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대 기업서 286명 활약...10년만에 235명 늘어
여성임원 비율 4.1%로 늘었지만...40%는 한명도 없어
삼성전자 55명으로 최다...현대차 4→9명으로 배이상 쑥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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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내 대기업의 유리천장에 금이 가고 있다는 의미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올해 국내 100대 기업에 내 전체 임원 수는 작년 대비 60명 가량 줄었지만 여성임원은 되레 40명이나 늘었고, 여성임원 보유 기업수도 100곳 중 60곳으로 많아진 것으로 집계된 것.

단일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여성임원이 50명이 넘어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대기업 여성임원 비율은 4.1%(지난해 3.5%)로 10%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먼 상황이다.

글로벌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써치는 3일 이같은 내용의 '2020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임원 현황 조사'를 발표했다. 임원은 등기와 미등기임원을 모두 포함한 기준이며, 사외이사와 비상근 임원은 조사에서 제외했다.

◇ 전체임원수 61명 줄었지만 여성임원은 42명 늘어

조사 결과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286명이다. 지난해 244명에서 1년새 42명(17.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전체 임원 수가 작년 6932명에서 올해 6871명으로 61명 줄어든 상황에서 여성임원 숫자는 늘면서, 대기업들의 여성 중용이 수치로 나타난 점은 의미 있다는 평가다.

실제 100대 기업 여성임원 숫자는 지난 2004년 당시만 해도 13명에 불과했다.

이후 2006년(22명)→2010년(51명)→2011년(76명)으로 증가하더니 지난 2013년(114명)에는 처음으로 여성임원 100명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106명으로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이기도 했다. 이후 2015년(138명)→2016년(150명)→2018년(216명)→2019년(244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280명대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금과 같은 여성 임원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에는 대기업 여성임원 300명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 수도 올해 60곳으로 늘었다.

연도별 여성임원 보유 기업 수는 2004년에 10곳에 불과했는데, 2018년 55곳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후 올해 60곳으로 6대4의 비율로 많아진 것이다.

이는 대기업들이 사회적 여론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여성 임원을 발탁하거나 외부에서 여성인재를 영입한 결과다.

[자료=유니코써치]
[자료=유니코써치]

◇ 젊어진 여성임원...65%는 1970년 이후 출생자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여성임원 286명 중 65%에 해당하는 186명은 1970년 이후에 출생한 젊은 인재였다.

연도별 여성임원 숫자를 보면 1970~1973년에 속하는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116명(40.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67~69년 64명(22.4%), 74~76년 43명(15%), 64~66년생 620명(7%) 순이었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올해 만 49세인 1971년생이 41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1970년생(28명), 1969년생(26명), 1972년생(25명), 1968년·73년생(각 22명) 순으로 나타났다.

1971년생중 작년 말 인사에서 임원 반열에 오른 주인공은 8명이다. 대표적으로 김철연 네이버 책임리더, 노미정 삼성전자 연구위원, 오정화 아모레퍼시픽 상무, 이수진 삼성SDS 상무 등이 모두 현재 회사에서 1년차 신임 임원으로 등용된 동갑내기다.

[자료=유니코써치]
[자료=유니코써치]

◇ 삼성전자 55명 활약 가장 많아...현대차 4→9명 배 이상 늘려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55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다.

네이버와 CJ제일제당이 각 17명으로 뒤를 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5명으로 작년 대비 1명 줄었다. 

현대차(13명)와 삼성SDS(11명)도 여성 임원을 10명 이상 보유한 기업군에 포함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조사에서 4명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9명으로 늘어 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에 조사된 여성 임원 286명 가운데 비오너가로 사장급 타이틀을 달고 있는 주인공은 네이버 한성숙(1967년) 대표이사 사장이 유일했다.

차기 사장급 1순위 후보군에 있는 부사장급(부사장 대우 포함)은 8명이었는데, 민희경(1958년) CJ제일제당 부사장과 이영희(1964년) 부사장 두 명만 임원 경력이 10년을 넘어 사장 승진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두 임원 중 누가 먼저 사장으로 승진할 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삼성 고(故) 이건희 회장은 생전 시 여성 사장도 나와야 한다며 여성 인재 중용론을 펼쳐왔다. 하지만 비오너가 출신 여성이 삼성 핵심 계열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을 끝내 보지 못하고 올해 생을 마감했다. 삼성이 2021년 임원 인사에서는 여성 사장을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전체 임원 수를 줄이는 가운데서도 여성임원을 크게 늘렸다는 것은 여성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회사 가치와 실적 향상을 꾀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업종과 관계없이 여성을 더 많이 전진배치하려는 경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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