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 국감서 여야의원들 "시행 유예" 한목소리...문 대통령 교통정리 나설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야당 의원들이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유지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인데 기준을 3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을 상대로 얼마나 정치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한 언론의 보도에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당초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주주 10억 유지·가족합산 폐지…야당, 법 개정안 발의

21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대주주 요건 10억원 유지와 가족합산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일 발의했다.

법안에는 야당 의원 16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은 기존에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던 주식 양도소득 과세 과정의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 등을 소득세법으로 정하도록 했다.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을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세법 제94조에 단서 조항을 신설했는데,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원으로 유지하고 시행일을 내년 4월 1일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안이 무력화된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내년부터 주식 보유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진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대주주가 내년 4월 이후 해당 종목을 팔아 수익을 낼 경우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하는 것이다.

추 의원이 공동발의한 법 개정안은 또 '주주 또는 출자자 1인'의 소유주식을 토대로 대주주 요건을 판단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가족합산 규정을 없애 개인별로 과세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여 의원들도 '시행 유예' 바라지만...정부와 충돌 부담

지난 7일과 8일 기재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여야가 모두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에서 낮추는 것을 유예하자는데 어느 정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정부가 대주주 기준 강화안(10억→3억원)은 예정대로 시행하되, 가족합산을 개인별로 바꾸는 절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로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대주주 3억원 기준을 변경하려면 별도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날 야당에서 먼저 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 입장에선 정부가 완강히 반대하는 정책을 '당정 협의'를 뛰어 넘어 별도 입법으로 바꾸려 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평가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이 시행령 하나를 고치기 위해 입법 조치에 나선다는 것은, 당정간 대화 채널이 단절됐음을 자인하는 셈이어서 실제 일어나기는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집요한 요구에도 홍 부총리가 버티는 데는 청와대의 지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청와대는 20일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일부 언론 보도에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는 지난 7일에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하향에 대해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마련이 된건데 그 취지에 따라 가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주식 양도세 대주주 요건은) 그동안 밝혀온 정부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이에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주식 개인투자자 양도세 면제 범위를 두고 당정간 이견 조짐이 보이자 직접 나서 "개미투자자의 의욕을 꺽지 말라"며 교통정리를 한 바 있다.

한편, 홍 부총리는 22일과 23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다시 한번 내놓을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