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서울사무소 '2020 한국석탄금융백서' 발표, 기후위기와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 초래

그린피스 서울지사는 21일 '2020 한국석탄금융백서'를 발표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발전산업 투자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홈페이지 캡쳐]
그린피스 서울지사는 21일 '2020 한국석탄금융백서'를 발표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발전산업 투자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홈페이지 캡쳐]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국내 금융기관 162곳은 지난 2009년부터 2020년 6월까지 국내외 석탄발전 산업에 60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발전 산업에 대한 이같은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는 석탄발전 투자가 급감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21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2020 한국석탄금융 백서'를 발표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기후위기 및 좌초자산 가능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석탄발전 투자 규모가 급감하고 있으나, 한국의 금융기관의 석탄발전 투자 추이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공적금융기관이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지원하는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이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제공했거나 할 예정(2020년 이후 비용 집행)인 금융 규모는 13조 원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세계 석탄투자 규모는 지속 감소했으나 국내 공적금융기관의 투자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많은 국가가 탄소배출 문제와 비경제성을 이유로 석탄사업 투자를 철회하는 가운데 한국은 이에 역행하며 기후위기와 국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는 2008년 정부가 발표한 ‘녹색성장’ 기조 아래 석탄발전 부문에 대한 투자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진행됐다.

금융기관의 석탄발전 투자에 대해 전수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162개 금융기관(공적금융기관 73개, 민간금융사 89개)이 12년간 국내외 석탄발전 사업에 제공한 금융 규모는 공적 22.2조 원, 민간 37.4조 원에 달한다.

해외 석탄발전 사업의 경우, 투자 금액 10.7조 중 92%는 공적금융기관이 지원했다.

공적금융기관의 해외 투자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 증가했다.

지난 3월 그린피스가 발간한 ‘붐앤버스트: 2019 세계 석탄발전 추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세계 석탄발전 설비의 증가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신규 착공, 건설 허가 취득, 허가 전 추진 단계 등)은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 석탄발전업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한국 공적금융기관의 해외 석탄투자는 증가한 것이다.

주무부처별 해외 석탄투자 규모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4조8,585억원(수출입은행), 4조6,680억원(무역보험공사)으로 가장 컸다.

금융위원회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대출약정액 4,800억 원을 포함해 6,950억 원(한국산업은행)으로 3위를 차지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유럽연합회원국을 위시한 다수의 선진국과 노르웨이 국부펀드,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2013년경부터 석탄발전소 투자를 줄이고 있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수립이 글로벌 트렌드가 된 현 시점에서, 석탄발전소의 좌초자산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사업에 1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 경제 주무부처가 우리 금융기관의 안정성과 국가경쟁력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사진을 갖고 있는건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가 ‘탄소 제로' 경제 체제로 전환을 시작하며 석탄발전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좌초자산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외국 정부와 기업은 석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1GW급 석탄발전소 건립 계획을 추진하다가 투자자 유치 실패로 올해 2월 영구 중단했으며, 네덜란드는 2015년 이후 건설된 3개 발전소를 40억 유로의 손실을 감수하고 2029년까지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기후리스크는 투자리스크’이므로 더 이상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정부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는 국민이 낸 세금을 포함해 국내 금융자본을 좌초산업에 유입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17년 국내 탈석탄 정책으로 인해 투자처를 잃은 민간 자본이 정부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에 동조할 경우 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한국은 오는 12월까지 온실가스감축계획(NDC)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 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겠다(해외 감축량 포함)고 하나, 오히려 해외에서 신규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며 배출을 늘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이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탈석탄 로드맵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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