劍峯), 무술 연습하는 것처럼 안심 시킨 뒤 예국의 기습공격으로 맥국은 사라졌다.

부족국가 맥국(貊國)이었던 춘천은 백제, 고구려, 신라의 지배를 차례로 받았고 신라 때는 삭주, 조선 태종 때부터 춘천으로 불렸다.

삼악산 용화봉 표지석.
삼악산 용화봉 표지석.

아쉬움 두고 내려오면서 12시 15분쯤 계곡에서 점심 먹는다.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으니 덜 어설프지만 폭포 옆이라 습기가 많다.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꼭대기도 건조해서 불편하고 해발 6~700미터가 좋다.

그만큼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소공급도 원활해서 건강하게 살수 있다는 것. 오로지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대도시를 언제 벗어날 것인가?

삼악산 654미터, 오봉산은 779미터이다. 등선폭포 주차장까지 다시 돌아오는데 느릿느릿 4시간쯤 걸었다.

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 한다는 자동차 20분 거리의 남이섬, 우리는 갔다 오면서 결국 뉘우쳤다.

<탐방로>

● 오봉산(정상까지 3.5킬로미터, 3시간 50분 정도)

소양호 → (10분)청평사 나루터 → (50분)청평사 → (1시간 45분*청평사 관람 포함)구멍바위 → (20분)소요대 → (45분)오봉산 → (2시간*점심 40분 포함)세수터 → (20분)기우단 터 → (15분)청평사

● 삼악산(용화봉 정상까지 3.2킬로미터, 1시간 35분 정도)

등선폭포 입구 → (5분)옥녀담 → (30분)흥국사 → (1시간)용화봉 → (2시간 10분*숲 치유, 점심 포함)등선폭포 입구

* 8명 정도 느리게 걸은 평균 시간(기상·인원수·현지여건 등에 따라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