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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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의사'는 올해 하반기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이다. 

파업과 진료거부, 국가고시까지 많은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며 다양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논란 말고도 그동안 우리는 일부 의료인의 잘못된 행태도 잊지 않고 있다.

정말로 일부에 해당하는 문제이겠지만 대리 수술, 과잉 진료, 제약 리베이트 등이 아직도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아래에서 할 이야기는 의사를 예로 들었지만 비단 의사 만의 얘기는 아니다.

이는 검사 판사 등 법조인에 관한 얘기일수도 있고, 잘 나가는 기업인의 얘기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공부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누구나 선망하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할 때, 일반 대중들은 그들에게 당연히 신뢰를 가지고 그들의 판단과 행동만을 기다린다.

이런 믿음은 당연히 그들은 자신의 신념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정직한 사람들이다라는 기본적인 생각에 기반한다. 

그래서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몇 가지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한다.

그런 전문직들이 과연 거짓말을 할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을까?

두 질문 모두 유명한 실험으로 얘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똑똑한 사람들도 거짓말을 할까?

하버드 경영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15분 동안 기본 소양을 묻는 50개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끝난 후, 학생들은 답안지와 채점표를 제출하게 되며 시험감독관은 채점표를 가지고 채점을 한다.

그리고 하나 맞을 때마다 10센트씩 준다.

두 번째는 채점표에 희미하게 답이 표시되어 있다. 답을 채점표에 옮긴 학생들은 맨 위에 맞힌 개수를 적고 답지와 채점표를 제출했으며, 시험감독관은 맨위에 적힌 숫자 (맞힌 개수)만 보고 정답당 10센트씩 줬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노골적으로 미리 정답이 표시된 채점표에 답을 옮겨 적고, 답지는 없앤 후 채점표만 제출하라고 했다. 

즉, 증거를 없애라고 한 것이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답지와 채점표도 파기하라고 했으며, 시험감독관에게 점수도 알려주지 말고 양심껏 답만큼 돈을 꺼내서 가져가도록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첫 번째 실험에서 평균 맞춘 개수는 32.6개였다. 두 번째 집단에서 맞춘 평균개수는 36.2개였다.

물론 두 번째 집단이 똑똑했을 수도 있지만 실제 부정행위를 목격했고 결과는 36.2개였다.

그러나 부정행위 유혹이 커진 세 번째, 네 번째 집단에서는 각각 35.9개와 36.1개의 정답을 맞추었으므로 두 번째 집단과 차이가 없었다.

실험의 결과는 두 가지 시사점을 알려준다.

첫째,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속임수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더 쉽게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건데, 걸릴 위험이 없다고 해서 무작정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의사집단, 법조인집단, 고위 임원이라해서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기대를 할 필요는 없다. 

그들도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라는 점은 항상 생각해야 할 것이다.

다만, 위 실험의 마지막 결과는 더 많은 부정행위와 돈을 가지고 갈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하는 학생은 한정적이었다.

과연 왜 그랬을까?

이와 관련하여 댄 애리얼리의 실험을 하나 더 소개한다.

UCLA에서 했던 실험인데 기본 구조는 아래와 같다.

우선 참가자들은 수학 문제를 5분 동안 최대한 많이 풀어야 했다. 그리고 제비뽑기를 해서 이기면 맞춘 문제당 10달러를 받는 실험이었다.

그 다음부터가 진짜 알고 싶어하는 내용인데, 커닝을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놓고, 한 쪽은 수학 문제를 풀기 전에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을 떠올리게 했고, 한쪽은 문제를 풀기 전에 십계명을 떠올리게 했다.

결과는 이렇다.

우선 수학문제를 그냥 풀게 했을 때 평균 정답 개수는 3.1개였다.

커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을 떠올린 집단의 정답 수는 4개가 넘었다.

그리고, 역시 커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십계명을 떠올린 집단의 정답 수는 3개였다.

이 실험의 결과에 따른 시사점은 윤리적이고 규범적인 내용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부정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나온 결과일 수도 있어서 존재하지도 않는 다른 규범을 보여주고 진행했던 유사한 실험이 있었는데 결과는 같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직업윤리 혹은 그와 유사한 도덕 규범을 상기하고 맹세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를 저지를 확률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우리가 법정에서, 그리고 청문회 등에서 하는 선서는 아마도 이러한 우리의 마음 작용에 대해 선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러한 방법들은 넛지 정책에 해당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겠지만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일부에게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는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 당시 의사들의 부정행위가 심각해서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고민한 끝에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라는 상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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