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11명 사망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대기업 택배사 규탄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하는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과 국화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대기업 택배사 규탄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하는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과 국화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또 택배기사가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는 과로가 아닌 생활고와 갑질 피해를 비관한 극단적 선택이다.

20일 전국택배노동조합과 경남 진해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A(50)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은 올해 들어서만 11번째다.

A씨는 자신의 부모님께 남긴 유서에도 "생활고에 시달려 빚이 많으니 상속을 포기하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오전 2시 30분께 동료에게 자필로 작성한 2장짜리 유서를 촬영해 메신저로 보내 “택배 사업을 하면서 수입이 적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유서에 “지점장 등이 직원 수를 줄이고 수수료를 착복하는 등 업무를 떠넘겨 부당함을 겪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여름 더위에 하차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중고 이동식 에어컨을 사주지 않는다', '화나는 일이 생겼다고 하차작업 자체를 끊었다'는 등 자신이 겪은 부당 사례를 털어놨다.

그는 마지막으로 “3개월 전에만 사람을 구하든지, 책임을 다하려고 했다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가족, 지인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A씨가 평소 채무가 많았고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호소해온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중재와 택배노조와 업계간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택배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최근 택배업계의 '당일배송' 등 빠른 서비스도 노동자들의 고통을 더하고 있어 이를 보완할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동시장의 새로운 불평등 구조로, 코로나는 특별고용노동자 등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단적인 사례다. 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대책을 서둘러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고인은) 과도한 권리금 등을 내고 일을 시작했고 차량 할부금 등으로 월 200만원도 못 버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택배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 같은 죽음의 행렬을 어떻게 멈출지 환노위에서 같이 국감 기간뿐 아니라 이후에도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도 지난 12일 숨진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 모 씨와 관련해 "고인은 올해 36세의 젊은 나이로 평소 아무런 지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의문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과로사"라며 "추석연휴를 앞두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과로로 쓰러지는 택배노동자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고인의 죽음에 대해 지병이 있었다느니, 다른 택배기사보다 적게 배송했다느니 하는 뻔뻔한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한진택배에 분노감이 치민다”며 "심야배송은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과로사가 아니라 심야배송에 의한 타살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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